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뻘>의 김은성(35)작가, 부새롬(36) 연출가
연극 ‘로풍찬 유랑극장’ 김은성 작가·부새롬 연출가
세르비아 희곡, 전라도 배경 재창작
여순사건 이은 한국전 참혹함 속
유랑극단 통해 삶·연극 의미 고찰 올해 7월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를 1980년대 암울한 시기의 전라도 벌교 이야기로 맛깔나게 풀었던 연극 <뻘>의 김은성(35·사진 오른쪽) 작가와 부새롬(36·왼쪽) 연출가 콤비가 신작을 들고 나왔다. 세르비아 작가 류보미르 시모비치의 명작 희곡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을 모티브 삼아 재창작한 <로풍찬 유랑극장>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세르비아의 유랑극단이 6·25 전쟁 전후에 전라도 보성을 떠도는 유랑극단으로 재탄생했다. <뻘>에서 선보였던 구수하고 정감 어린 전라도 사투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11일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 무대에서 초연을 앞둔 두 사람을 성북동 지하 연습실에서 만났다. 김 작가는 연극 <시동라사>, <목란 언니>, <뻘>, <연변 엄마> 등 한국적 사실주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 연출가는 무대디자이너 출신으로 <뻘>과 <달나라 연속극> 등에서 김 작가와 찰떡궁합을 뽐냈다. “원작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은 전쟁 속에서 한 극단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연극이 주는 가치와 의미를 돌아보는 작품입니다. 그것을 우리 정서로 풀어놓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고향 전남 보성군 조성면을 무대로 삼았습니다. 저는 그 마을에서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한테 여순반란사건을 듣고 자랐습니다. 여순반란사건이라는 전쟁의 예고편을 이미 한번 겪은 유랑극단이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더 참담한 세계 속으로 가야 하는 것이 더 극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으로써 전쟁의 비극 속에서 인간과 삶, 연극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죠.”(김은성) 김 작가는 “이 세상이 자꾸 전쟁과 폭력의 야만의 세계로 가고 있는 그 비극성을 우리 이야기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랑극단이 참혹한 삶의 현장에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자기들 나름대로 번안한 연극을 한다는 자체가 비극이면서 흥미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극 <로풍찬 유랑극장>은 여순사건 이후 빨치산과 토벌대의 피비린내 나는 살육전이 벌어지는 보성군 조성면 새재마을에 유랑극단이 6·25전쟁 전날 들어가 겪는 이야기다. 유랑극단은 온갖 비웃음과 협박에도 연극 <노민호와 주인애>를 올린다. 부새롬 연출가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막이 오르면 유랑배우들이 나와서 악기 연주도 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하는 것들이 처음부터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또 작은 극장인데 배우들이 많이 나오고 저마다 사연이 있는 여러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고요.” 그는 “연극을 하는 사람이 연극 이야기 하는 게 부끄럽기는 하지만 도대체 세상에 이렇게나 볼 연극이 많은데 (세상은) 연극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하고 있는가? 연극이 지키고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연극이 무엇을 보여주고 과연 볼 가치가 있는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극은 김 작가와 부 연출가가 2011년 8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연극’을 꿈꾸며 결성한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창단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다. 김 작가는 “연극에 발을 담그고 살아가려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왕 상업적인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제 목소리를 확실하게 주체적으로 내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부 연출가도 “전쟁터 같은 이 세상에서도 어떤 인간적인 가치를 지키고 있는 것이 연극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난하고 무모하고 순수하고 바보 같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 극단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연극 <뻘>에서 호흡을 맞췄던 선종남·이지현·강말금·배선희·전석찬씨와 김신록·김명기씨 등이 출연한다. 11월4일까지. 1544-1555.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여순사건 이은 한국전 참혹함 속
유랑극단 통해 삶·연극 의미 고찰 올해 7월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를 1980년대 암울한 시기의 전라도 벌교 이야기로 맛깔나게 풀었던 연극 <뻘>의 김은성(35·사진 오른쪽) 작가와 부새롬(36·왼쪽) 연출가 콤비가 신작을 들고 나왔다. 세르비아 작가 류보미르 시모비치의 명작 희곡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을 모티브 삼아 재창작한 <로풍찬 유랑극장>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세르비아의 유랑극단이 6·25 전쟁 전후에 전라도 보성을 떠도는 유랑극단으로 재탄생했다. <뻘>에서 선보였던 구수하고 정감 어린 전라도 사투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11일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 무대에서 초연을 앞둔 두 사람을 성북동 지하 연습실에서 만났다. 김 작가는 연극 <시동라사>, <목란 언니>, <뻘>, <연변 엄마> 등 한국적 사실주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 연출가는 무대디자이너 출신으로 <뻘>과 <달나라 연속극> 등에서 김 작가와 찰떡궁합을 뽐냈다. “원작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은 전쟁 속에서 한 극단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연극이 주는 가치와 의미를 돌아보는 작품입니다. 그것을 우리 정서로 풀어놓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고향 전남 보성군 조성면을 무대로 삼았습니다. 저는 그 마을에서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한테 여순반란사건을 듣고 자랐습니다. 여순반란사건이라는 전쟁의 예고편을 이미 한번 겪은 유랑극단이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더 참담한 세계 속으로 가야 하는 것이 더 극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으로써 전쟁의 비극 속에서 인간과 삶, 연극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죠.”(김은성) 김 작가는 “이 세상이 자꾸 전쟁과 폭력의 야만의 세계로 가고 있는 그 비극성을 우리 이야기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랑극단이 참혹한 삶의 현장에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자기들 나름대로 번안한 연극을 한다는 자체가 비극이면서 흥미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극 <로풍찬 유랑극장>은 여순사건 이후 빨치산과 토벌대의 피비린내 나는 살육전이 벌어지는 보성군 조성면 새재마을에 유랑극단이 6·25전쟁 전날 들어가 겪는 이야기다. 유랑극단은 온갖 비웃음과 협박에도 연극 <노민호와 주인애>를 올린다. 부새롬 연출가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막이 오르면 유랑배우들이 나와서 악기 연주도 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하는 것들이 처음부터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또 작은 극장인데 배우들이 많이 나오고 저마다 사연이 있는 여러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고요.” 그는 “연극을 하는 사람이 연극 이야기 하는 게 부끄럽기는 하지만 도대체 세상에 이렇게나 볼 연극이 많은데 (세상은) 연극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하고 있는가? 연극이 지키고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연극이 무엇을 보여주고 과연 볼 가치가 있는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극은 김 작가와 부 연출가가 2011년 8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연극’을 꿈꾸며 결성한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창단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다. 김 작가는 “연극에 발을 담그고 살아가려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왕 상업적인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제 목소리를 확실하게 주체적으로 내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부 연출가도 “전쟁터 같은 이 세상에서도 어떤 인간적인 가치를 지키고 있는 것이 연극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난하고 무모하고 순수하고 바보 같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 극단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연극 <뻘>에서 호흡을 맞췄던 선종남·이지현·강말금·배선희·전석찬씨와 김신록·김명기씨 등이 출연한다. 11월4일까지. 1544-1555.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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