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페라 테너 임형주
‘클래식 스타일’ 콘서트 여는 임형주
조수미·조용필·조영남에 이어
국내 음악인 네번째 ‘단독’공연
“클래식쪽 곱지 않은 시선 알아
그래도 신경 안쓰고 내길 가려해
기회되면 팝페라 축제 열고 싶어”
조수미·조용필·조영남에 이어
국내 음악인 네번째 ‘단독’공연
“클래식쪽 곱지 않은 시선 알아
그래도 신경 안쓰고 내길 가려해
기회되면 팝페라 축제 열고 싶어”
“개인에게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보다 대관이 어렵다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설 수 있게 됐다는 말에 어찌나 기쁘던지요.”
지난 6일 서울 반포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팝페라 테너 임형주(사진)의 목소리가 살짝 들떴다. 그는 18일 오후 6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클래식 스타일’이라는 제목의 단독공연을 한다. 오페라·발레·뮤지컬 공연이 주로 열리는 오페라극장은 클래식 음악인에게도 단독무대를 좀처럼 내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국내 음악인 중 이곳에서 단독공연을 하는 이는 조수미·조용필·조영남에 이어 임형주가 네번째다.
1998년 12살에 데뷔한 임형주는 2003년 카네기홀 독창회를 시작으로 미국 뉴욕 링컨센터,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볼·월트디즈니콘서트홀, 프랑스 파리 살 가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 등 세계적인 무대에 서왔다. 그런 그에게도 오페라극장 무대는 커다란 설렘으로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공연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임형주는 1부에서 5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 조르다노의 오페라 <페도라> 중 ‘사랑해선 안 될 사람’,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 등 클래식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정말 좋아하는 팝페라 가수 세라 브라이트먼이 2010년 내한 공연에서 오케스트라와 선보인 클래식 무대를 보고 영감을 얻어 저도 클래식 공연을 준비해봤어요. 플라시도 도밍고나 조수미 선배가 팝페라를 하면 ‘외도’라고 하는 것처럼 제가 클래식을 하는 것도 ‘외도’인 셈이죠.”
내친김에 이번 공연을 기념해 클래식 곡만 담은 앨범 <클래식 스타일>을 이달 말 발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 오스트리아 빈 교향악단과 녹음을 마쳤다.
공연 2부는 ‘팝페라 스타일’로 꾸민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주제곡,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삽입곡 등 팝·뮤지컬 명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팬들을 위해 나만의 장기를 선사하지 않을 수 없죠.”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식 때 애국가를 부르며 주목받기 시작한 임형주는 26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이미 갖은 영예를 누렸다. 그래선지 세상을 너무 일찍 겪어버린 이후의 공허함도 느끼는 듯했다.
“더는 제가 대중에게 신선하지 않고 주목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걸 잘 알아요. 이런 상황에 적응 못해 2009년 슬럼프를 겪기도 했죠. 이제는 일찍 핀 꽃이 일찍 진다는 진리를 깨우치게 됐지만, 그래도 허망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팝페라 테너로서 느끼는 고충도 털어놨다.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고도 팝과 오페라의 요소를 섞은 팝페라를 하는 저를 클래식 음악계에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대중도 팝페라를 고상하게만 보는 경향이 있어요.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에서 부유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신경 안 쓰고 내 길을 가려고 해요. 누군가는 한 우물을 파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엔 꿈 얘기로 마무리했다. “그거 아세요? 팝페라의 원조가 한국이란 걸. 1980년대 중반 한국 출신 성악가 키메라를 보고 영국과 프랑스 언론이 ‘팝페라’라는 말을 처음 썼대요. 기회가 되면 한국팝페라협회를 만들고 국제 팝페라 페스티벌을 열고 싶은 꿈이 있어요.” 1544-9818.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디지엔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