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진 전시 ‘걸작전’
쿠르베·마사초 등 명작 패러디
눈에 보이는 편견 맞선 판타지
쿠르베·마사초 등 명작 패러디
눈에 보이는 편견 맞선 판타지
가랑이를 벌린 저 해골, 일단 자세부터 불경해 보이는데 뭔가를 연상시킨다. 또다른 작품은 어떤가. 두 해골이 처량하게 어디론가 걸어가는데 그 위에는 칼을 든 해골이 떠 있다(사진). 자세히 보면 공중에 있는 해골엔 날개가 달렸다. 물론 날개도 뼈뿐. 전시장엔 온통 해골 이미지를 찍은 그림들이다.
도대체 무슨 그림이냐는 의문에 대한 대답은 전시 제목 ‘걸작들’에 힌트가 있다.
먼저 가랑이 벌린 골반뼈 해골은 그 유명한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1866)의 패러디다. 다리를 벌려 훤하게 드러난 여성의 국부를 거침없이 그려 대단한 논란을 일으켰던 미술사의 중요 작품이 그대로 해골로만 변했다. 피부와 살이 사라졌으니 성적인 연상작용도 거의 사라진 모습이다. 물론 작품 제목도 <세상의 기원>이고, 작가는 쿠르베가 아니라 한국 미술가 김두진으로 바뀌었다.
두 해골 위 날개 달린 해골 그림은 마사초의 15세기 작품 <낙원에서의 추방>이다. 선악과를 따먹은 죄로 낙원 동산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하와, 그리고 이들을 떠나라고 재촉하는 천사 거룹을 그렸다. 김두진 작가의 <낙원에서의 추방>은 이 구도 그대로인데, 인체가 해골뿐이니 하와가 가슴과 사타구니를 손으로 가렸어도 유방과 음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김두진 작가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이미지 회화를 선보이는 전시회 ‘걸작’은 이처럼 미술사에 남은 걸작 작품들의 모든 등장인물을 해골로 바꿨다. 피와 살이 돌던 인체를 뼈만으로 바꾸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작가는 첨예한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류 사회를 괴롭히는 차별과 갈등에 대한 의문이다.
“인종 문제, 남녀 차별, 소수자 억압 같은 여러가지 갈등들이 대부분 사람들의 피부에서 왔다고 생각해봤습니다. 눈에 보이는 피부의 특징이 다르다고 일어나는 거죠. 그렇다면 만약 피부가 없다면 그런 갈등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가적 판타지에서 출발한 작업입니다.”
그의 말처럼 피부가 사라진 인체는 흑인, 백인, 황인종의 차이도 보이지 않고, 남자와 여자의 구분도 사라진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구분이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힌 것인지 이미지만으로 명쾌하게 보여준다.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정체성이란 그렇게 분명한 것인가 되묻는다. 내년 1월6일까지 서울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02)720-5789.
구본준 기자, 사진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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