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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그 섬을 지키고 싶다

등록 2012-11-08 20:04

‘굴업도의 바람’ 사진전
핵폐기물 처리장 무산 뒤
골프장 건설계획 또 위기
예술인들 “섬 지키자” 뜻모아
서해의 한 외딴섬을 지키려는 문화 저항이 시작됐다.

13일부터 서울 통의동 류가헌에서 열리는 사진전 ‘굴업도의 바람’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섬 굴업도의 아름다움에 반한 수많은 사람들의 뜻이 모여 탄생한 전시다. 실로 오랜 세월 바다와 바람과 돌이 만들어낸 섬의 정취를 다섯 작가의 렌즈를 통해 보여준다. 파괴 위기에 처한 굴업도를 살리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인천 앞바다 덕적군도에 속해 있는 굴업도는 주민이 10가구가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1920년대까지만 해도 민어잡이 배들이 몰려들어 파시가 성황을 이뤘던 서해 어업의 요지였다. 그러나 1923년 대해일이 덮쳐 집과 배가 모두 파괴된 뒤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고, 섬사람들만 오손도손 살아왔다. 이 섬이 갑자기 뉴스에 등장한 것은 1994년 핵폐기물 처리장 후보지가 되면서다. 많은 사람들의 반대 속에서도 계획이 강행되다가 부근 바다 밑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되는 바람에 굴업도는 폐기물 처리장이 될 뻔한 운명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후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굴업도는 2006년 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린다. 씨제이그룹이 섬의 거의 대부분 땅을 사들여 골프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처음 환경단체들이 앞장서 섬 지키기에 불을 지폈고, 그다음은 문화인들이 동참했다. 미처 몰랐던 굴업도의 경관에 반하고, 수많은 멸종위기 동식물과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섬 지형의 연구가치에 감탄한 문화인들이 스스로 나서 이 섬을 파괴하게 될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고 나섰다. 굴업도의 토끼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인천시가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면서 6년째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씨제이그룹은 사유 재산에 골프장을 짓는 것을 막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굴업도의 운명이 미궁에 빠져 있자 알음알음으로 이 섬을 찾았던 문화예술인들은 올해 5월 ‘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을 결성해 이 섬의 가치를 알리는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건축가 김원·승효상, 소설가 이호철, 화가 임옥상, 사진가 배병우·주명덕, 만화가 박재동·이현세, 무용가 홍신자, 연극인 손숙·박정자, 연출가 표재순, 출판인 이기웅씨 등 한국 문화계의 거목들이 함께하고 있다.

‘굴업도의 바람’ 전시회는 문화예술계의 굴업도 지키기 작업의 신호탄으로, 오랫동안 이 섬을 보호하자는 운동에 앞장서온 환경운동가 이수용씨와 사진가 박영채·석정민(사진)·유별남·조명환씨 등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바다 위 산처럼 솟은 섬들, 그 섬을 다리처럼 연결하는 모래사장, 파도의 침식 속에서 탄생한 기암들과 절벽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포착한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작품들과 함께 굴업도 사진으로 만든 내년 달력도 판매해 굴업도 지키기 기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25일까지. (02)720-2010.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류가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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