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센치
십센치·어반 자카파·가을방학…
공연장마다 표 동나 인기 누려
기존가수 못잖은 음악성 갖추고
형식파괴 자유로운 무대 매력
아이돌 음악 피로감도 작용
공연장마다 표 동나 인기 누려
기존가수 못잖은 음악성 갖추고
형식파괴 자유로운 무대 매력
아이돌 음악 피로감도 작용
대형 기획사의 힘이나 방송 출연에 기대지 않고 자생적으로 성장한 인디 음악이 공연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연마다 매진시키며 막강한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인디 밴드가 대거 늘어나는 현상이 올 하반기 들어 부쩍 눈에 띈다.
인디 듀오 ‘십센치’는 내년 2월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집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1만석 규모의 국내 최대 실내공연장인 이곳에선 엘턴 존, 스팅 등 세계적인 팝스타, 조용필·이문세 등 중견가수, 빅뱅·슈퍼주니어 등 인기 정상급 아이돌 가수가 주로 공연해왔다. 인디 음악인이 서는 건 처음인데, 티켓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무대와 가장 가까운 아르(R)석 1700장이 다 팔렸다. 공연기획사인 프리이빗커브의 김지예 과장은 “처음엔 걱정도 했지만, 가장 비싼 아르석(7만7000원)이 금세 매진되고 나머지 좌석도 꾸준히 팔리고 있어 자신감이 생겼다. 6000장은 팔릴 것 같다”고 전했다.
3인조 혼성 그룹 ‘어반 자카파’는 21~22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3000석)에서 공연한다. 이틀 공연 6000석이 판매 1주일 만에 매진됐다. 이들은 공연마다 매진되는 걸로 유명하다. 14~15일 부산, 24~25일 수원 공연도 거의 매진됐다. 어반 자카파 멤버들은 “매진 기록이 계속 이어지니 좋기도 하고 겁도 난다. 절제하며 노래한 앨범에 비해 무대에서 더욱 폭발적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팬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1인 밴드 ‘에피톤 프로젝트’ 역시 공연마다 매진사태를 이룬다. 7~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공연 사흘치 4000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14~16일 같은 장소에서 하는 공연도 매진이 임박했다. 남성 듀오 ‘페퍼톤스’가 21~23일 서울 광장동 유니클로악스에서 하는 사흘 3000석 규모 공연과 모던록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가 28~30일 같은 곳에서 하는 공연도 표가 거의 동났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14~15일 부산, 16일 대구, 21~22일 전주에서도 공연한다.
혼성 듀오 ‘가을방학’이 28~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시어터(550석)에서 하는 공연은 사흘 모두 매진돼 31일 하루 더 추가했다. 여성 듀오 ‘옥상달빛’의 2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털볼룸 공연은 전체 1400석 중 200석도 채 안 남았다. 일렉트로록 듀오 ‘글렌체크’는 지난달 서울 합정동 인터파크아트센터 공연 1000석 매진에 성공한 데 이어 오는 31일에는 스탠딩석을 둘 경우 최대 5000명까지 들어가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한다. 록과 일렉트로닉을 접목한 이들 음악의 특색에 맞춰 비주얼 아트 영상, 댄서, 레이저 조명 등을 더해 대형 일렉트로닉 페스티벌 같은 분위기를 내는 ‘블록버스터급’ 무대를 꾸밀 계획이다.
이런 현상의 직접적 원인은 공연기획자들이 새 시장에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이다. 어반 자카파, 에피톤 프로젝트, 장기하와 얼굴들, 글렌체크 공연을 기획한 인터파크의 김성욱 콘서트제작국장은 “큰 공연기획사들이 인디 음악인들에게 눈을 돌리는 건 클럽 공연으로 내공을 쌓은 이들이 기존 가수 공연에 밀리지 않고 오히려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어반 자카파, 몽니 등 공연 성공으로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나는 가수다> 돌풍으로 공연시장이 잠시 활성화됐다가 올해 다시 침체됐는데, 실력파 인디 음악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십센치 공연을 기획한 프라이빗커브의 김지예 과장도 “팝스타 내한공연과 아이돌 가수 공연은 형식이 좀 뻔한 반면, 인디 음악인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공연을 한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
엇비슷하게 쏟아져나오는 아이돌 음악에 대한 피로감, 최근 몇년 새 성황을 이루고 있는 록 페스티벌 등의 영향으로 인디 음악 팬이 크게 늘면서 시장 자체가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회사원 박소현(39)씨는 “이승환 등 유명가수 노래와 아이돌 그룹 음악을 즐겨듣다가, 최근 비슷한 아이돌 음악이 가요 프로그램을 도배하는 데 식상해져 대안으로 인디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길들여지지 않은 감성과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인디 음악 공연장을 부쩍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이민희씨는 “일반 대중이 유명 록 페스티벌에 갔다가 인디 음악 팬이 되기도 하고, 광고와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나온 십센치를 보며 인디 음악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도 한다. 음악만 좋으면 방송 출연 없이도 트위터·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를 통해 대중에게 쉽게 전파된다는 점도 인디 음악 팬 확산에 기여했다. 이런 현상과 맞물려 인디 음악 공연시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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