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석(24)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전동석
작년 햄릿부터 4편 출연하느라
밤엔 공연, 낮엔 다른작품 연습 20대 초반 이별의 경험 있어서
베르테르의 슬픔 이해되더군요 “여러 작품을 겹치기로 하게 되니까, 내가 뭘 하는 걸까 혼란스러웠어요. 한 인간으로서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성악 전공자다운 뛰어난 노래 실력과 훤칠한 외모로 뮤지컬계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구가하는 전동석(24·사진)은 또래 뮤지컬 배우 가운데 가장 바쁜 축에 속한다. 지난해 10월 <햄릿> 때부터 지금 출연중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까지 4편의 뮤지컬에 연이어 출연했다. 밤에는 이 작품을 공연하고 낮에는 또다른 작품을 연습하는 ‘이중생활’을 1년 넘게 해왔다고 한다. “<햄릿>의 ‘레어티스’를 연기하면서 <엘리자벳>의 ‘루돌프’ 황태자를 연습하고, <엘리자벳>을 공연하면서 <두 도시 이야기>의 ‘찰스 다네이’를 연습했어요. <두 도시 이야기>를 공연중이던 지난여름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출연 제안이 들어왔는데, 또 연습 기간이 겹치더라고요. 고민했어요. 더군다나 ‘베르테르’ 역은 감정 소모가 많잖아요.” 하지만 ‘베르테르’를 선택한 건 잘한 일이라는 게 요즘 생각이다. 짝사랑에 괴로워하다 결국 자살하는 비극적인 주인공 베르테르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일이 처음엔 두려웠지만, “힘든 감정을 연기에 실어서 쏟아내니까 오히려 그간 지쳤던 마음이 ‘힐링’되는 것도 같다”고 한다. 3년 전 오래도록 사귀어온 연인한테서 이별 통보를 받고 죽음 문턱까지 갈 뻔했다는 그는 그 실연의 아픔이 베르테르의 복잡한 심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성악을 전공한 그는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중 해병대에 입대를 했는데 “포상휴가를 받기 위해” 처음으로 뮤지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군대 노래 대회에서 가요나 뮤지컬 노래, 군가를 부르면 되는데, 성악 공부를 한 사람들은 뮤지컬 노래를 부른다고 하기에 ‘대성당들의 시대’(<노트르담 드 파리>)를 찾아서 부른 게 시작이었어요.” 제대 뒤 진로를 고민하다 ‘성악 유학을 가면 돈이 많이 든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더해져 결국 뮤지컬 배우가 되기로 마음을 굳히고, 2009년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아르’ 역으로 데뷔했다. 대학에선 뮤지컬을 택한 성악 전공자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지도교수는 “내 수업에서 빠지라”고 했고, 다른 교수들도 그에게 “딴따라”라고 놀렸다고 한다. 현재 휴학중인데 내년엔 복학할 계획이라면서 그는 이렇게 되물었다. “성악이든 뮤지컬이든 대중가요든 노래하는 ‘노래쟁이’는 모두 ‘딴따라’ 아닌가요?” 전동석은 한번 더 ‘겹치기 출연’을 해야 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다음달 16일까지 공연을 계속하는데, 22~23일 울산, 29일~다음달 2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리는 <두 도시 이야기>에도 출연한다. 그는 “찰스 다네이를 할 때 베르테르가 튀어나오거나, 그 반대 경우가 생기면 어떡할까요” 하고 농담을 섞은 걱정을 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씨제이이앤엠(CJ E&M) 제공
밤엔 공연, 낮엔 다른작품 연습 20대 초반 이별의 경험 있어서
베르테르의 슬픔 이해되더군요 “여러 작품을 겹치기로 하게 되니까, 내가 뭘 하는 걸까 혼란스러웠어요. 한 인간으로서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성악 전공자다운 뛰어난 노래 실력과 훤칠한 외모로 뮤지컬계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구가하는 전동석(24·사진)은 또래 뮤지컬 배우 가운데 가장 바쁜 축에 속한다. 지난해 10월 <햄릿> 때부터 지금 출연중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까지 4편의 뮤지컬에 연이어 출연했다. 밤에는 이 작품을 공연하고 낮에는 또다른 작품을 연습하는 ‘이중생활’을 1년 넘게 해왔다고 한다. “<햄릿>의 ‘레어티스’를 연기하면서 <엘리자벳>의 ‘루돌프’ 황태자를 연습하고, <엘리자벳>을 공연하면서 <두 도시 이야기>의 ‘찰스 다네이’를 연습했어요. <두 도시 이야기>를 공연중이던 지난여름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출연 제안이 들어왔는데, 또 연습 기간이 겹치더라고요. 고민했어요. 더군다나 ‘베르테르’ 역은 감정 소모가 많잖아요.” 하지만 ‘베르테르’를 선택한 건 잘한 일이라는 게 요즘 생각이다. 짝사랑에 괴로워하다 결국 자살하는 비극적인 주인공 베르테르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일이 처음엔 두려웠지만, “힘든 감정을 연기에 실어서 쏟아내니까 오히려 그간 지쳤던 마음이 ‘힐링’되는 것도 같다”고 한다. 3년 전 오래도록 사귀어온 연인한테서 이별 통보를 받고 죽음 문턱까지 갈 뻔했다는 그는 그 실연의 아픔이 베르테르의 복잡한 심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성악을 전공한 그는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중 해병대에 입대를 했는데 “포상휴가를 받기 위해” 처음으로 뮤지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군대 노래 대회에서 가요나 뮤지컬 노래, 군가를 부르면 되는데, 성악 공부를 한 사람들은 뮤지컬 노래를 부른다고 하기에 ‘대성당들의 시대’(<노트르담 드 파리>)를 찾아서 부른 게 시작이었어요.” 제대 뒤 진로를 고민하다 ‘성악 유학을 가면 돈이 많이 든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더해져 결국 뮤지컬 배우가 되기로 마음을 굳히고, 2009년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아르’ 역으로 데뷔했다. 대학에선 뮤지컬을 택한 성악 전공자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지도교수는 “내 수업에서 빠지라”고 했고, 다른 교수들도 그에게 “딴따라”라고 놀렸다고 한다. 현재 휴학중인데 내년엔 복학할 계획이라면서 그는 이렇게 되물었다. “성악이든 뮤지컬이든 대중가요든 노래하는 ‘노래쟁이’는 모두 ‘딴따라’ 아닌가요?” 전동석은 한번 더 ‘겹치기 출연’을 해야 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다음달 16일까지 공연을 계속하는데, 22~23일 울산, 29일~다음달 2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리는 <두 도시 이야기>에도 출연한다. 그는 “찰스 다네이를 할 때 베르테르가 튀어나오거나, 그 반대 경우가 생기면 어떡할까요” 하고 농담을 섞은 걱정을 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씨제이이앤엠(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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