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안정현씨의 작품 <성성·적적>. 안씨는 거친 면 헝겊에 먹으로 그려 한자에 담긴 형태의 근본을 탐색한다. 안정현씨 제공
화가 안정현 개인전
묵직하고 거침없어 보이는 먹선이 화폭을 휘감는다. 자유로운 추상이지만 오히려 많은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그 모습엔 과연 무엇이 담겨 있는 걸까?
화가 안정현씨가 12월2일까지 서울 종로구 스페이스 홍지에서 개인전을 연다. 안씨는 나혜석의 모교인 도쿄여자미술대학에서 실기 전공자이자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따며 일본에서 활동해오다 지난해 귀국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첫 전시회인 이번 개인전에서 안씨는 ‘한자’의 근원을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한자는 ‘서화동원’이란 말이 있듯이 사물의 형태를 본떠 만들었고, 그래서 서예와 회화는 그 뿌리가 연결된다. 이런 속성 때문에 아시아 화가들에게 한자는 오랜 탐구의 대상이었다.
작가는 ‘한자의 해체’를 시도한다. 한자는 사물의 이미지에서 출발했지만 기호가 되면서 이미지보다는 뜻으로 정착되었다. 하지만 한자가 탄생할 때 담고 있었던 이미지는 그 안에 존재한다. 안 작가는 한자를 해체해서 한자 탄생 이전의 어떤 상태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거슬러 올라가고자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자 자체의 점과 선, 획이 나오는 바탕이 되는 여백, 곧 한자나 그림을 그리는 배경이 되는 공간을 함께 주목하는 점이다. 머나먼 고대인들이 이미지를 그리던 화폭이 되었던 동굴 벽처럼 이미지를 품는 배경은 그 자체로 물성을 지닌 자연이었다. 작가는 그래서 종이가 아니라 물질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면 헝겊을 그림판으로 쓴다. 그리고 그 위에 한자를 해체해 구상해낸 이미지를 구현한다. 물질과 물질이 충돌하고 섞이면서 만들어지는 모습이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이다. (02)396-0511.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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