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6집 ‘걸음걸이 주의보’ 발표
기교 없이 담백한 피아노 연주곡에
노랫말 쓰고 직접 부른 밴드곡 담아
“장르요? 그냥 하고 싶은 음악할 뿐
일흔살 넘으면 재즈 트리오 하고파” 음반가게 주인이라면, 정원영 6집 <걸음걸이 주의보>를 어느 진열장에 놓을지 고민깨나 할 것 같다. 재즈·록·팝·뉴에이지 등 여러 음악 요소를 재료 삼아 완성한 음반은 장르 구분을 어렵게 만든다. 다만 명확한 건, 그 많은 요소들로부터 뽑아낸 결과물이 여백 많은 수묵화처럼 담백하고 파스텔톤 수채화처럼 투명하다는 점이다. “장르를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하고 싶은 걸 할 뿐이죠.” 지난 21일 저녁 서울 성내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정원영(52)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앨범에선 ‘빈방’, ‘새벽을 걷다’, ‘후회’ 등 피아노 연주곡이 주를 이룬다. 이들 곡에는 화려한 기교가 없다. 대신 느리고 묵직한 건반 누름이 듣는 이의 외로움의 심연에 가 닿는 듯하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잖아요. 근원적인 외로움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노랫말을 쓰고 직접 부른 3곡도 있다. 그 중 ‘선인장과 치즈’와 ‘행복해졌어’는 특별히 밴드 음악으로 만들었다. “비틀스처럼 비어 있으면서도 깊이감 있는 사운드를 내고 싶어” 신윤철·송홍섭·김책이 참여한 밴드 ‘카도’에게 도움을 청했다. “중3 때 친구와 만든 밴드로 처음 음악을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음악을 한 것도 ‘석기시대’, ‘사랑과 평화’, ‘위대한 탄생’ 같은 밴드에서였죠. 이후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를 공부했지만, 여전히 ‘음악=밴드’라는 인식이 남아 있어요.” 두 곡은 이전과 달리 노랫말을 먼저 쓴 뒤 선율을 붙였다는 공통점도 지닌다. “재작년부터 글쓰기에 재미 붙여 습작 소설을 쓰고 있어요. 문신 한 여자들을 만나는 남자 얘기죠. 그 영향으로 소설처럼 상상하며 노랫말을 먼저 써봤어요. 그랬더니 노랫말을 잘 전하기 위해 선율을 쉽고 단순하게 만들게 되더라고요. 왜 이걸 음악 한 지 30년 넘은 이제야 알게 됐는지….” 타이틀곡 ‘행복해졌어’는 “장기하 곡처럼 써보려고 한 노래”다. 처음에는 ‘기하학적 사고’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작업실에 놀러온 장기하가 악보를 보고는 “제목이 이게 뭐냐”며 웃었다는 일화도 전했다. “누가 이 곡을 사전설명 없이 듣더니 ‘장기하가 부르면 어울리겠네’ 하더라고요. 속으로 ‘성공이구나’ 하며 웃었죠.”
그는 솔로 앨범과 별개로 제자들과 결성한 정원영밴드로 2장의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에게 밴드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놀이”라면 피아노는 “마음을 치유해주는 평생의 동반자”다. “혼자 피아노를 치면 스스로 힐링이 돼요. 그렇게 만든 음악이 다른 이들에게도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2010년 솔로 5집부터 피아노 연주곡을 부쩍 많이 넣게 됐죠.”
앞으로도 피아노와 밴드 음악을 병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3~4인조 펑크록 밴드를 만들어 피아노 대신 드럼을 쳐볼까 하는 생각도 있단다. “드럼을 배우고 있는데 쉽진 않네요. 하하~. 일흔살 넘으면 재즈 트리오를 해보고 싶어요.”
그는 호원대 실용음악학부 교수를 지내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케이>에서 주목받은 장재인·이정아뿐 아니라 연주인 제자들도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정원영 사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그는 “사단 같은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저 훌륭한 아이들이 제 눈에 띄는 게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아마도 그 아이들이 저보다 100배는 더 뛰어나고 좋은 음악을 더 많은 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5~10년만 기다려보세요. 한국의 키스 재럿, 허비 핸콕(거장 재즈 피아니스트)이 분명히 나올 겁니다. 그게 요즘 저의 최대 관심사예요.”
“지난 수시 모집 때 엄청난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를 발견했다”고 침 튀며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신이 난 어린아이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루바토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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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요? 그냥 하고 싶은 음악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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