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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청춘의 얼룩’을 지우며…‘유예된 꿈’을 기다리며

등록 2012-12-10 20:12수정 2012-12-11 09:35

이지형 (해피로봇 제공)
이지형 (해피로봇 제공)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라는 노랫말(이상은 ‘언젠가는’)처럼 ‘청춘’이란 지나고 나서야 오히려 더 잘 알 수 있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청춘을 노래한 음반 2장이 나란히 발매됐다. 이지형의 <청춘마끼아또>와 ‘9와 숫자들’의 <유예>다. 이들에게 청춘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그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청춘마끼아또’ 낸 이지형
“음악 지겨워져…아니다 싶었죠”
30대 들어 방황했던 청춘이야기
2년여 침묵 깨고 3집에 담아

이지형은 데뷔 16년차 싱어송라이터다. 1997년 인디 록밴드 ‘위퍼’로 데뷔했고, 2006년부터 솔로로 활동하며 나름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그런 그가 2년9개월의 침묵 끝에 내놓은 3집의 제목은 <청춘마끼아또>. 태어난 지 100일 된 아이를 둔 34살 가장이 이제 와서 ‘청춘’을 노래한 이유는 뭘까?

“20대를 지나오며 질풍노도의 시기는 끝난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또다른 방황기가 찾아온 것 같았어요.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다 고갈돼버린 느낌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죠.”

지난 6일 서울 홍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난 이지형은 자기 얘기를 담담히 털어놨다. 갑작스러운 무기력감이 그를 덮친 건 2010년 2월 소품 모음 앨범 <봄의 기적>을 내놓은 뒤. “음악이 일처럼 느껴지고 지겨워졌어요. 공연 때도 전혀 즐겁지 않았고요. 진심이 아니라 요령과 허세로 연주하고 있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었죠.”

그해 말 그는 앨범, 공연, 라디오 출연 등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곤 무작정 놀았다.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텔레비전과 영화를 보고, 아내와 여행을 다녔다. 1년쯤 놀고 나니 문득 ‘나의 20대를 되돌아보면 고민의 해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내의 임신 소식도 들렸다.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를 음악에 담아보자.’

시디 2장에 무려 22곡을 담은 <청춘마끼아또>는 그렇게 나왔다. “‘마끼아또’는 이탈리아어로 ‘얼룩’을 뜻해요. 아이에게 아빠의 밝고 아름다운 얘기보다는 얼룩지고 지우고 싶은 얘기를 들려주는 게 진실된 선물이자 소통이라고 생각했어요. 지질하고 우유부단하고 아파하며 방황했던 나의 청춘 이야기를 한 건 그 때문이죠.”

앨범에는 위퍼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타이틀곡 ‘청춘마끼아또’부터 잔잔한 포크 성향의 곡까지 그가 걸어온 음악의 길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이번 앨범에선 진화·발전 같은 게 중요하지 않았다. 다시 ‘이지형’을 찾는 게 목적이었기에 인간으로서나 음악적으로나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 것”이라고 말했다.

‘청춘마끼아또’에서 그는 노래한다. “단 한번도 난 끝까지 날 믿어본 적이 없어. 흔들리고 휘청이다 결국에 난. … 제발 날 좀 내버려둬. 멋대로 굴고 싶어. 숨이 차올라. 난 빠르게 달리고 싶어.”

노랫말처럼 그는 “20대의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나를 넘어서서 이제는 하고 싶은 걸 두고 머뭇거리지 않겠다”고 했다. “이 앨범을 계기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잡은 것 같아요. 앨범이 얼마나 팔리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를 떠나 저 스스로 정말 소중한 가치를 깨쳤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9와 숫자들 (파고뮤직 제공)
9와 숫자들 (파고뮤직 제공)

‘유예된 꿈’을 기다리며

•미니앨범 ‘유예’ 낸 9와 숫자들
청춘의 우울과 사랑·아픔노래
메말라버린 젊음의 눈물샘 자극
“새 기회 올 거란 희망의 메시지”

‘9와 숫자들’(오른쪽)은 리더 ‘9’(송재경·보컬·기타)와 ‘0’(유정목·기타), ‘4’(이용·베이스), ‘3’(유병덕·드럼)으로 이뤄진 모던록 밴드다. “풍성하지만 어딘지 결핍된 느낌”이 좋아 스스로 9라는 별명을 붙인 송재경은 대학 시절 장기하,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리더 덕원 등과 어울리며 음악을 했다. 2007년 밴드 ‘그림자 궁전’으로 앨범을 낸 데 이어, 2009년 말 9와 숫자들 1집을 냈다. 복고적인 신스팝과 서정적인 기타팝을 엮은 이 앨범은 2010년 <한겨레> 대중음악 연말결산에서 평론가들이 꼽은 ‘올해의 앨범’의 영예를 안았다.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모던록 음반으로도 선정됐다.

9와 숫자들이 최근 발표한 미니앨범 <유예>는 2집으로 가기 전 징검다리와 같다. 8곡이 담겼는데, 1집의 주된 요소였던 신시사이저를 배제하고 담백한 어쿠스틱 성향의 모던록으로 채웠다. 애초 발매 목표는 지난해 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곡 작업이 더뎌져 앨범 발매는 제목처럼 ‘유예’되어갔고, 결국 예정보다 1년 반을 훌쩍 넘긴 지난달에야 나왔다.

지난달 28일 서울 염리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송재경은 “시기에 맞춰 억지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앨범은 청춘으로서 느낄 법한 우울과 고독, 사랑과 아픔 등을 담은 노래들로 이뤄졌다. 공통된 정서는 청춘을 지난 이라도 음악을 듣고 있으면 청춘으로 돌아간다는 점. “울어버릴 거예요, 난. 이유는 묻지 마요. 그대랑은 상관없으니까요”로 시작하는 첫 곡 ‘눈물바람’부터 어느새 말라버린 청춘의 눈물샘을 건드린다. “플라타너스! 시든 것은 너인데 비참한 것은 오히려 나야”라고 노래하는 ‘플라타너스’는 계절의 변화라는 일상에서 숨겨져 있던 깊은 울림을 끌어낸다.

앨범 정서를 대표하는 곡은 ‘유예’다. “작은 조약돌이 되고 말았네, 잔물결에도 휩쓸리는. 험한 산중 바위들처럼 굳세게 살고 싶었는데. … 유예되었네, 우리 꿈들은.” 직장생활과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 31살 송재경이 생각하는 청춘은 ‘유예’다.

“보통 어릴 때부터 간직해온 꿈을 20대 후반이나 30대가 되면 타협하기 시작해요. 간혹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두고 꿈을 향해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그러지 못하고 고민만 하죠.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어요. 청춘의 꿈을 유예하며 언젠가 새로운 기회가 올 거라는 희망을 이어가자는 게 바로 이 노래의 메시지예요.”

9와 숫자들은 이 앨범을 통해 한층 더 성장했다. 이전에는 작사·작곡을 도맡은 송재경 혼자 1인 밴드처럼 작업했다면, 이번에는 밴드 멤버들이 편곡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공동 작업을 해냈다. 멤버들은 “이번 작업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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