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1888~1953)의 대표작 <밤으로의 긴 여로>
유진 오닐 작품…내달 11일까지 공연
3시간 넘는 대작 치밀한 완급조절
3시간 넘는 대작 치밀한 완급조절
이렇게 참혹한 가족사가 또 있을까? 3시간20분 공연 내내 마치 아물지 않은 생딱지를 뜯기는 아픔과 지독한 슬픔이 무대와 객석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모르핀 중독으로 환각에 빠진 메리(예수정 분)가 내뱉는 독백이 어두운 조명의 무대를 꿈결처럼 떠돈다. “그래, 기억나. 난 제임스 티론과 사랑에 빠졌고, 정말 꿈같이 행복했지. 얼마 동안은….”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티론(이호재)과 두 아들 제이미(최원석)와 에드먼드(서상원)의 처진 어깨에는 원망과 회한이 서려 있다. 깊은 침묵과 함께 슬픔이 잔잔히 밀려올 때쯤 막이 내린다.
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1888~1953)의 대표작 <밤으로의 긴 여로>(사진)가 지난 19일 밤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생전 네 번의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작가가 자신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실제 모델로 삼아 쓴 자전적 이야기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그는 극사실주의 형식을 빌려 인간의 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며 가족 간의 사랑과 용서, 화해를 그렸다.
이번 공연은 유진 오닐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일본 연극계의 스타 구리야마 다미야가 연출을 맡았다. 그가 일본 도쿄의 신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있던 2000년에 이 작품을 올려 “별 5개로도 모자란 최고의 공연”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공연에서는 ‘연기 전투’라고 할 정도로 출연 배우들의 역량과 개성이 빛났다. 가부장적인 왕년의 명배우 제임스 티론 역을 맡은 이호재(71)씨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극을 안정감 있게 끌고 갔다. 메리 역을 연기한 예수정(57)씨의 변신은 눈부셨다. 그는 현모양처의 자상함과 모르핀 중독자의 광기를 자연스럽게 오갔다. 에드먼드 역을 맡은 서상원(45)씨와 제이미 역의 최원석(45)씨도 리듬감 있는 대사와 열정적인 연기로 상처입은 젊은 영혼들을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 빈둥대고 눈치 없는 하녀 역의 장지아(34)씨도 극의 감초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그렇지만 역시 3시간20분이 넘는 대작을 긴장감 있게 이끌어간 구리야마의 치밀하고 세련된 연출이 가장 돋보였다. 또 함축적인 무대로 극 공간을 넓게 활용한 호리오 유키오의 무대 디자인과 티론가의 침울한 분위기를 효과 있게 살려낸 김창기씨의 조명 디자인도 신선했다. 11월11일까지. 1688-5966.
정상영 기자, 사진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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