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왼쪽)과 <완득이>
일본 인기만화 원작 ‘심야식당’
외로운 도시인들 이야기 풀어
영화로 이미 친숙한 ‘완득이’
‘똥주’ 배역 연기자 극 이끌어
외로운 도시인들 이야기 풀어
영화로 이미 친숙한 ‘완득이’
‘똥주’ 배역 연기자 극 이끌어
인기 만화와 영화를 각색해 12월 새롭게 무대에 오른 창작뮤지컬 두 편이 따뜻한 위로를 찾는 세밑 관객들을 맞고 있다. <심야식당>(왼쪽 사진)은 늦은 밤에만 문을 여는 독특한 식당을 배경으로 삼아, 원작 만화의 소박한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살린다. <완득이>는 소설과 영화로 친숙한 이야기에 춤과 노래를 더해 재기발랄하게 풀어냈다.
<심야식당>은 그 이름처럼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만 문을 연다. 메뉴는 돼지고기 정식 딱 하난데, 알고 보면 꽤 다양한 음식을 판다. 손님들이 먹고 싶은 걸 주문하면 식당 주인 ‘마스터’(박지일·송영창 더블캐스팅)가 비엔나볶음이나 달걀말이, 버터라이스 같은 음식을 재료가 있는 대로 만들어낸다. 간단한 음식은 마스터 역을 하는 배우가 무대에서 직접 조리하는데, 훈훈한 연기와 고소한 기름 냄새가 극장 안에 퍼진다.
원작 만화에서처럼 게이, 야쿠자, 스트립댄서, 거리 음악가 등 도시의 외로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인물들 각자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영화처럼 하나씩 펼쳐지는데, 매끄럽게 연결돼 있다. 음악도 중독성 있다. 공연장이 조금 아쉽다. 공연장인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무대가 객석보다 높아서 관객이 무대를 올려다보는 형국이다. 관객들이 다소 높은 객석에서 무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면 심야식당의 풍경에 좀더 깊이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심야식당>은 2006년 일본에서 발표돼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끈 아베 야로의 만화가 원작이다. 일본에서 2009년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방영됐다. 뮤지컬로 만든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정영 작가, 김혜성 작곡가, 김동연 연출가 등 젊은 창작자들이 함께 모여 만들었다. 서현철·김늘메·정의욱·임기홍 등 출연. 내년 2월17일까지. 1544-1555.
<완득이>(오른쪽)는 김려령 작가의 원작 소설과 유아인·김윤석 주연의 영화로 친숙한 작품을 무대로 옮긴 뮤지컬이다. 이주노동자 어머니와 장애인 아버지를 둔 고등학생 ‘도완득’(정원영·한지상)은 가끔 싸움을 하는 것 말고는 세상일에 심드렁하지만 그의 앙숙인 담임선생 ‘똥주’(서영주)를 죽여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할 때만큼은 진지하다. 완득은 똥주의 도움으로 베트남에서 온 이주민인 어머니를 만나는 한편, 킥복싱을 배우면서 자기 안의 분노와 혈기를 다스리는 방법을 배운다. 달동네 골목, 완득이의 학교와 교회, 킥복싱장, 시골장터 등의 공간이 소박하게 그려진다. 담임선생 역의 서영주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극을 끌어간다. 완득이의 이웃주민 역할의 배우를 ‘하느님’으로 우스꽝스럽게 등장시키는 해석도 재미있다. 학교 풍경을 학생들의 군무와 합창으로 비중 있게 살리는데, 작품에 활기를 주기보다는 외려 앞뒤 이야기 흐름에 대한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점은 아쉽다.
<완득이>는 뮤지컬 <영웅>을 만든 에이콤인터내셔날이 제작하고 윤호진 대표가 연출했다. 서울 연건동에 이달 새로 문을 연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대극장) 개관작이다. 내년 3월23일까지. 양소민·임선애·임진웅 등 출연. 1544-1555.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적도·에이콤인터내셔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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