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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10개월의 공백 씻은 장쾌한 연주

등록 2012-12-02 20:28

KBS 교향악단
KBS 교향악단
리뷰 l KBS 교향악단 특별연주회
재단법인 출범 기념한 첫 무대
긴장 탓 초반 힘겨워 보였지만
시간 흐를수록 분위기 고조돼

기억 조차하기 괴로운 공연이었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월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냉기로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지휘자 유스투스 프란츠는 수렁에 빠진 오케스트라와 가까스로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그 뒤로도 계속된 함신익 상임지휘자와 단원 간의 갈등, 재단법인화로 10개월 가까운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11월30일, 케이비에스(KBS)교향악단은 혼란을 수습하고 예술의전당에서 재단법인 출범 기념 특별연주회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객원 지휘자는 미하일 플레트뇨프, 첫 곡목은 리스트의 <교향시 4번 ‘오르페우스’>였다. 시작이 좋았다. 맑게 공명하는 하프, 소박하면서도 낭랑한 울림의 호른, 질감 두툼한 첼로. 각 부분들이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냈다. 제목 그대로 오랜 기간 수금을 손에 놓았던 악사들이 찬찬히 기지개를 켜는 것 같았다. 충분한 리허설을 거쳤으리라는 짐작이 갔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차례에서는 29살인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알리나 포고스티키나가 국내 데뷔 무대를 펼쳤다. 그는 여느 러시아계·독일계 바이올리니스트들과 달리 비단결처럼 하늘하늘한 톤과 감미로운 음색을 선보였다. 활을 무리하게 누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율을 이어가는 솜씨에, 음정 처리도 깔끔하니 정확했다. 그러나 선이 부드럽다 못해 여렸으며, 선율 사이를 빠르게 잇는 연결부(패시지)에서 소리를 부메랑같이 날려 되돌리는 원심력이 부족했다. 늘어지고 유약하며 맥없는 브람스였다.

메인 프로그램은 차이콥스키의 <관현악 모음곡 3번>. 첫 곡 ‘엘레지’는 지휘자의 놀라울 만큼 명확한 지시와 친절한 신호에도 불구하고, 겨울날의 고적한 환상을 담은 악상은 푸근하게 다가오지 못했다. 공백기 때문에 긴장한 것인가. 힘겹게 연주하는 느낌이었다. 바이올린 주자들을 무대 좌우로 갈라놓은 배치로 제2 바이올린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짤막한 2곡 ‘우울한 왈츠’를 거쳐 3곡 ‘스케르초’에 들어서면서 부풀었다가 사그라지는 리듬감이 본격적으로 살아났다. 4곡 ‘주제와 변주’는 매우 훌륭했다. 목관을 가운데 두고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섹션 사이 뛰노는 듯 에너지가 옮겨다니는 모습이 입체적으로 펼쳐졌다. 10번째 변주 부분에서 콘서트마스터의 바이올린 솔로는 일품이었다. 묵직한 금관 팡파르는 악단의 전성기 때를 환기시켰다. 감정 기복이 풍부한 후반 변주가 장관이었다.

플레트뇨프와 케이비에스교향악단은 앙코르로 하차투리안의 발레모음곡 <가이느> 중 ‘레즈긴카’를 장쾌하게 연주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벽난로 앞 같은 이 훈훈한 분위기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케이비에스교향악단은 사정이 어찌됐든 애호가들의 불신이 깊어졌음을 명심해야 한다. 더욱 분발하길 바란다. 그들의 능력은 건재하므로.

이영진/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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