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진가 자코멜리 회고전
‘빛 조절’ 통한 강렬한 명암대비
‘눈밭위 수사들’ 등 대표작 전시 1960년 어느 날 이탈리아의 젊은 사진가 마리오 자코멜리(1925~2000)는 가톨릭교회로부터 신학교의 젊은 수사들을 찍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젊은 수사들을 다룬 일련의 작품은 그의 사진 인생에서 가장 유명한 이미지로 남게 된다. <나에게는 얼굴을 쓰다듬을 손이 없다>(사진)는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수필가이기도 했던 다비드 마리아 투롤도 신부가 1948년에 쓴 시 <나에게는 손이 없다>에서 따온 제목이다. 자코멜리는 겨울 몇 달 동안 눈싸움을 하고 춤을 추는 수사들을 역동감 있고 활발하며 밝은 시선으로 담아냈다. 시와 달리 자코멜리의 사진에 등장하는 수사들에겐 구도의 길을 걷는 성직자들의 고민과 두려움이 보이지 않고 순수함과 상쾌함이 느껴진다. 훗날 자코멜리는 “두려움을 지닌 수사들의 모습은 마음속 필름에만 담았다”고 고백한다. 사진가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진다. <나에게는 얼굴을 쓰다듬을 손이 없다>는 자코멜리의 다른 작업에서 보는 것처럼 매우 강렬한 대비(콘트라스트)가 두드러진다. 눈밭이란 배경이 자코멜리에겐 하얀 물감 구실을 해서 검정 수사복을 더 강조할 수 있었다. 자코멜리는 암실작업에서도 그만의 개성을 위해 어떤 부분을 더 ‘태우거나 가려서’, 곧 빛을 더 줘서 더 검게 만들거나 빛을 차단해 더 희게 만들어서, 강한 대비를 한 번 더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흰색은 강렬하다 못해 빛처럼 보이고 검정 속엔 조금의 회색조차도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이 사진가가 더 오랫동안 추구했던 작업은 호스피스에서 생의 마감을 준비하는 노인들에 대한 기록이다. 아홉 살에 아버지를 떠나보낸 사진가의 어린 시절 기억이 죽음과 이별이란 테마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자코멜리는 어머니가 일하던 호스피스에서 죽음과 삶 자체와 거기서 나오는 고통과 아픔에 대한 사진들을 몇십 년 동안 찍었다. 자코멜리의 사진전 ‘더 블랙 이스 웨이팅 포 더 화이트’는 이 작가의 국내 첫 회고전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이 개관 10돌 기념으로 내년 2월24일까지 연다. 자코멜리의 사진 인생 전반을 조망할 수 있게 대표작 220여점과 생전 출판물 등도 같이 전시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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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위 수사들’ 등 대표작 전시 1960년 어느 날 이탈리아의 젊은 사진가 마리오 자코멜리(1925~2000)는 가톨릭교회로부터 신학교의 젊은 수사들을 찍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젊은 수사들을 다룬 일련의 작품은 그의 사진 인생에서 가장 유명한 이미지로 남게 된다. <나에게는 얼굴을 쓰다듬을 손이 없다>(사진)는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수필가이기도 했던 다비드 마리아 투롤도 신부가 1948년에 쓴 시 <나에게는 손이 없다>에서 따온 제목이다. 자코멜리는 겨울 몇 달 동안 눈싸움을 하고 춤을 추는 수사들을 역동감 있고 활발하며 밝은 시선으로 담아냈다. 시와 달리 자코멜리의 사진에 등장하는 수사들에겐 구도의 길을 걷는 성직자들의 고민과 두려움이 보이지 않고 순수함과 상쾌함이 느껴진다. 훗날 자코멜리는 “두려움을 지닌 수사들의 모습은 마음속 필름에만 담았다”고 고백한다. 사진가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진다. <나에게는 얼굴을 쓰다듬을 손이 없다>는 자코멜리의 다른 작업에서 보는 것처럼 매우 강렬한 대비(콘트라스트)가 두드러진다. 눈밭이란 배경이 자코멜리에겐 하얀 물감 구실을 해서 검정 수사복을 더 강조할 수 있었다. 자코멜리는 암실작업에서도 그만의 개성을 위해 어떤 부분을 더 ‘태우거나 가려서’, 곧 빛을 더 줘서 더 검게 만들거나 빛을 차단해 더 희게 만들어서, 강한 대비를 한 번 더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흰색은 강렬하다 못해 빛처럼 보이고 검정 속엔 조금의 회색조차도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이 사진가가 더 오랫동안 추구했던 작업은 호스피스에서 생의 마감을 준비하는 노인들에 대한 기록이다. 아홉 살에 아버지를 떠나보낸 사진가의 어린 시절 기억이 죽음과 이별이란 테마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자코멜리는 어머니가 일하던 호스피스에서 죽음과 삶 자체와 거기서 나오는 고통과 아픔에 대한 사진들을 몇십 년 동안 찍었다. 자코멜리의 사진전 ‘더 블랙 이스 웨이팅 포 더 화이트’는 이 작가의 국내 첫 회고전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이 개관 10돌 기념으로 내년 2월24일까지 연다. 자코멜리의 사진 인생 전반을 조망할 수 있게 대표작 220여점과 생전 출판물 등도 같이 전시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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