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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비극적 ‘리어왕’
유쾌한 비틀기

등록 2012-12-03 20:13수정 2012-12-03 21:25

지난달 30일 서울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열린 연극 <리어 외전>의 1막 ‘재산분배’ 연습 장면. 연출가 고선웅씨가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 왕>을 ‘오락 비극’으로 비틀어 관심을 끈다. 엘지아트센터 제공
지난달 30일 서울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열린 연극 <리어 외전>의 1막 ‘재산분배’ 연습 장면. 연출가 고선웅씨가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 왕>을 ‘오락 비극’으로 비틀어 관심을 끈다. 엘지아트센터 제공
연극 ‘리어 외전’
셰익스피어 원작 두번째 연출 고선웅
권위없는 리어왕·맹랑한 코딜리어 등
원작 캐릭터 변용해 비극 속 웃음 줘

대학로의 소문난 입담꾼 고선웅(44·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씨가 또 한 편의 문제작을 내놓았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민간 공연장인 엘지아트센터와 손잡고 오는 12일부터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연극 <리어 외전>이다. 2010년 셰익스피어 비극 <맥베스>를 희극적으로 비튼 <칼로 막베스>로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비극 <리어 왕>에 그 칼을 들이댔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남산창작센터 연습실. 4각형 무대 위에는 셰익스피어 원작 <리어 왕>의 그 유명한 도입부인 ‘리어 왕의 재산분배’ 장면이 시연되고 있었다. ‘리어 왕’(이승철 분)이 세 딸과 사위들을 불러 “나를 향한 충성과 사랑의 말에 값을 매겨 땅을 나누어 주겠다”고 선언하자 큰딸 ‘거너릴’(추귀정 분)과 둘째 딸 ‘리건’(박주연 분)은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내어 3분의 1씩 땅을 차지한다. 여기까지는 원작과 같다.

그런데 리어 왕이 “막내 코딜리어는 사랑의 말을 일부러 만들어 내지 않고도 저절로 3분의 1이다”라며 원작의 흐름을 살짝 비튼다. 해설자 격인 ‘코러스 장’(선종남 분)도 “다행도 이런 다행은 또 없구나. 막내딸에게 물었더라면 엉망진창의 비극이 되었을 터”라고 외친다.

하지만 연극은 셋째 딸 ‘코딜리어’(이경미 분)가 “나도 말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한 뒤 “낯간지럽게 사랑한다는 말을 왜 하느냐”고 대들다가 리어 왕에게 내침을 당하면서 다시 원작의 줄거리를 탄다. 그러다 코딜리어가 “아버지는 집착이 심하다”고 핀잔을 주자, 리어 왕은 “셰익스피어가 그렇게 테스트를 했잖아!”라고 반박한다. 두 사람의 입씨름을 지켜보던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고선웅식 ‘고전 비틀기’이다.

고선웅 연출가는 <리어 외전>을 “오락 비극”이라 소개했다. 비극 속에 유쾌함과 오락적인 요소를 담았다고 한다. 그는 “지금껏 셰익스피어의 고전이나 권위 있는 작품에 제 스타일을 가미해 원작을 비틀어왔는데 여기에 더해 이번 연극에서는 가화만사성이랄지 가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강남의 관객들이 ‘더 좋은 고급 장르들이 많은데 왜 굳이 연극을 봐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이 작품을 보고서 뮤지컬이나 영화와는 다른 연극만의 매력에 공감한다면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리어 외전>은 원작 <리어 왕>의 캐릭터를 조금씩 변용했다. 원작에서 권위적이고 때론 실성한 듯 보이는 리어 왕은 좀더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로, 착하고 여린 코딜리어는 맹랑하고 톡톡 튀는 인물로, 맏사위 올버니는 티베트의 성자를 꿈꾸는 음유시인에 가깝게 각색했다. 원작 속 광대를 빼고 9명의 코러스를 등장시켜 극적 박진감과 음악성, 장면 전환의 효율성을 꾀했다.

리어 왕 역을 맡은 배우 이승철씨는 “고선웅 연출가의 리어 왕은 권위라고는 전혀 없고 또 우리 집안의 아버지 같은 느낌의 인물이기에 그런 점을 잘 살려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리어 외전>은 주로 무용과 뮤지컬, 국외 연극을 소개해온 엘지아트센터가 국내의 젊은 연출가 발굴과 강남 지역의 연극층 확대를 위해 제작했다. 윤여순 엘지아트센터 대표는 “뮤지컬만 보는 사람들에게 대학로 연극의 묘미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연출가 고씨의 오랜 연극 동지인 극단 ‘마방진’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2010년 동아연극상과 2011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무대미술상을 거푸 수상한 무대디자이너 여신동씨, 대종상영화제 의상상을 세 차례나 거머쥔 의상디자이너 정경희씨가 함께한다. 28일까지. (02)2005-0114.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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