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에이-라이브>(A-LIVE)(2010, 엠넷)
<케이엠>(KM) 일요일 밤 9시30분 “간이 심한 음식을 오래 먹으면 미각을 잃는다던가. 티브이 리모컨을 만지는 게 부담스러운 순간들이 늘기 시작했다. 출생의 비밀과 불륜, 살인, 음모, 배신 같은 열쇳말들은 하나만으로도 버거운데, 그걸 한 드라마에 넣고 요리를 하니 어디서 자극을 느끼고 어디서 놀라면 좋은지 모를 지경이 된 것이다. 티브이 보는 게 생업인 양평동 이씨에게 티브이가 물린다는 건 적신호였다. 쇼 프로그램도 딱히 다른 것 같진 않았다. 가수들을 조를 나눠 경쟁시키고, 한 명 탈락시키고 한 명 본선 보내고 두 명씩 다시 충원하는 복잡한 짓을 매달 질리지도 않고 반복하는 프로그램이나, 심사위원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이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는 가수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노래만 듣게 해달라고’라는 불평이 절로 튀어나왔다. 물론 노래만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아직 많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나 <스페이스 공감> 같은 지상파 프로그램부터, <이소라의 두번째 프로포즈> 같은 케이블 프로까지. 하지만 이씨는 어쩐지 사라진 프로그램들이 먼저 떠올랐다. 한번 부활했다가 다시 폐지된 <수요예술무대>, 시청률의 논리에 밀려 끝난 <음악여행 라라라>, 1년을 못 채우고 사라진 <정재형 이효리의 유앤아이> 같은 이름들. 그 이름들은 이제는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쓸쓸한 게, 마치 ‘남아 있는 프로그램들에 제대로 애정을 쏟지 않으면 이렇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이름들 가운데 <에이-라이브>가 있다. 처음 <에이-라이브>를 봤을 때는 ‘뭐 이런 프로가 다 있나’ 생각했다. 그 흔한 엠시도 하나 없이 뮤지션들이 직접 자기 음악 소개하고, 자기 이야기 하고, 노래 부르고, 그러다 끝나는 프로그램이라니.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그렇게 좋았다. 가수가 눌변이면 눌변일수록 더 좋았다. 쇼의 요소를 다 버리고 오롯이 관객과 가수만 남긴 그 싱거운 프로그램은 채널을 돌리다가도 멈춰 서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여기까지 쓰다, 나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나’라는 1인칭 주어를 쓰는 게 부끄럽다고 굳이 ‘양평동 이씨’라는 필터를 씌우고, 칼럼에 잔재미를 준답시고 콩트 형식으로 이야기에 살을 덧붙이고. 어쩌면 나야말로 글에 양념을 과하게 치고 산 건 아닐까.
콩트로 시작해서 이렇게 글을 끝내면 반칙이지만, 본질만 남긴 싱거운 프로그램에 대한 예찬을 하는 글이라면 이번 한번은 이리 끝내도 나쁘지 않겠지. 당신께 싱거워서 좋은 프로그램 <에이-라이브>를 권한다. 이번주는 ‘유재하 가요제’ 출신 가수들이 모인 ‘유재하 동문회’ 편이 방송된다.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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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엠>(KM) 일요일 밤 9시30분 “간이 심한 음식을 오래 먹으면 미각을 잃는다던가. 티브이 리모컨을 만지는 게 부담스러운 순간들이 늘기 시작했다. 출생의 비밀과 불륜, 살인, 음모, 배신 같은 열쇳말들은 하나만으로도 버거운데, 그걸 한 드라마에 넣고 요리를 하니 어디서 자극을 느끼고 어디서 놀라면 좋은지 모를 지경이 된 것이다. 티브이 보는 게 생업인 양평동 이씨에게 티브이가 물린다는 건 적신호였다. 쇼 프로그램도 딱히 다른 것 같진 않았다. 가수들을 조를 나눠 경쟁시키고, 한 명 탈락시키고 한 명 본선 보내고 두 명씩 다시 충원하는 복잡한 짓을 매달 질리지도 않고 반복하는 프로그램이나, 심사위원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이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는 가수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노래만 듣게 해달라고’라는 불평이 절로 튀어나왔다. 물론 노래만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아직 많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나 <스페이스 공감> 같은 지상파 프로그램부터, <이소라의 두번째 프로포즈> 같은 케이블 프로까지. 하지만 이씨는 어쩐지 사라진 프로그램들이 먼저 떠올랐다. 한번 부활했다가 다시 폐지된 <수요예술무대>, 시청률의 논리에 밀려 끝난 <음악여행 라라라>, 1년을 못 채우고 사라진 <정재형 이효리의 유앤아이> 같은 이름들. 그 이름들은 이제는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쓸쓸한 게, 마치 ‘남아 있는 프로그램들에 제대로 애정을 쏟지 않으면 이렇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이름들 가운데 <에이-라이브>가 있다. 처음 <에이-라이브>를 봤을 때는 ‘뭐 이런 프로가 다 있나’ 생각했다. 그 흔한 엠시도 하나 없이 뮤지션들이 직접 자기 음악 소개하고, 자기 이야기 하고, 노래 부르고, 그러다 끝나는 프로그램이라니.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그렇게 좋았다. 가수가 눌변이면 눌변일수록 더 좋았다. 쇼의 요소를 다 버리고 오롯이 관객과 가수만 남긴 그 싱거운 프로그램은 채널을 돌리다가도 멈춰 서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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