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달나라 연속극’
리뷰 l 연극 ‘달나라 연속극’
미국 희곡 우리 현실 맞게 재창작
변두리 단칸방 가족의 힘겨운 삶
건강한 웃음·잔잔한 연민 보여줘 가난의 무게가 삶을 짓누르고 생존의 위협이 연속극처럼 나날이 반복된다면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할까?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연극 <달나라 연속극>(사진)이 극심한 빈부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다. 극단 달나라동백꽃이 3일부터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 무대에 올린 이 연극은 지난해 <뻘>과 <로풍찬 유랑극장> 등의 작품으로 호평받은 극작가 김은성(36), 연출가 부새롬(37) 콤비가 미국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유리 동물원>에서 소재를 가져와 한국 현실에 맞게 재창작한 작품이다. 지난해 초 달나라동백꽃 극단이 창단 공연으로 초연한 뒤 1년 동안 손질해서 다시 재공연에 들어갔다. 가족의 고단한 현실을 강조하려고 초연 때 오빠와 여동생의 가족 구성을 누나와 남동생으로 짰다. 연극은 서울 변두리 달동네의 옥탑 단칸방에 세 들어 사는 한 가족을 비춘다. 대학교 환경미화원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엄마 ‘여만자’(성여진), 한쪽 다리가 불편해 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원주율 소수점 밑 숫자를 5000자리도 넘게 외는 맏딸 ‘은하’(배선희), 고졸 학력에 영화감독을 꿈꾸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은창’(허지원)이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느 날 아래층에 대학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생 ‘일영’(강기둥)이 대전에서 이사온다. 엄마 여만자는 그를 딸 은하와 맺어주려고 하지만 일영은 곧 떠나버리고, 가족은 다시 무기력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연극은 갈수록 가파르게 곤두박질치는 삶의 조건 속에 살고 있는 소외계층의 모습을 눈물과 웃음을 버무려 실감나게 보여준다. 식구들이 추석날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보고, 보일러가 얼어버린 1월의 아침에 추위를 이기려고 신나게 트위스트를 추는 모습을 통해 한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건강함도 담았다. <달나라 연속극>은 또 2011년 1월 홍익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를 건드리며 비정규직에 가혹한 한국의 노동 현실을 비판한다. 연극에서는 대전의 부잣집 자식인 대학원생 일영과 고졸 출신으로 변변한 직업이 없는 은하·은창 남매가 뚜렷이 대비된다. 일영은 청소노동자인 여만자의 데모 현장을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만들어서 상도 받고 방송사에 피디로 취직한다. 또 은하와 키스를 하고 사랑에 빠진 듯했으나 “그때 일은 그냥 그런 일이 한번 있었지,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하고는 떠나버린다. 약삭빠르게 이익을 좇는 지식인의 속성을 꼬집는다. 탄탄하고 맛깔스런 작가의 글솜씨와 칙칙한 극의 얼개에 건강한 웃음과 잔잔한 연민의 코드를 적절하게 가미한 연출의 치밀함이 돋보인다. 27일까지. (02)6349-472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극단 달나라동백꽃 제공
변두리 단칸방 가족의 힘겨운 삶
건강한 웃음·잔잔한 연민 보여줘 가난의 무게가 삶을 짓누르고 생존의 위협이 연속극처럼 나날이 반복된다면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할까?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연극 <달나라 연속극>(사진)이 극심한 빈부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다. 극단 달나라동백꽃이 3일부터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 무대에 올린 이 연극은 지난해 <뻘>과 <로풍찬 유랑극장> 등의 작품으로 호평받은 극작가 김은성(36), 연출가 부새롬(37) 콤비가 미국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유리 동물원>에서 소재를 가져와 한국 현실에 맞게 재창작한 작품이다. 지난해 초 달나라동백꽃 극단이 창단 공연으로 초연한 뒤 1년 동안 손질해서 다시 재공연에 들어갔다. 가족의 고단한 현실을 강조하려고 초연 때 오빠와 여동생의 가족 구성을 누나와 남동생으로 짰다. 연극은 서울 변두리 달동네의 옥탑 단칸방에 세 들어 사는 한 가족을 비춘다. 대학교 환경미화원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엄마 ‘여만자’(성여진), 한쪽 다리가 불편해 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원주율 소수점 밑 숫자를 5000자리도 넘게 외는 맏딸 ‘은하’(배선희), 고졸 학력에 영화감독을 꿈꾸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은창’(허지원)이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느 날 아래층에 대학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생 ‘일영’(강기둥)이 대전에서 이사온다. 엄마 여만자는 그를 딸 은하와 맺어주려고 하지만 일영은 곧 떠나버리고, 가족은 다시 무기력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연극은 갈수록 가파르게 곤두박질치는 삶의 조건 속에 살고 있는 소외계층의 모습을 눈물과 웃음을 버무려 실감나게 보여준다. 식구들이 추석날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보고, 보일러가 얼어버린 1월의 아침에 추위를 이기려고 신나게 트위스트를 추는 모습을 통해 한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건강함도 담았다. <달나라 연속극>은 또 2011년 1월 홍익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를 건드리며 비정규직에 가혹한 한국의 노동 현실을 비판한다. 연극에서는 대전의 부잣집 자식인 대학원생 일영과 고졸 출신으로 변변한 직업이 없는 은하·은창 남매가 뚜렷이 대비된다. 일영은 청소노동자인 여만자의 데모 현장을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만들어서 상도 받고 방송사에 피디로 취직한다. 또 은하와 키스를 하고 사랑에 빠진 듯했으나 “그때 일은 그냥 그런 일이 한번 있었지,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하고는 떠나버린다. 약삭빠르게 이익을 좇는 지식인의 속성을 꼬집는다. 탄탄하고 맛깔스런 작가의 글솜씨와 칙칙한 극의 얼개에 건강한 웃음과 잔잔한 연민의 코드를 적절하게 가미한 연출의 치밀함이 돋보인다. 27일까지. (02)6349-472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극단 달나라동백꽃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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