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
‘달빛요정’ 이진원 2주기 가상인터뷰
미발표 음원 정리 ‘너클볼…’ 발매
인디음악인 먹고살 구조 됐으면… 6일은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사진)의 2주기 되는 날이다. 그는 2010년 11월 반지하 자취방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져 숨졌다. 그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는 많은 미발표 음원들이 담겨 있었다. 이 음원들을 고인의 동생과 동료들이 고르고 다듬어 <너클볼 컴플렉스>라는 이름으로 2주기에 맞춰 발매한다. 새 앨범 얘기를 중심으로 하늘에 있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과의 ‘가상 인터뷰’를 꾸며봤다. -그곳은 어떤가요? “술 안 마셔도 기분 좋고, 밥 안 먹어도 배불러요. 왜 다들 천국, 천국 하는지 알겠네요. 그래도 가끔은 삽겹살에 소주 한잔 생각나요.” -저도 마지막으로 술잔 부딪치던 날이 생각나네요. 새 앨범은 어떻게 작업한 건가요? “내가 땅에서 작업해놓은 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밴드를 같이했던 (장)혁조와 동생 진민이가 마무리해서 내놓는 거예요. 역시 밴드를 같이했던 (이)동훈·(서)진실·(유)승혜도 참여했고요.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김)남윤이가 믹싱·마스터링 작업을 했어요.” -애초 앨범 계획을 줄줄이 세워놨었다면서요? “2010년 3월 발표한 3.5집 <전투형 달빛요정-프로토타입 에이> 이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3.7집과 4집, 그리고 ‘달빛요정: 이진원’의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었어요. 솔로 앨범에는 혼자 기타 치며 부른 사랑 노래들을 담으려 했죠.” -새 앨범에 실린 ‘그리운 그 이름’과 ‘느리게’가 솔로 앨범에 담을 노래였겠군요. “네, 맞아요. 슬픈 사랑 노래죠.” -‘친구’라는 곡은 노랫말을 들어보니 슬픈 복수극 같아요. “아, 그 노래는 땅에서 남긴 마지막 작품과도 같아요. 그 노래를 밴드와 녹음하려고 하던 그 전날 밤 내가 쓰러졌거든요. 지금이라도 친구들이 완성해줘서 참 고맙고 기뻐요.” -열혈 야구 팬답게 ‘너클볼 컴플렉스’라는 곡을 앨범 제목으로 삼았네요. “인생을 야구에 빗대는 게 내 주특기죠. 이 노래는 지난해 디엠제트(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굿바이 홈런>에 삽입된 노래예요. 만년 약체 원주고 야구부가 기적처럼 전국대회 4강까지 올랐지만, 그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단 한 명도 지명받지 못했고, 대학 야구부에 진학한 2명을 뺀 나머지 졸업생은 모두 야구를 그만뒀다는 씁쓸한 현실을 담은 영화죠.” -왜 하필 ‘너클볼’인가요? “너클볼은 보통 투수들이 던지는 직구·커브·슬라이더 등과 달리 손가락 2~3개로 공을 튕기며 밀어내듯이 던지는 변화구거든요. 속도는 느려도 회전이 거의 없어 타자는 물론이고 투수조차 공이 어떻게 휘어 들어갈지 모르는 ‘마구’예요. 모든 게 빨리 돌아가는 세상에서 느릿느릿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꼭 나랑 닮은 것 같지 않나요? 하하하~.” -정말 그렇군요. 연주곡도 세 곡 있더라고요. “‘그리운 그 사람’,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멋지게 끝내자’라는 곡인데요. 혼자 기타·건반을 치며 틀을 만들어놓고 노래 작업을 채 마치지 못한 걸 동료들이 힘을 보태 멋진 연주곡으로 탄생시켰네요.” -미발표 음원들이 더 있지 않나요? “컴퓨터에 차곡차곡 정리해둔 게 아직 많아요. 동생과 동료들의 힘을 빌려 계속 발표하려고 해요.” -달빛요정이 떠난 뒤 음악인들의 열악한 음원 수익 문제가 새삼 주목받게 됐어요. “하고픈 말이 많지만, 딱 한마디만 할게요. 우리 같은 인디 음악인들도 음악만 하면서 충분히 먹고살 수 있도록 정당한 수익을 돌려받는 구조가 됐으면 해요.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덤핑형 정액제나 창작자에게 턱없이 적게 돌아가는 수익 분배 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해요. 정부와 대형 음원 사이트들이 제대로 하는지 하늘에서 지켜볼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그냥 ‘너클볼 컴플렉스’를 부르는 걸로 대신할게요. 느리다고 놀림받았지/ 게으르다 오해받았지/ 그런 나를 느껴봐/ 아직은 서툰 나의 마구를/ 꿈을 향해 던진다/ 느리고 우아하게/ 찬란하게 빛나는/ 나의 너클볼/ 나는 살아남았다/ 불타는 그라운드/ 가장 높은 그곳에/ 내가 서 있다.” 서정민 기자,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관련영상] 착한콘서트 두드림 ‘달빛요정’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그 쓸쓸함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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