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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나무로 만든 동화 같은 세상

등록 2012-12-06 20:21

<생각이 자라는 바위>
<생각이 자라는 바위>
나무 형태 살리면서 위트있는 가구
귀여운 장난감처럼 아기자기한 작품
목수 김진송씨가 깎은 1000여점 전시
‘상상의 웜홀-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카멜레온의 긴 혀가 애벌레를 노리며 길게 뻗어나오자, 잡아먹히게 생긴 애벌레는 ‘항복’의 표시로 꼬리를 손 삼아 백기를 든다. 어쩔 수 없이 냉혹한 생태계의 법칙이 흰색 깃발 하나로 웃음 짓게 되는 재미있는 순간으로 바뀐다. 혀가 몸길이만큼 튀어나온 카멜레온도, 뒤를 돌아보며 도망가는 애벌레도 모두 나무로 만든 것들. 장난감처럼 귀여운 모습이 꼭 동화 속 주인공이다.

내년 1월2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목수 김진송씨의 전시회 ‘상상의 웜홀-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전은 나무로 펼쳐 보이는 동화 같은 세상을 만나는 전시회다. 모든 재료는 나무이고, 내용이 무엇이든 형태는 재미를 담고 있다. 전시 제목에 ‘책벌레’가 들어가 있듯 책과 관련된 작품들도 흥미롭다.

<술 마시는 노인>
<술 마시는 노인>
현대 문화와 역사를 책으로 써내던 작가 김씨가 인문학자에서 목수로 변신한 지 어느새 1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그의 작품은 나무 자체의 형태를 그대로 살리면서 위트를 더하는 의자 같은 가구들, 귀엽고 동화적인 장난감 같은 작품이라는 두가지 흐름으로 이어져왔다. 이번 전시는 1000점이 훨씬 넘는 작품을 모두 모아 이런 두 흐름을 보여주는 동시에 새롭게 바뀌어 나가는 면모를 함께 보여준다. 새롭게 변화한 지점은 작가가 ‘움직인형’이라고 부르는 것들. 나무로 깎은 톱니바퀴 등으로 동화 속 주인공처럼 작동하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움직인형들을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라고 풀이한다. 그래서 인형들의 움직임을 찍은 영상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번데기 우주모함>
<번데기 우주모함>
‘벌레’와 ‘책’을 좋아하는 목수 작가는 2004년 전시에서 썼던 ‘나무로 깎은 책벌레’란 제목을 이번에도 그대로 가져왔다. 대신 그 앞에 ‘상상의 웜홀’이란 새 표제를 붙였다. ‘웜홀’은 ‘벌레 구멍’, 목수는 벌레처럼 나무를 파먹고 사니 벌레와 다름없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그리고 벌레 구멍은 목수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벌레 구멍을 보고 나무의 종류와 상태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곧 벌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셈이다. “다른 존재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힘”이 상상이므로, 벌레 구멍이란 다른 세상을 보는 상상의 통로가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쓸모가 있는 가구를 만들다 지겹고 지칠 때 재미 삼아 만들던 ‘쓸데없는’ 장난이 상상으로 뻗어나가고, 그가 상상한 이야기들이 작품으로 탄생하고, 그 작품들이 움직이고 영상이 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혼자 쓸쓸하게 술을 마시는 노인, 빠르게 돌아가는 지구에서 튕겨나가지 않으려고 간신히 매달려 있는 사람들, 사람만큼 큼직한 거미….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세상은 어둡기도 하다는 것을 말해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들은 나무라는 재료와 작가의 손맛 때문에 귀여울 수밖에 없어 역설적이다. 어린이 8000원, 청소년 1만원, 어른 1만2000원. (02)399-1114.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서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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