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송(71)
연기50년 기념극 ‘보물’ 전무송
딸이 극본쓰고 사위가 연출
배우 아들과 한 무대에 서…
배역 떨어져 난리 피울 때
유치진 선생의 말씀 생생해
“네 무대는 연민을 느끼게해” “지난 배우 생활을 돌이켜보면 1970년에 연극 <생일 파티> 할 때 배역에서 떨어져 난리 부리다 동랑 유치진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영원한 윌리 로먼’ 전무송(71)씨가 올해 연기 인생 50년을 맞았다. 1964년 연극 <춘향전>에서 시작해 반백년 한길을 걸어온 그에게 연극계 후배이기도 한 그의 딸과 사위, 아들이 헌정하는 연극 <보물>을 11월8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배우 겸 극작가인 딸 전현아(41)씨가 대본을 쓰고, 사위 김진만(43)씨가 연출을 맡고, 배우인 아들 전진우(37)씨가 아버지와 함께 무대에 선다. 또 오랜 연극동지인 배우 오영수(68)씨가 우정출연한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연극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연극계 어른들이나 선배들도 있는데 건방지게 무슨 50돌 기념 공연이냐고 만류했지만 얘들이 꼭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1970년의 연극 <생일 파티>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드라마센터 배우 시절 군대를 다녀와서 유덕형 연출로 해럴드 핀터 원작의 <생일 파티>를 하는데 부조리극이었어요. 주인공 스탠리 역을 맡기로 했는데 몹시 헤맸지. 그 전에는 주로 사극이나 리얼리즘극을 했는데 3년 동안 군대 갔다 왔으니까 부조리극에 대한 공부가 안 되어 있는 거야. 어느 날 신구씨로 배역이 바뀐 거예요. 화가 나서 잔뜩 술을 먹고 ‘땡깡’을 부렸어요.”
그 다음날 동랑 유치진이 그를 불렀다. 속으로 ‘이제 죽었구나, 쫓겨나겠구나’ 싶었는데 동랑은 의외로 그에게 담배를 권했다고 한다. 몇 번이나 사양했지만 동랑은 “너 술도 잘 먹고 담배도 잘 피우더라. 피워!” 하며 직접 불까지 붙여주었다.
“동랑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너는 다른 배우에겐 없는 큰 무기가 하나 있는데 연민이라는 것이다. 네가 무대에 서면 관객에게 연민을 느끼게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나는 너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네가 그렇게 굴면 되겠느냐. 먼저 인간이 되어라. 그래야 훌륭한 배우가 될 것이다’라고 꾸중을 하시는 거예요. 그때부터 달라졌어요.”
국내에서 아서 밀러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주인공 윌리 로먼 역을 가장 많이 했고 정확한 대사와 감성 어린 연기로 ‘영원한 윌리 로먼’으로 불리던 명배우는 그렇게 단련되었다.
그는 “배우가 제대로 말을 하려면 10년이 걸리고, 제대로 무대에 서려면 또 10년이 간다는 동랑 선생님의 조언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배우 전무송씨는 1962년 현 서울예술대의 전신인 드라마센터 부설 한국연극아카데미에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뒤 가난 때문에 인천에 있는 신문 보급소에서 총무로 일했다. 어느 날 보급소 소장이 건네준 연극표 2장이 그의 배우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한다. 그는 드라마센터에서 유치진 연출로 <햄릿>을 보고 김동원(햄릿), 장민호(왕), 황정순(왕비)씨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의 연기에 넋을 잃어버렸다.
그는 “그때 마침 연극 프로그램 맨 뒷페이지에 드라마센터 부설 한국연극아카데미 학생모집 공고를 보고 ‘그래 이거야’ 싶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입학 오디션 과제는 선반에서 꿀단지를 내리다가 깨뜨리는 장면을 표현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합격했다. 1962년 4월이었다. 그때 같이 입학한 동기는 배우로는 신구·민지환·이호재·김기수·반효정씨, 극작가로는 오태석·윤대성·노경식씨가 있었다. 강사는 이해랑·이원경·여석기·전영우·오사량씨 같은 쟁쟁한 이들이었다.
연극 <보물>은 배우 전무송씨가 배우로서 경험했던 희로애락의 무대 인생 50년을 담은 작품이다. 전씨가 야망 탓에 아들 왕고비 등 가족을 잃고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하다 쓰러진 대배우 ‘왕명성’ 역을 맡았다. 왕명성이 친구인 ‘방대식’, 만년 연습생 ‘진성실’ 등을 통해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그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원하는 게 ‘보물’인데 나에게는 가족이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며 “관객 각자가 다 다르겠지만 당신의 진짜 보물을 찾아보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18일까지. 070-8263-136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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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생 50년 맞은 전무송씨.(위) 아래 사진은 전씨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사위 김진만(연출가), 딸 전현아(극작가), 아들 전진우(배우)씨.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엘에스엠(LSM)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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