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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슈만·바인베르크를 깨우다, 역시 크레머!

등록 2012-10-18 20:12수정 2012-10-18 21:03

기돈 크레머 체임버 내한공연
기돈 크레머 체임버 내한공연
[리뷰] 기돈 크레머 체임버 내한공연
고전서 현대음악까지 가로질러
쏟아진 박수에 스윙 재즈 ‘화답’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는 자신이 이끄는 실내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쉽게 잊히지 않을 깊이 있는 무대를 선사했다. 연주 프로그램은 일반인에게 다소 낯설고 어려운 작품 위주로 구성됐지만, 탁월한 음악성과 집중력 있는 연주에 청중은 점점 빨려 들어갔다.

크레머는 작은 활놀림만으로도 강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현존하는 단 한 명의 바이올리니스트를 꼽으라면 나는 ‘기돈 크레머’라고 하겠다”며 그의 완벽에 가까운 연주와 헌신적인 자세를 극찬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말이 떠올랐다.

지난 10여년 동안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함께 꾸준히 현대음악을 탐구해온 크레머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청중에게 새로운 것을 전달할 때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전달자의 깊은 이해와 집중력이라는 것을. 또한 고전주의·낭만주의 음악이 선사하는 매력이 정교하게 세공된 선율과 화성의 아름다움이라면, 근현대 음악이 줄 수 있는 매력은 독특한 리듬감과 변화무쌍한 음향이 유발하는 기하학적 매력과 기법적 다채로움이라는 것을.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친 공연 중 첫날 연주는 슈만의 <첼로 협주곡 가단조>와 같은 낭만주의 음악부터 바인베르크의 <교향곡 10번 가단조>와 같은 다소 난해한 현대음악까지 두루 포함했다. 현악5중주, 바이올린 소나타, 교향곡, 협주곡 등 여러 가지 편성을 체임버오케스트라에 맞춰 편곡한 형태로 연주했다.

1부에서는 브루크너의 <현악 5중주 바장조> 3악장으로 가볍게 몸을 풀며 음향의 균형과 질감을 가다듬고, 바인베르크 <교향곡 10번 가단조>에서부터 서서히 기세를 올렸다. 지휘자 없이, 크레머의 주도 아래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리듬과 음향을 치밀하고 안정감 있게 직조해나갔다. 상당수의 연주자들이 현대음악을 연주할 때 난해함에 짓눌려 음표를 연주해내는 데에 급급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소리에서 부피감과 촉감까지 느껴지게 하는 공감각적 연주는 부단한 연습과 곡에 대한 탐구, 연주자들끼리의 공감대 없이는 들려줄 수 없는 것이었다.

2부에서는 슈만의 <첼로 협주곡 가단조>와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소나타 사장조>를 연주했다. 체임버오케스트라 안에 있던 크레머는 중앙으로 나와 독주를 담당했다. 65살의 크레머는 기교로나 음악으로나 절정에 있었다. 그는 마치 바로크 오케스트라처럼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한몸이 되어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 곡이 끝난 뒤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지자,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레타 발티카는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건 이뿐이 아니라는 듯 부드럽게 리듬을 타며 스윙 재즈의 대가 글렌 밀러의 <문라이트 세레나데>로 답했다. 본연주의 치밀함, 긴장감과는 다른 나른하고 달콤한 마무리였다. 이들은 17일 아르보 패르트와 베토벤의 곡으로 한 차례 더 무대에 올랐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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