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독일 순회 연주단이 11일(현지시각) 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음악당 체임버홀에서 ‘관악영산회상’을 연주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 독일순회 첫공연
11일 베를린필음악당서 열려
시나위·수제천 등 무대 올라
한호흡에 몰아치는 연주 열광
“에너지 쏟아지는 느낌” 호평
11일 베를린필음악당서 열려
시나위·수제천 등 무대 올라
한호흡에 몰아치는 연주 열광
“에너지 쏟아지는 느낌” 호평
11일(현지시각) 저녁 8시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티어가르텐 지역 끝자락에 위치한 베를린필하모니음악당 체임버홀. 세계 최고의 클래식음악 연주단체로 손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안방에서 한국 국악의 삼현육각 가락이 울려 펴졌다.
국립국악원이 주독일 한국문화원과 한국-독일 민간 교류단체인 독한협회와 공동으로 꾸민 베를린·뮌헨 순회 연주회 ‘위엄과 무아’의 첫 무대. 국립국악원 정악단 27명과 민속악단 8명으로 이뤄진 연주단(단장 이재형)은 1~2층과 발코니 등 12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관현악으로 편성된 다양한 국악 가락을 선보였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객석을 메운 독일 관객들은 아시아의 낯선 선율에 매혹되어 연주가 끝나자마자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연주단은 이날 독일의 음악평론가 마티아스 엔트레스의 음악 해설에 이어 무속음악 전통에서 나온 기악곡 ‘시나위’로 첫 연주회의 물꼬를 텄다. 피리(이호진), 대금(원완철), 해금(김선구), 가야금(문경아), 거문고(한민택), 장구(조용복), 징(황광엽) 등 8개 악기로 이뤄진 연주단이 살풀이장단과 자진모리장단을 기본으로 하여 엇모리, 동살풀이장단 등 서너 가지의 장단을 섞어 마치 서양의 재즈 연주처럼 즉흥적으로 연주했다. 관객들은 악장의 구분이 있는 서양음악과 달리 1초의 휴지기 없이 한 호흡으로 몰아치는 한국 국악의 매력에 쉽게 마음을 빼앗겼다.
2부에서는 석가여래가 영취산에서 설법하던 영산회의 불보살을 노래한 악곡에서 유래되었다는 ‘관악영산회상’의 연주로 이어졌다. 박(김관희), 피리(황규상), 대금(채조병), 해금(김기동), 아쟁(김창곤), 소금(문응관), 장구(박거현) 등 27명으로 짜인 연주단이 느릿한 20박의 ‘상영산’으로부터 시작해서 ‘세영산’, ‘도드리’로 점점 템포가 빨라지다가 10박의 ‘군악’으로 잔잔하게 갈무리했다. 연주회의 마무리는 궁중음악의 진수로 불리는 ‘수제천’이었다. 김관희씨의 집박(박을 잡아 침)으로 시작해서 피리가 주선율을 연주하고 대금과 소금, 해금, 아쟁, 장구와 북이 서로 다른 음색으로 다이내믹한 색채감을 빚어내자 박수가 쏟아졌다. 공연이 끝나고 몇몇 관객들은 공연장을 떠나지 못하고 연주자들에게 악기의 구조와 연주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이날 연주를 본 스위스의 바이올린 연주자 겸 작곡가인 헬레나 빙켈만은 “마치 내 내면으로 여행하는 느낌을 받았으며 에너지가 내 몸 깊숙한 곳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왜 음악이 필요한지를 오늘 연주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윤종석 주독일 한국문화원장은 “베를린 필하모니가 정통 클래식 이외의 다른 장르의 음악에 대해서는 공연장을 잘 개방하지 않는다”며 “우리 국악도 서양음악과 같은 보편적인 정서가 있다고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주회는 국립국악원이 지난해 독일 4개 도시에서 시나위·산조·판소리로 꾸민 ‘감정의 폭발’ 연주회가 호평을 받은 뒤 독일 관객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당시 공연은 <서부독일라디오방송3>(WDR3), <남서부독일라디오방송>(SWR), <독일베를린라디오방송>(쿨투어 라디오) 등 독일 공영 라디오 3곳에서 방송되었다.
국립국악원은 13일(현지시각)에는 뮌헨의 공영방송사 <바이에른방송>의 초청으로 이 방송국 홀에서도 같은 레퍼토리로 연주회를 열었다. 연주 실황은 내년 초 <바이에른 라디오방송>(BR3)을 통해 전 독일에 방송될 예정이다. 국립국악원은 뮌헨 악기박물관에 국악기를 기증해 한국 국악 문화를 알릴 계획이다.
베를린/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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