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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23번째 유재하’가 궁금하다

등록 2012-11-20 19:49

서정민의 음악다방
그 좋다는 ‘그래미의 여왕’ 노라 존스의 공연에 가지 못했다. 아니, 안 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같은 시간인 17일 저녁 서울 홍대앞 상상마당에서 열린 ‘디어 유재하, 그대 내 품에’ 공연을 택했기 때문이다. 사실 출연진은 이한철·원모어찬스 등 자주 봐온 가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날만은 노라 존스보다 그들 무대에 마음이 더 끌렸다.

유재하. 25살이던 1987년 11월1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비운의 음악인. 한양대 작곡과 출신인 그는 클래식과 재즈의 어법을 도입해 가요도 충분히 고급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그가 남긴 단 한 장의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는 국내 대중음악 수준을 끌어올린 명반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싱어송라이터’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빼어난 가창력 없이도 직접 만든 선율에 자신의 솔직한 얘기를 담고 편곡까지 스스로 한 노래는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의 1집 모든 수록곡은 (앨범에 플루트 연주자로 참여하기도 한)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내는 연서와도 같았다. 이렇게 진심이 담긴 음악의 위대함을 그는 세상에 널리 알렸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는 앨범 수익금으로 ‘유재하 음악 장학회’를 만들었다. 장학회는 싱어송라이터를 대상으로 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1989년부터 해마다 열어 입상자에게 장학금을 수여해오고 있다. 조규찬·고찬용·유희열 등 많은 음악인들이 이 대회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디어 유재하…’ 공연은 이 대회 출신인 이한철과 정지찬(원모어찬스)이 같은 대회 출신 후배들을 모으면서 성사됐다. 스윗소로우·권순관(노리플라이)·오지은·옥상달빛·피터팬컴플렉스 등이 기꺼이 동참했다. 이들은 유재하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들려준 건 물론이고, 지난해 22회 대회 입상자 등 후배들과 협업무대도 선보였다. 여성 듀오 옥상달빛은 18회 대회에서 동상을 받았으나 지금은 학원 강사를 하는 ‘일반 시민’ 김은주씨와 당시 수상곡 ‘언젠가’를 함께 불렀다. 옥상달빛의 박세진은 “이 노래를 참 좋아해 어렵게 주인공을 모셨다. 오늘 무대를 계기로 김은주씨가 다시 음악을 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막내 격인 22회 입상자 10팀은 유재하 25주기인 지난 1일에 맞춰 <우리들의 유재하: 가리워진 길>이라는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팀당 50만원씩 갹출해 제작비를 충당하고 모든 제작 과정을 직접 해냈다. 이한철은 이날 무대에서 “스스로 앨범까지 만들어낸 후배들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축제는 뒤풀이에서도 이어졌다. 선후배가 어우러져 술잔과 음악 얘기를 나눴다. 누군가가 먼저 한쪽에 마련된 건반을 치며 노래하자 다음 지원자들이 줄줄이 나왔다. 정지찬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입상이 음악인의 길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선후배가 어울리는 자리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오는 24일 다시 모인다.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열리는 23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입상자를 새 후배로 맞이하고 축하해주기 위해서다. 한때 재정난으로 없어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이 대회는 어렵사리 ‘싱어송라이터 산실’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전날 열리는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케이4> 결승전에서 누가 우승할지보다 또 어떤 멋진 ‘유재하들’을 만나게 될지가 훨씬 더 궁금하고 기대된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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