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브>(CRAVE)
리뷰 l 크레이브·나의 검은 날개
#장면1
무대 위에서 두 쌍의 남녀들이 말을 쏟아내고 있다.
엠: 난 진짜 삶을 원해.
비: 진짜 사랑.
에이: 뿌리가 튼튼하고, 가지가 잘 자라고 햇빛도 잘 받고.
시: 넌 있는데 난 없는 건 뭐야?
에이: 나.
비: 나 그 모든 걸 너와 함께하길 원해.
언뜻 대화 같지만 논리적인 흐름이 없다. 네 사람은 애써 자신의 고백을 털어놓지만 언어는 서로 소통되지 않은 채 분절을 반복할 뿐이다.
#장면2
한 아이가 돌상을 받는다. 부모·친척들이 반짝이는 모빌을 하나씩 들고 아이 주변을 맴돈다. 아이가 손을 뻗어 모빌을 잡으려 하자 “아니야 안 돼!” 하며 피한다. 다른 것을 잡으려 하자 또 피한다. 모빌은 하나둘 사라지고 마지막 하나만 남는다. 부모는 거부하는 아이에게 잡으라고 강요한다.
극단 여행자가 17일부터 서울 서강대 메리홀 무대에서 올린 양정웅 연출의 <크레이브>(CRAVE·사진)와 조최효정 연출의 <나의 검은 날개>이다. ‘갈망하다’는 뜻의 <크레이브>는 28살에 요절한 영국 극작가 세라 케인(1971~99)이 남긴 희곡 다섯 편 가운데 네 번째 작품으로 국내 초연 무대이다. 저마다 과거의 상처를 안고 있는 4명의 화자가 교감과 소통 없이 모성, 성적 사랑, 착취적 사랑, 미래의 불안에 대해 들려준다.
막이 오르면 극단 여행자의 간판 배우들인 김은희·장지아·안태랑·김상보씨가 책상과 의자 앞에 앉아서 자신만의 화제를 늘어놓는다. 관객들은 아무런 연극적인 장치의 도움 없이 오로지 무대 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배우들의 얼굴 표정과 대사로만 극을 읽어내야 한다. 그들의 대사는 별다른 의미 없이 파편적인 조각만 나열될 뿐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지독한 상처와 욕망, 외로움 속에서 몸부림치는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나의 검은 날개>는 스위스 작가 알랭 드 보통(43)의 소설 <불안>을 모티브로 삼아 극단 여행자 단원들이 공동 창작한 작품이다. 공연은 최소한의 대사와 격렬한 움직임만으로 이뤄진다. 돌날 아기에게 부와 권력을 강요하는 ‘돌잡이’ 등 현대인이 일상 속에서 겪는 다양한 불안과 모순을 콜라주 형태로 모았다. 28일까지. (02)889-3561~2.
정상영 기자, 사진 코르코르디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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