뉴욕에서 ‘사경’ 전시하는 김경호씨
“0.01㎜ 극미의 공간에 우주를 담은 한국 사경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것입니다.”
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50·사진) 회장은 미국 뉴욕시 퀸스에 있는 플러싱타운홀 갤러리에서 오는 12일부터 연말까지 80일 동안 한국사경전을 연다. ‘사경’은 경전을 필사하는 일을 말한다. 이 전시에는 두루마리·절첩·선장본 형식의 작품 52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성경·코란·티베트불경 사경에 익숙한 뉴요커에게 한국 사경이 본격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양인에게 사경은 장식성과 규모의 측면에서 각인돼 왔습니다. 장식성을 배제한 채 불교의 핵심 교리를 작은 공간에 압축한 한국 사경은 전혀 새로운 경지라고 할 수 있죠.”
김 회장은 현지 전문가들도 한국 사경의 우수성을 잘 알고 있지만 문화재 보호 때문에 실물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면서 이번 전시가 현지인들에게 고려 사경의 전통을 계승한 한국 사경이 동양 사경의 중심임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품작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김 회장이 8개월에 걸쳐 제작한 ‘묘법연화경 견보탑품’. 높이 7.5㎝, 길이 5m의 감색 종이에 금니(금박가루) 세필로 신장도, 변상도와 450개의 보탑을 그렸다. 7층 탑신마다 한 글자씩 모두 3천자의 견보탑품 원문을 써넣었다. 하루 10시간씩 꼬박 8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제 생애 최고 작품입니다. 체력도 달리고 눈도 침침해 앞으로 이런 작품을 다시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는 “뾰족한 붓끝의 금니아교는 2~3초면 금세 굳어버려 잠시 머뭇거리기만 해도 한 획을 긋는 데 실패한다”며 “섭씨 35~43도를 유지한 가운데서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작업이었다”고 소개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끊어진 고려 사경의 전통을 되살리는 동시에 오류를 바로잡고 정교함을 극대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가 사용하는 금니는 정제를 거듭해 99.9%의 순도에 이르며 아교 역시 녹용에서 추출해 금니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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