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림의 하림(왼쪽), 조정치(가운데), 윤종신(오른쪽).
신치림 공연 ‘퇴근길 오페라’
기존곡 활용한 ‘콘서트+오페라’
3명 직접 출연 노래·연주·연기
‘앨범활동 고작 3개월’ 문제의식
활동기간 긴 ‘가요 오페라’ 개척
기존곡 활용한 ‘콘서트+오페라’
3명 직접 출연 노래·연주·연기
‘앨범활동 고작 3개월’ 문제의식
활동기간 긴 ‘가요 오페라’ 개척
신치림의 <퇴근길 오페라>. 다음달 2~4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리는 공연 제목인데, 단어들의 조합이 낯설다.
우선 신치림은 가수 윤종신(사진 오른쪽)·조정치(가운데)·하림(왼쪽)이 꾸린 프로젝트 그룹 이름. 올 초 <에피소드 01 여행>이라는 제목의 여행을 주제로 한 앨범을 발표했다. ‘퇴근길’은 이 앨범의 첫 번째 수록곡이다. 피곤에 찌든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낭만적인 여행을 꿈꾼다는 노랫말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오페라. 지난 18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종신은 이 단어를 넣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뮤지컬은 보통 극을 중심에 두고 음악을 이용하잖아요. 우리들이 하려는 건 음악을 중심에 놓고 극을 이용하는 새로운 형식의 무대입니다. 연극에서 파생한 뮤지컬보다 과거 클래식 음악에서 파생한 오페라를 제목에 넣은 건 그 때문이죠. ‘가요 오페라’라고나 할까요?”
공연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퇴근길 지하철을 배경으로 두고 윤종신·조정치·하림이 직접 출연해 노래·연주에 연기까지 한다. 여기에 다른 배우 5명이 가세한다. 모든 출연자들이 일인다역을 맡아 <에피소드 01 여행> 수록곡들을 여러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개그맨이자 연출가인 백재현이 연출을 맡고,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의 황선영 작가가 대본을 썼다. 윤종신은 “뮤직비디오를 무대에서 직접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며 “노래 아닌 대사는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무대 구상은 가수들의 활동 방식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새 앨범을 내면 보통 3개월 활동에 1~2차례 공연으로 마무리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콘서트와 뮤지컬을 접목한 새로운 장르의 무대를 만들면 2~3년도 충분히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이번 공연 반응이 괜찮으면 내년에 전국 순회공연도 하고 싶어요. 이게 잘되면 다른 가수들도 생각해볼 만한 모델이 되지 않을까요? 가수들이 뮤지컬업계로 가는 것도 좋지만, 가요계 자체 콘텐츠를 갖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무대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윤종신)
“크로스오버 하는 과정의 고통과 의견 충돌도 많았죠. 예컨대 마이크를 손에 들어야 하느냐, 얼굴에 붙여야 하느냐 하는 게 대표적이에요. 우리 공연이 콘서트냐, 뮤지컬이냐 하는 정체성을 결정짓는 큰 요소라고 봤거든요. 결국 주로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고 때에 따라선 얼굴에 마이크 세트를 차는 식으로 절충을 했어요.”(하림)
연기 도전은 어땠냐고 물었더니, 조정치는 “참 어려움이 많더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하림은 “무대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동선을 챙기고 마이크 쥔 손동작까지 신경 쓰며 노래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며 “뮤지컬 배우를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그나마 연기 경험이 있는 윤종신조차 “방송 시트콤에서 연기를 해봤지만 이건 또 다르더라”고 말했다.
“보통 관객들이 낯선 것에 대해 거리감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그냥 편안하게 와서 마음을 활짝 열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신치림 앨범을 미리 듣고 오면 좋고, 안 듣고 와도 좋아요. 공연 보고 ‘아, 음악 좋다. 앨범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게 우리 목표입니다.”(윤종신) (02)549-5520.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미스틱89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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