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 회화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작들을 사진으로 오마주한 김중만 사진가의 작품 ‘그림의 반역’(위)과 ‘연인’(아래). 38년 동안 사실적인 사진을 찍어온 김씨가 처음으로 추상사진을 찍은 작업이다. 상상마당 제공
김중만 사진전 ‘이지적 우아함’
추상사진 촬영 뒤 포토샵으로 변형
마그리트 작품속 실물 찍은 사진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일탈” 그 유명한 파이프,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고 했던 바로 그 파이프 그림 그대로다. 바뀐 것은 르네 마그리트(1898~1967)가 아니라 사진작가 김중만(58)의 작품이란 것. 자세히 보면 파이프는 원작 속 그림과 그대로 닮은 실물을 찍은 사진이다. 중절모 남자 얼굴이 사과인 마그리트의 그림을 오마주한 작품도 마찬가지. 얼굴 부분 사과도 사진, 사람 모습도 사진이다. 그렇다면 이건 뭔가. 사진인가 그림인가? 마그리트인가 김중만인가? 서울 홍대앞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중만 사진전 ‘이지적 우아함’은 초현실주의 화가로 유명한 르네 마그리트에게 바치는 김중만식 오마주다. 사진으로 유명 거장의 회화를 그대로 모사하듯 재현한 콘셉트 자체가 새롭다. 그러나 평생 사실주의 사진을 찍어온 사진가가 추상사진, 또는 개념사진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더 큰 도전이었을 것. 평생 사진 보정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쓴 적이 없다는 그가 추상사진을 찍어 변형·조립해 작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르 클레지오’한테서 비롯됐다고 한다. 200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 르 클레지오(72)다.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일까. 프랑스 유학 시절, 김중만은 버스에서 어떤 사람에게 뜬금없이 “중국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자기는 소설가인데 중국에 관심이 있어 물었다고 했다. 아니라고 대답한 뒤 김중만은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 작가가 르 클레지오였다. 거의 30년쯤 뒤 르 클레지오가 한국에 강연을 하러 왔다. 김중만은 연락을 해서 만났고, 뜻밖에도 르 클레지오는 그 대화를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친해진 두 사람은 소설가는 글을 쓰고 사진가는 사진을 찍는 합동 책을 내기로 한다. 그리고 아프리카로 여행을 갔다. 거기서 르 클레지오는 갑자기 이런 말을 던졌다. “중만, 추상사진을 찍어봐.” 그날, 김중만은 좀처럼 잠을 못 잤다. ‘찍을 수 있을까?’ ‘추상사진은 어떻게 찍을 수 있지?’ 갑자기 그 말이 박혔다. 김중만은 결심했다. 사진으로 일탈을 해보자고. 그래서 고른 게 마그리트였다. “마그리트는 초현실적 작품이지만 즐겨 그린 소재들은 아주 사실적인 요소가 많아요. 그래서 사진으로 재구성할 수 있겠다 착안한 거죠.” 그림 그대로 사진을 찍으면 될 것 같지만, 작업은 괴로웠다고 한다. “마그리트가 그리려 했던 세상은 어떤 것인지, 그 마음은 무엇이었는지 마그리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웠어요.” 사진가는 이 초현실주의 화가가 실은 “의외로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상상을 초월해 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번 전시는 김중만에겐 ‘일탈’이다. 즐겁기에 시도한 일탈이다. 그래서 포토샵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못박는다. “사진작가들은 늘 불안해해요. 셔터 누를 때마다 이 사진이 잘 나올까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하니까요. 그래도 사진에 대한 제 정의는 즐거움입니다. 뭐든지 새로 하는 건 두렵죠. 두려움을 설렘으로, 즐거움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전시회에선 마그리트 작품을 재현한 23점과 김중만 작가가 유명 가방제조업체 루이까또즈와 협업해 직접 디자인한 카메라 배낭도 선보인다. 작품 판매 수익금은 유니세프에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31일까지. (02)330-6223.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3선 구청장은 ‘고춧가루 물 고문’ 했던 수사관
■ 불산 누출업체 방제장비는 삽 2자루·소화기 2개뿐
■ 중, 모옌 노벨문학상 수상에 ‘개구리’ 매진 열풍
■ 안 “정당 대통령을 무소속 만들더니”
발언 듣던 문 “그렇게 험한 말을”
■ 집값 더 떨어질까, 상승할까?
■ 은행 직원 실수에 수만명 대출이자 왔다갔다
못믿을 ‘코픽스’
■ [화보] 손연재, 나비처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