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거장의 피아노 마법에 관중은 숨이 멎었다

등록 2012-11-21 20:11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67)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67)
리뷰 l 라두 루푸 첫 내한공연
슈베르트 작품 독주회땐
앙코르 2회로 청중에 화답
베토벤 협주곡 무대선
지휘자와 ‘연탄’ 깜짝선물
17일과 19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음색의 마법’이 펼쳐졌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루마니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67)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영롱하고 신비로운 음색으로, 천상의 환영을 보여줬다.

17일 슈베르트의 작품으로만 꾸민 독주회에서 그는 <16개의 독일 춤곡 디(D).783> 중 세번째 곡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청중에게 ‘마법’을 걸었다. 그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둥글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었다. 그 힘의 바탕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정제되어 흘러나오는 깊은 호흡이었다. 시적인 정서가 넘치는 <4개의 즉흥곡 디.935> 중 세번째 곡과 네번째 곡, 슈베르트가 말년에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21번 디.960>에서 음색의 아름다움은 극에 달했다. 그의 연주에서 박자, 리듬은 부수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숨을 몰아쉬는 소리와 함께 탄성이 새어나왔다.

19일 베토벤 협주곡 무대에서도 그는 등받이 의자에 몸을 기대고 음악을 응시하듯 연주했다. 많은 피아니스트가 협주곡 연주 때 온 힘을 쏟아부어 오케스트라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것과 달리, 루푸는 협주곡도 독주곡처럼 힘을 뺀 상태로 연주했다. 음색을 부드럽게 해주는 소프트 페달을 빈번히 사용했으며, 자신이 추구하는 궁극의 소리를 구현하는 데 모든 걸 집중하는 듯 보였다. 대체로 음량을 키우지 않았고, 박자도 자의적인 해석에 따른 부분이 많았다.

이날 함께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이대욱 지휘)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 1, 2악장까지 균형을 잘 맞추지 못했다. 무리 없는 연주였지만, 루푸 특유의 음색에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오케스트라가 어딘가 주눅이 든 듯하자, 루푸는 연주 도중 왼손으로 신호를 보내며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에서는 균형감이 훨씬 좋아졌고, 3악장에서는 청중으로 하여금 다시 한번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벅찬 기분을 느끼게 했다.

17일 독주회에서 두번의 앙코르 연주로 청중의 환호에 답했던 루푸는, 19일 본 연주가 끝난 뒤 깜짝 선물을 안겼다. 이대욱 지휘자와 손을 잡고 등장해 슈베르트의 <군대행진곡>을 연탄(한 대의 피아노를 두 사람이 함께 치며 연주)한 것이다. 루푸가 연주회 당일 리허설 도중 갑자기 연탄을 제안했다고 했다. 이 지휘자는 피아노 앞에 앉기 전 “루푸가 ‘나를 위해 반주하느라 지휘자가 수고했으니, 이번엔 내가 반주(연탄곡에서 저음역 부분)를 맡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객석에서는 웃음과 함께 커다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감히 닿을 수 없을 듯한 곳에 있던 거장은 이렇게 모두에게 친근하게 작별 인사를 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마스트미디어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패널 없이 사회만 두고 ‘1 대 1 토론’…21일 밤 100분에 사활 건다
박근혜 “성폭행범, 사형 포함해 엄벌해야” 발언 논란
김무성 “노무현, 스스로의 부정 감추기 위해 자살”
‘미스터 빈’ 은퇴…“50대에 바보연기 부끄럽다”
전혜빈 “뱀과 지렁이 만지는 일 고역은 아니었어요”
팔레스타인 사망자 130명으로 증가…공습 중 팔 언론인 3명 사망
[화보] 그때 그시절 김장 풍경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