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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음악에 취할때쯤 바다가 밀려든다

등록 2012-12-12 20:12

주목 이 작품 l 장민승·정재일 ‘더 모멘트’
전시장에 들어서면 처음에는 좀 난감해질 수도 있다.

전시 공간은 3개인데, 작품은 사실상 3개뿐. 빛을 꽁꽁 가리는 차양을 밀고 전시실에 들어가면 천장에 매달아 드리운 헤드폰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헤드폰을 쓰는 순간 전시는 시작된다. 동작을 감시한 프로그램이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전시장은 갑자기 어두워지고, 귀로는 음악이 흘러들어온다. 정적 속에서 음악에 빠져들 즈음 조명이 작품을 비추기 시작한다. 음악에 맞춰 빛은 강도가 변하고, 어두운 전시장 안에서 홀로 빛나는 작품의 느낌은 조명의 강도에 따라 서서히 바뀌어간다. 길고 어두운 공간 속에 오로지 작품 하나, 관객 한 명만이 절대적으로 교감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18일까지 서울 가회동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열리는 장민승씨와 정재일씨의 전시회 ‘더 모멘트’는 친숙하면서도 특별하고, 간단하면서도 강력하다. 미술관 안에서 음악과 이미지로 바다를 만나는 묘한 전시다.

작가 겸 가구디자이너인 장민승씨와 대중음악판에서 소문난 실력파 뮤지션 정재일씨는 10대 시절부터 예술로 이어져 함께 창작을 해온 콤비다. 두 사람의 관심은 시각과 청각으로 공간 속에서 특별한 기억과 경험을 체험하는 미디어 작업. 이번에는 장씨가 3년여에 걸쳐 찍은 바다 사진과 이 사진에 맞게 정씨가 작곡해 연주한 음악을 합치는 공감각적 작업을 선보였다. 3개 전시실 중 2개는 이렇게 헤드폰을 끼고 빛과 어둠이 교차되는 공간 속에서 바다 사진을 음악을 들으며 감상하도록 꾸몄고, 가장 큰 1층은 한쪽 벽 전체를 비추는 커다란 서귀포 앞바다 파도 영상 작품 <더 모멘트 6’49”> 하나만으로 채웠다.

1층 전시실 가운데 놓인 의자에 앉아 파도가 밀려드는 대형 바다 영상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예술 속에서 새롭게 재탄생한 바다와 만나게 된다. 영상 속 파도는 너무나 거친데, 음악은 오히려 감미롭다. 상영 시간은 6분49초지만 한번 앉아서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게 되는 힘이 있다. 어떤 관객은 두 시간 넘게 하염없이 바다를 지켜보다 갔다고 한다. (02)745-1644.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원앤제이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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