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관계자 대상 설문결과
23만명 모은 위키드 ‘올해작품’
‘영웅’ ‘라카지’ ‘레미제라블’ 열연
정성화 최고의 배우 이구동성
전용관 증가에 관객 저변 확대
작품성 좋은 창작뮤지컬 도약
뮤지컬계의 2012년은 시장 확대로 요약된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를 비롯한 대형 뮤지컬 공연들이 흥행을 이끌었고, 지난해부터 새롭게 들어선 뮤지컬 전용관들이 관객을 빨아들였다. 흥행과는 별개로, <번지점프를 하다>, <서편제> 등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준 창작 뮤지컬도 여럿 등장했다. <한겨레>가 뮤지컬 평론가 3명과 뮤지컬 제작사, 홍보 대행사 18곳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뮤지컬’에는 <위키드>가 최다 표를 얻어 1위에 올랐고, ‘올해의 배우’에는 정성화가, ‘올해의 이슈’에는 ‘뮤지컬 한류’가 꼽혔다.
■ 서쪽 마녀 ‘위키드’의 힘 넉 달 남짓 동안 23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 뮤지컬 시장을 주도한 <위키드> 내한공연이 11표를 받아 ‘올해의 뮤지컬 작품’에 뽑혔다. <라카지>와 <레미제라블>, <엘리자벳>이 각각 3표씩을 받아 공동 2위에 올랐다.
박병성 뮤지컬 평론가는 “<오즈의 마법사>를 새롭게 해석한 재미와 함께,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넘어선다는 메시지가 큰 공감을 얻은데다 음악적으로나 무대로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했다. <위키드>의 국내 수입·제작사인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는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이 국내 뮤지컬 시장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면, <위키드>는 우리 시장이 5000억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20, 30대 여성에 집중됐던 관객층을 8살부터 80살까지, 남성 관객에게까지 넓히는 성과도 남겼다”고 자평했다.
■ 정성화, 뮤지컬 스타로 우뚝 ‘올해의 뮤지컬 배우’에는 정성화(37)가 압도적인 지지(15표)를 받아 1위에 올랐다. 비장한 영웅 안중근 의사(<영웅>), 코믹하고 사랑스런 게이 ‘앨빈’(<라카지>), 고뇌하는 휴머니스트 ‘장 발장’(<레미제라블>) 등 극과 극을 오가는 다양한 캐릭터가 배우 정성화를 통해 완벽하게 작품에 녹아들었다.
1994년 <에스비에스>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2004년께 뮤지컬 출연을 시작한 정성화는 2007년 <맨 오브 라만차>에서 주역을 꿰차며 뮤지컬 배우로 완벽히 변신했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는 그의 전성기였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연기 폭도 넓고 이해도 빠르고 가창력도 타고났다. 작품에 대한 기대와 안정감을 주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정성화가 역시 주연을 했던 <영웅>을 제작한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널 대표도 “어떤 배역이든 소화할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임을 증명했다”고 올해 정성화의 활약상을 추어올렸다.
<엘리자벳>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더욱 확실히 자리매김한 옥주현(2표)이 2위에 올랐고, <라카지>의 김호영, <엘리자벳> 김준수, <잭 더 리퍼> 엄기준, <아이다> 정선아가 1표씩을 받았다.
■ 한류 커지고 전용극장 확대 올해는 이른바 ‘뮤지컬 한류’가 일본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 형성되기 시작한 한 해였다. 김병석 씨제이이앤엠 대표는 “뮤지컬 내수 시장이 2500억원 규모로 확대됨은 물론이고, 케이뮤지컬(한국 뮤지컬)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성 평론가는 “최근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작품성보다는 케이팝 스타들에 의존한 측면이 크다”고 짚었다.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 세계투어팀의 내한공연과 함께 <엘리자벳>, <라카지> 등 해외 원작(라이선스)을 사들여 한국어로 제작·공연하는 ‘라이선스 공연’도 잇따라 성공했다. 지난해 개관한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한남동 블루스퀘어, 이달 4일 문을 연 서울 연건동 홍익대아트센터 등 뮤지컬 전용 대극장들이 시장 저변을 밑받침했다. 지난 9월 뮤지컬 <영웅>의 ‘5만원 티켓’ 선언으로 촉발된 ‘표값 대중화’ 논란도 올해를 달군 이슈였다. 스토리피 조한성 대표는 “대극장 흥행 열풍이 이어졌지만, 공연 메카인 대학로에선 대부분의 중소극장 공연이 위축됐다”며 ‘양극화’를 뮤지컬계 중요 이슈로 꼽기도 했다.
■ 창작 뮤지컬의 약진 창작 뮤지컬 가운데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 준 ‘올해의 발견’을 묻는 질문에는 <번지점프를 하다>(5표)가 1위에 올랐다. <서편제> <식구를 찾아서> <콩칠팔 새삼륙>이 3표씩을 얻어 공동 2위에 올랐고, <블랙 메리 포핀스> <심야식당> <트레이스 유> 등 8편도 1표씩을 받았다. 엄홍현 이엠케이(EMK)뮤지컬 대표는 작품이 아니라 배우 임태경을 ‘올해의 발견’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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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에 응한 곳
공연 제작사 명랑시어터 수박, 뮤지컬해븐, 설앤컴퍼니, 쇼노트, 씨제이이앤엠(CJ E&M), 신시컴퍼니, 에이치제이(HJ)컬쳐, 에이콤인터내셔널, 엠(M)뮤지컬, 오디뮤지컬, 이다엔터테인먼트, 이엠케이(EMK)뮤지컬, 케이시엠아이(KCMI), 피엠시(PMC) 프러덕션 공연 홍보 대행사 랑, 스토리피(P), 아담스페이스, 컴퍼니다 뮤지컬 평론가 박병성, 원종원, 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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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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