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스키발레단 ‘백조의 호수’
리뷰 l 마린스키발레단 ‘백조의 호수’
‘3막4장’ 각장마다 색다른 분위기
32명 백조가 만들어낸 군무 압권
첫 동양인 발레리노 김기민 ‘갈채’
‘3막4장’ 각장마다 색다른 분위기
32명 백조가 만들어낸 군무 압권
첫 동양인 발레리노 김기민 ‘갈채’
순백색 튀튀(짧고 옆으로 퍼지는 발레 치마)의 가녀린 백조들이 칠흑같이 어두운 호숫가에 나타난다. 32명이지만 한 몸처럼 움직인다.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다. 하얗고 긴 팔다리로 날갯짓을 하고 상체를 유연하게 앞으로 굽혀 몸을 둥글게 접는 동안 발레리나는 백조 자체다.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이 훌륭하다는 말은 발레계에선 ‘지구는 둥글다’는 명제처럼 당연스레 받아들여지지만, 11~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마린스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내한 공연은 그들이 고집스레 이어가는 러시아 정통 발레의 정수를 한번 더 보여줬다.
<백조의 호수>는 누구나 발레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이다. 차이콥스키 음악의 선율 속에 지그프리트 왕자와 오데트(백조), 남녀 주역 무용수가 함께 추는 그랑 파드되(2인무) 등 고전발레의 특징을 구현하면서도, 호숫가의 백조들이 만드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초현실적인 이야기 등 낭만발레의 특성도 담고 있다. 세계 유수의 발레단이 각기 다양한 판본의 <백조의 호수>를 갖고 있다. 마린스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1895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한 공연본을 원작에 가깝게 보존하고 있다.
3막 4장으로 이뤄진 공연은 장이 바뀔 때마다 무대 색감이 확 바뀐다. 지그프리트의 성인식이 열리는 밝은 궁정 풍경으로 시작해 왕자와 백조들이 처음 만나는 밤의 호수, 왕자의 생일 잔치가 열리는 궁정, 왕자가 악마 로트바르트를 물리치고 백조들의 저주가 풀리는 호수 장면 순서다. 주인공들이 ‘해피엔딩’을 맞는 결말은 1950년 마린스키발레단의 예술감독 콘스탄틴 세르게예프가 수정한 판이다.
1막 2장과 3막에서 추는 백조들의 군무가 단연 압권이다. 32명의 백조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였다. 군무진이라 해도 대부분 발레 명문인 러시아 바가노바발레학교에서 혹독한 훈련과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무용수들이다. 동작뿐만 아니라 신체도 균질하다. 러시아에서는 무용수의 키나 골격이 지나치게 커버리면 발레를 그만두고 리듬체조나 기계체조 등으로 진로를 바꾸게 한다고 한다. 몸의 모양부터 동작의 정확성까지 균일하게 걸러지고 길러진 무용수들 덕택에, 관객은 완벽한 통일감이 만드는 아름다움에 빠져들 수 있었다.
주역들의 기교와 표현력도 훌륭했다. 발레단의 인기스타 옥사나 스코리크, 블라디미르 시클랴로프가 첫쨋날 주역으로 등장해 우아하면서도 힘있는 몸짓을 보였고, 둘쨋날엔 베테랑 울리야나 로팟키나, 다닐 코르순체프가 발레단의 대표 무용수들답게 원숙한 기량을 자랑했다. 마지막날엔 마린스키발레단의 첫 동양인 발레리노인 김기민씨가 왕자 역을 맡아 올레샤 노비코바와 함께 무대에 섰다. 그는 백조가 돋보일 수밖에 없는 작품에서 왕자가 개인기를 선보일 수 있는 시간인 3막에서 중력을 거스른 듯 높이 떠올랐다. 시간이 정지한 듯 공중에 머무는 점프는 감탄을 자아냈다.
8년 만에 발레단과 함께 내한한 마린스키 전속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발레와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같은 차이콥스키 음악이라도 발레에서는 일반 음악 공연 때보다는 다소 빠른 속도로 연주해야 하는데, 전속 오케스트라답게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맞췄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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