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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인간의 삶, 꿈처럼 덧없더라

등록 2012-12-11 19:55

연극 <꿈>
연극 <꿈>
리뷰 l 꿈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 깨달은
신의 딸 아그네스 인간세상 체험기
천재 극작가 스트린드베리 몽환극
이윤택 연출가 리얼리티 불어넣어

고대 인도의 신 ‘인드라’의 딸이 인간 ‘아그네스’의 몸으로 지상에 내려와 인간 세상을 체험한다. 그가 ‘감사할 줄 모르는 존재들’과 부대끼며 깨달은 것은 “이 세상, 삶, 인간들은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불쌍하다”는 것이다.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스웨덴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1849~1912)의 연극 <꿈>(사진)이 던지는 메시지다. 입센·체호프와 함께 현대 연극의 장을 열었던 천재 극작가의 역작을 이윤택(60) 연출가가 극단 연희단거리패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렸다.

<꿈>은 신의 딸 ‘아그네스’(배보람)의 하룻밤 인간 세상 체험을 연기와 춤, 노래의 총체극 형식으로 풀어놓았다. 막이 오르면 아그네스가 실수로 구름을 잘못 타고 지구로 내려온다. 그는 발레리나를 짝사랑하는 ‘장교’(박정무)와 가난에 찌든 ‘변호사’(윤정섭), 신의 언어를 꿈꾸는 ‘시인’(조영근)을 차례로 만난다. 변호사와는 결혼해서 아이도 낳는다. 그러나 그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과 살아 있다는 그 자체가 고통”임을 깨닫고 천상으로 떠난다.

이 연극은 스트린드베리가 말년에 자신의 고통스런 생의 연대기를 정리한 작품이다. 그는 “<꿈>은 가장 고통스럽게 잉태한 나의 분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남성 인물인 장교·변호사·시인은 스트린드베리의 분신들이다. 이 연극은 올해 ‘스트린드베리 100주기 기념 페스티벌’에서 선보였던 <미스 쥴리>, <채권자>, <죽음의 춤> 등 자연주의 계열 작품들과는 다른 ‘몽환극’ 형식을 띤다. 신학자·철학자·법학자·의학자를 주변인물로 등장시켜 ‘정통파적인 사고’에 얽매인 당대의 권위를 비판하는가 하면,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인생은 한낱 꿈과 같다”고 선(禪)적인 화두를 던진다.

연출가 이윤택씨는 이번 공연에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극 분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리얼리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씨는 “이 작품이 그동안 수많은 무대에서 표현주의, 상징주의, 초현실주의, 허무주의, 데카당스로 해석됐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성격과 당대 상황에 현실감을 불어넣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듯한 공간을 연출한 신선희(67)씨의 무대 디자인, 작곡가 최우정(44)씨의 고급스런 음악도 작품에 세련미를 더했다. 16일까지. (02)3668-0007.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연희단거리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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