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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당신이 걸친 옷
당신 자신일수도

등록 2012-12-03 20:09수정 2012-12-03 20:10

현대무용 <소셜 스킨>
현대무용 <소셜 스킨>
리뷰 l 현대무용 ‘소셜 스킨’
불이 켜지면 무대 뒤편 벽에 걸린 500㎏ 옷더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층을 이뤄 빼곡히 걸려 있다. 옷무더기 벽 앞에서 무용수들은 역동적이면서도 어딘가 힘겨워 보이는 몸짓을 시작한다. 죽은 듯 늘어져 있는 여자 무용수의 몸을 남자 무용수가 끌어당겼다가, 일으켜 세웠다가, 눕혔다가를 반복하는가 하면, 13명의 무용수가 마치 행진을 하듯 발소리를 맞추고 무대 위를 쿵쿵거리면서 뛰어다닌다.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홍승엽)의 현대무용 <소셜 스킨>(사진)이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됐다. 유럽을 주 무대로 활동해온 이스라엘 안무가 우리 이브기와 네덜란드 안무가 요한 흐레번(그레벤)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2010년 8월 창단 이래 외국 안무가들과 우리나라 무용수들의 기획 협업 공연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엔 프랑스 안무가 조엘 부비에와 협업해 <왓 어바웃 러브>라는 작품을 공연했다. 이브기와 흐레번은 지난해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에서 작품 <오브젝트>를 한국 관객에게 선보인 뒤 국립현대무용단과 인연을 맺고 <소셜 스킨>을 준비하게 됐다.

옷무더기는 자리에 가만히 멈춰 있는 배경이 아니다. 뛰어다니던 무용수들은 일순간 옷벽 앞에 서서 걸린 옷들을 바라본다. 그러다 하나씩 옷을 당겨 몸에 대어 보고, 입어 본다. 옷들은 대형을 바꿔 원래 걸려 있던 위치에서 움직여 무대 가운데에서 낮은 숲 같은 모양을 만들기도 한다. 무용수의 몸 뒤에서 옆으로, 다시 뒤로 자리를 바꾸면서 옷들은 무용수 개개의 몸보다 더 눈길을 끄는 주인공이 된다.

무용수들은 공연 중반부에 무대 가운데에 모여 “네 심장소리는 내가 사는 세상”이라고 함께 노래한다. 피부색과 비슷한 얇은 옷만 입고 있던 무용수들이 검은색 상의를 맞춰 입고 등장한다. 뛰어다니고 몸을 비틀다가 날아오르면서 각자 움직이던 이들을 한자리에 호출한 것도 옷이다. 옷을 입기 위해서다.

이 무용 작품의 제목 ‘소셜 스킨’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옷을 의미한다. 옷은 남아 있는 기억이다. 공연 초반부에 나온 죽은 여자 무용수들의 옷일 수도 있고, 아련한 표정으로 사랑을 노래하던 남녀 무용수들의 지난 사랑의 추억일 수도 있다. 두 안무가는 몸과 옷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려 했다고 밝혔다. 장면이 바뀌는 지점에서 다소 늘어지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짜여 있다. 무용수들은 고난도 테크닉뿐만 아니라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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