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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쇠파이프에 갇혀 ‘말로도 다 못한 말’

등록 2013-01-06 20:26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것>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것>
주목 이 작품 l 배형경 개인전 ‘묵시록’
‘인간존재’ 묻는 모호한 작품들
“파편들 속에서 의미 읽어달라”
조각가는 “불안정한 이야기,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의 연속에 대한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이런저런 많은 파편들이 모여 무언가를 이루고 또 그 안에서 간간이 무언가 의미심장한 것이 언뜻 보이면 참 좋겠다”는 것이다.

그 말처럼 조각가 배형경(57)씨의 작품 제목은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것>(사진)이다. 수직 쇠파이프 속에 고뇌하는 인간이 있고, 돌처럼 보이는 덩어리들이 바닥과 공중에 있다. 작품은 선명하게 눈길을 잡아당긴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그 안에 담긴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점은 작가가 말한 ‘불안정하면서 끝나지 않고 다시 시작되려는 그 이야기’는 듣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느끼는 이야기라는 사실일 것이다.

배형경씨의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것>은 9일부터 2월15일까지 광주광역시 농성동 스페이스케이(062-370-5948)에서 열리는 개인전 ‘묵시록’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연말 경기도 과천 전시에 이어 광주로 내려간다. 작가가 말한 대로 이 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명징해 보이면서도 모호하다. 각자 느끼는 대로 메시지를 유추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이란 공통분모는 누구나 떠올리게 된다.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규정하고, 특정한 이미지로 형상화하면서도 많은 상상의 여지를 열어놓는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쇠파이프 속에 있는 인간이란 이미지가 강렬하다. 작품은 ‘구조체’ 또는 ‘공간’에 가까워서 철로 만든 천장이 위쪽에 있고, 거기서 마치 쇠로 된 비가 내리듯 파이프가 아래로 뻗어내려오는 장면 전체를 묘사하고 있다. 저 쇠파이프는 과연 무엇일까? “장대비가 내리는 듯한 환경과 공간”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곧 우리가 오늘 살고 있는 현실이다. 인간과 함께 그 속에 부유하는 듯한 덩어리는 “알 수 없는 형상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예술이란 인간의 삶이고, 이 두가지는 쉽게 무엇이라 말하기 어렵다. 예술을 하는 것과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작품 제목처럼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일’일 것이다. 이 중의적이면서도 명쾌한 작품의 재미는 바로 그런 불가해성의 가해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스페이스케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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