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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재개발 광풍의 사회, 웃겨서 슬프다

등록 2012-12-05 20:15

<옥상>
<옥상>
주목 이 작품 l 조습 ‘옥상’
먼저 웃음부터 나온다. 인왕산을 바라보는 건물 옥상에 까만 타이츠를 입고 학 탈을 뒤집어쓴 웬 남자가 있다. 그 남자를 부축하고 있는 또다른 남자의 모습도 학으로 분장한 남자 못잖게 기괴하다. 머리엔 공사장 안전모를 썼는데, 아랫도리는 시원하게 노출한 차림이다. 두 남자가 어정쩡하게 서 있는 옥상엔 이젠 사라졌을 법한 텔레비전 안테나들과 장독대가 즐비하다. 그 모습은 웃기지만 사진이 뿜어내는 느낌은 실로 처연하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인가?

일부러 유치하고 극단적인 연출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는 조습 작가가 이번에는 ‘학’과 함께 돌아왔다. 9일까지 서울 신문로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리는 조습의 개인전 ‘달타령’은 우리 시대 서민의 모습, 서민들이 사는 공간,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다양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표현한다.

조습의 작품은 코믹함이 특징이다. 그래서 일단 눈길이 가게 된다. 그리고 연출된 그 웃기는 모습 이상으로 우리 현실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래서 더욱 슬프다. 이번 작품들도 그런 웃음과 슬픔의 이중주가 도드라진다. 모든 사진에 학이 등장하는데, 조 작가 본인이 분장한 모습이다. 연극을 하듯 과장된 모습을 보여주는 다른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작가의 지인들이다. 언제나 그랬듯 작가는 이번에도 허구와 현실, 기억과 진실의 사이를 들여다보는 상황을 설정하고 그 속에 직접 들어갔다.

4년 만에 마련한 이 개인전의 주제는 ‘재개발’이다. 재개발의 현장을 작가 또는 우리 모두를 의인화한 학이 배회하는 모습이 시리즈로 이어진다. 두 남자가 옥상에서 부축하는 작품 <옥상>(사진)은 용산 참사를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피를 흘리며 동료에게 안겨 부축받는 그 유명한 사진을 패러디했던 조 작가의 대표작 <습이를 살려내라>를 연상시킨다. 학은 재개발로 고통받는 서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부축하는 이 역시 철거반원일 수도 있고 또다른 누구일 수도 있다. 이들이 누구이든 서민들은 고통스런 삶 가운데에 있고, 그 현장은 어느 순간 파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작가는 “어느 나라에나 개발을 떠드는 정치인들이 있고, 이들을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며 “그들의 모습에 대해 명확하게 단정짓지 않고 처연하게 중층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구본준 기자, 사진 에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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