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 미제라블’
리뷰 l 뮤지컬 ‘레 미제라블’
출연진 연기력·가창력 빛나고
영화 못잖은 무대기술 돋보여
출연진 연기력·가창력 빛나고
영화 못잖은 무대기술 돋보여
혁명은 실패로 끝난다. 어두운 밤, 여자들은 비탄에 빠져 노래한다. 그리고 묻는다. “새 세상은 있긴 한 건가?” 뮤지컬 <레 미제라블>(사진)의 2막 후반부에서 여자 배우들이 함께 부르는 ‘흘러 흘러’의 한 대목이다. 죽어간 ‘불쌍한 사람들’(레 미제라블)을 노래하는 이들 역시 가진 것 없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첫 한국어판 공연이 지난 3일부터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 포은아트홀에서 막을 올렸다. 1985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후 27년 만이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 삼은 이 뮤지컬은 세계 43개국 300개 도시에서 21개 언어로 공연됐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동안 복역했던 장 발장이 과거를 숨기고 새 삶을 시작해 시장이 되면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만, 자베르 경감이 가석방중 도망친 죄수였던 장 발장을 평생 쫓는다는 내용이다.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일어나는 혁명의 기운 속에 수많은 ‘불쌍한 사람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첫선을 보인 한국어판 <레 미제라블>의 묘미는 단연 42명 출연진의 완벽에 가까운 화음에 있었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 스루 뮤지컬’인 <레 미제라블>에서 배우들은 따로 또 같이 노래하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장 발장(정성화)의 ‘나는 누구인가’, 팡틴(조정은)의 ‘한때는 꿈을 믿었네’, 에포닌(박지연)의 ‘나 홀로’ 등 배우가 연기력과 가창력을 동시에 발휘해야 하는 노래뿐만 아니라 혁명군들이 함께 부르는 ‘민중의 노래’, 모든 출연진이 합창하는 ‘내일로’ 같은 합창곡 역시 극의 감정을 잘 전달한다. 일곱달 동안 10번의 오디션을 거쳐 주·조역부터 단역·아역 배우까지 신중하게 뽑은 제작진의 집념과, 한 배역을 여럿이 나누는 더블캐스팅 대신 ‘원캐스팅’으로 혼자 맡는 배우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장 발장을 연기하는 배우 정성화는 그 특유의 서글서글한 서민적인 이미지와 역할이 자연스레 어울렸다. 가성을 쓰는 고음 부분의 전달력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숙제로 보인다. 문종원은 장 발장을 잡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힌 자베르 경감 역을 현실감 있게 소화했고, 코제트(이지수)의 엄마인 팡틴 역의 조정은의 섬세한 연기력이 돋보였다. 테나르디에 부인 역의 박준면은 전반적으로 웅장하고 진중한 이 뮤지컬에서 중간중간 폭소를 자아내는 익살스런 연기로 감초 구실을 톡톡히 한다.
올해 뮤지컬계 첫손에 꼽힌 기대작답게 무대 기술 측면에서도 완성도가 높았다. 중간중간 배경 영상을 통해 구현되는 파리의 하수구와 거리 곳곳 모습은 배우들의 몸짓과 섞여서 영화 못지않은 표현력을 자랑한다. 음향을 다소 낮추어 배우들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리도록 한 것도 관객에게 작품의 정서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번 한국어판 <레 미제라블>은 초연 판본을 2010년 영국에서 고친 개정판을 바탕 삼았다. 용인에서는 25일까지 공연하며, 다음달~내년 3월 대구, 부산 공연을 거쳐, 4월에 서울(한남동 블루스퀘어) 공연을 시작한다. 1544-1555.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케이시엠아이(KCMI)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 “특검연장 거부…MB, 정치지도자 염치의 한계 끝없이 확장중”
■ 김종인, 박근혜가 불러 나가보니…어머, ‘10대1’
■ 서울 대형 음식점·술집서 ‘담배 못 피운다’
■ 안철수 “박근혜 경제민주화는 무늬만 흉내낸 가짜”
■ 채찍질도 정도껏…당신의 ‘완벽주의’ 건강하십니까?
■ “박후보 배역 귀여워 편파성 걱정했는데…”
■ [화보] 대통령 후보 캐리돌 ‘딱 보니 알겠네’
■ “특검연장 거부…MB, 정치지도자 염치의 한계 끝없이 확장중”
■ 김종인, 박근혜가 불러 나가보니…어머, ‘10대1’
■ 서울 대형 음식점·술집서 ‘담배 못 피운다’
■ 안철수 “박근혜 경제민주화는 무늬만 흉내낸 가짜”
■ 채찍질도 정도껏…당신의 ‘완벽주의’ 건강하십니까?
■ “박후보 배역 귀여워 편파성 걱정했는데…”
■ [화보] 대통령 후보 캐리돌 ‘딱 보니 알겠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