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인천지>
1세대 설치미술가 임충섭 전시회
하늘에 뜬 달이 천 개의 강물에 비친다. 달은 하나지만 강물 위에 뜬 천 개의 달 역시 달이 아닌가.
달이라는 진리는 모두에게 드러날 수 있다는 이 ‘월인천강’은 조선시대 중요한 논쟁의 주제였다.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벌인 저 유명한 ‘사단칠정’ 논쟁에서 퇴계는 물에 비친 달도 달이라고 했고, 기대승은 물에 비친 달은 달이 아니라고 했다.
회화에서 출발해 입체로 나아가 한국 설치미술의 1세대가 된 재미 미술가 임충섭(71) 작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던 글에서 ‘월인천강’ 이야기를 접했다고 한다. 현대미술을 관통하는 미학을 놓고 수백년 전 조선의 선조들이 이미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은 그에게 강렬한 충격이었고, 이후 이는 그의 작업에 새로운 방향을 던져줬다. 퇴계의 의견에 공감한 그는 월인천강이란 주제를 변주해 ‘강’이 아니라 ‘땅’ 위에 비친 달을 주제로 ‘월인천지’란 작품을 선보였다.
2년전 ‘월인천지’ 전시 주제 진화
미술관 가득 메운 대형 설치작품
한국적 재료로 현대적 미학 구현
회화·조각·영상 등 미술인생 종합 2010년 서울 전시에서 월인천지를 선보였던 작가는 내년 2월24일까지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대규모 전시 ‘임충섭: 달, 그리고 월인천지’에서 그 주제를 진화시켜 더 크고 더 복합적인 <월인천지>를 선보였다. 미술관의 크고 긴 방 전체를 메운 <월인천지>는 크기도 모습도 서로 다른 새로운 형태와 의미가 이어지면서 하나가 되는 대형 설치작품이다. 먼저 시선이 향하게 되는 것은 무명실과 나무로 바구니 또는 거대한 파라솔처럼 만든 구조물이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인 나무, 그리고 무명실의 무채색에 가까우면서도 재료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색깔이 부드럽게 공간을 감싼다. 자연과 인공이 하나로 연결되는 전통 정자를 작가가 새롭게 창조해낸 작품이다. 그리고 중간에는 한 칸짜리 작은 정자인 창덕궁의 애련정을 축소한 모형이 실에 매달려 하늘에 떠 있고, 그 아래로 달이 뜨는 영상이 비친다. 전시장 바닥에 뜬 달 위로 정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모습이 거대한 다른 구조물보다 훨씬 강렬하다는 것은 역설적이면서도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는 임 작가의 미술 인생 전체를 종합하고 있다. 신작 <월인천지>와 함께 그가 시기별로 추구해온 주제와 성과들을 정리했다. 회화와 조각, 설치와 영상 작업은 물론이고 드로잉까지 서양에서 활동해온 그가 어떻게 동서양의 영향을 하나로 종합하면서 한국적 전통을 자기 작품 속에 구현해왔는지 한눈에 훑어볼 수 있다.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흙·나무·무명실 등의 자연적 재료로 만드는 그의 설치작업들. 전통 농기구나 악기를 연상시키기도 하면서도 현대적이고, 정교하면서도 절제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의 작품들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새롭고, 철학적이면서도 미소 짓게 하는 위트가 있다.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으면서 버려진 일상 소품을 ‘발견된 오브제’로 활용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왔다. 그러면서도 그 속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절로 풍겨 나온다. “미국에서 먹은 햄버거가 2만5000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입에서는 된장 냄새가 납니다.”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외국 생활이 40년을 넘었지만 언제나 작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것은 고향 충북 진천의 농촌 풍경이라고 한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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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재료로 현대적 미학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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