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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재밌거나 도발적이거나…상업디자인 최전선을 만나다

등록 2012-10-15 20:22수정 2012-10-15 21:24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의 광고판. 톱니바퀴가 돌아가면서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란 글귀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의 광고판. 톱니바퀴가 돌아가면서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란 글귀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스타 디자이너 ‘사그마이스터!’전
피부에 직접 새긴 포스터로 명성
위아래 붙은 버스·‘바나나벽’ 등
일상속 재미, 디자인에 접목시켜
출세작·최신작들 총망라 전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건물에 거대한 풍선 원숭이가 올라탔다. 몸은 새하얗고 얼굴은 새까만 이 원숭이가 왔다는 건, 스테판 사그마이스터가 한국에 왔다는 이야기다. 오스트리아 출신 디자이너 사그마이스터(50)는 2007년 스코틀랜드 정부 의뢰를 받아 디자인 축제 홍보이벤트로 ‘스코틀랜드 원숭이’란 이름의 풍선 원숭이 6마리를 만들어 각각 ‘모두들’ ‘항상’ ‘자신이’ ‘옳’ ‘다고’ ’생각한다’는 글씨판을 든 모습으로 6개 도시에 설치했다. 하나하나만으론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이 묘한 원숭이는 이후 사그마이스터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톡톡 튀는 도발적 디자인으로 일찌감치 현대 디자인계에서 자기 자리를 차지한 스타 디자이너 사그마이스터의 전시회 ‘사그마이스터!’전이 11월2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시관에서 열린다. 그래픽 포스터, 다양한 상업 광고와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조형적인 책 디자인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누벼온 사그마이스터의 작품 세계를 충실히 보여주는 전시다. 지난해 스위스 현대 디자인미술관이 기획해 유럽을 돌고 아시아에선 한국에 처음 선보였다. 상업 디자인의 최전선을, 재미와 도발을 무기로 하는 사그마이스터 디자인을 유쾌하게 만날 수 있다.

미국 한 사회단체의 교육예산 확충 캠페인 홍보차량. 스쿨버스 두 대가 위아래로 붙어 있는 디자인이다.
미국 한 사회단체의 교육예산 확충 캠페인 홍보차량. 스쿨버스 두 대가 위아래로 붙어 있는 디자인이다.
사그마이스터는 롤링 스톤스, 토킹 헤즈, 루 리드 등 세계적 록스타들의 음반 재킷 디자인으로 먼저 빛을 봤지만,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것은 미국 그래픽디자인협회 강연 홍보용 포스터였다. 1999년 그가 자기 피부에 칼로 글자를 새겨 찍은 이 포스터는 디자인계에서 단숨에 화제가 됐다. 디자이너란 직업의 고통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얼마 지나지 않아 ‘20세기 가장 충격적인 포스터’로 꼽히며 고전 반열에 올랐다.

너무 흥미를 추구하는 과한 디자인이란 비판도 함께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그마이스터는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미를 디자인에 접목시키는 재주로 영악하게 자기 브랜드를 구축했다. 자기에게 의뢰한 만큼 효과는 확실하게 내주는 것이다.

가령 미국의 사회단체 ‘참된 다수’가 2004년 국방 예산을 교육 예산으로 전환하자며 펼쳤던 ‘우리의 세금을 옮기자’ 캠페인 디자인에서 위아래로 붙은 모양의 홍보용 버스를 만들어 주목을 끌어냈고, 2008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전시회에선 바나나 1만개로 한쪽 벽을 몽땅 채운 ‘바나나 벽’을 선보여 화제를 이끌어냈다. 잘 익은 노란색 바나나 사이에 덜 익은 초록색 바나나를 넣어 “자신감은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글씨를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바나나가 갈색으로 변했고 전시가 끝날 무렵 글씨는 모두 사라졌다. 자동차 회사 베엠베(BMW)가 지난해 문화 공헌 활동 40돌을 맞아 의뢰한 ‘컬처 북’은 책 안에 무선조종장치가 들어 있는 움직이는 장난감 자동차이자 책이었는데, 한정 제작한 1488부를 모두 모아 바닥에 깔면 베엠베 본사 건물 모습이 드러나는 디자인이었다.

예술과 디자인을 넘나들지만 사그마이스터는 분명 디자인의 기능에 충실한 디자이너다. 창조력 고갈을 막기 위해 그는 늘 자기 마음에 드는 의뢰인만 골라 작업하고, 7년마다 1년씩 안식년을 보낸다. 2007년 안식년 때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선 후보의 홍보 포스터 의뢰도 거절했다.

그의 출세작과 최신작을 망라한 이번 전시의 주제는 ‘판매’다. 오로지 고객의 의뢰를 받아 디자인한 것들만 전시했다. 작품 설명을 읽거나 들어야 미처 눈치 못 챈 위트와 의미를 알 수 있으므로 오디오 설명 장치를 받아서 관람하기를 권한다. 어른 1만2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6000원. (02)3210-4555.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사그마이스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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