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논두렁 연가’
리뷰 l 연극 ‘논두렁 연가’
부산광역시의 외곽인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노인 4명이 어느 날 머리를 맞댔다. 농협자산관리회사에서 근무하는 손자 ‘성배’가 승진발령을 받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나려고 하자 할배·할매·외할배·외할매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네 노인은 노년의 유일한 낙인 손자 성배를 의료원 간호사 ‘은정’과 엮어주려고 결혼 작전을 벌인다. 그들은 성배가 가정이 생기면 외국으로 쉽게 떠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족과 세대간의 따뜻한 정
재밌는 연기와 반전으로 보여줘 4일부터 서울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무대에 오른 극단 와인컴퍼니의 연극 <논두렁 연가>(정범철 작·이인성 연출)는 우리 농촌에서 옹기종기 모여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등이 펼치는 ‘결혼 소동’을 건강한 웃음과 가슴 찡한 감동으로 풀어낸다. 막이 열리면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너른 마당을 앞에 둔 슬레이트 농가가 나온다. 처마 밑 부엌문 위에는 마른 명태와 마늘 꾸러미가 걸려 있고, 오른쪽에는 고구마 상자와 장작더미가 놓여 있다. 집 앞에는 수도꼭지가 있고 뒤쪽으로 경운기가 보이는 전형적인 시골이다. 이 집에 사는 할배 ‘지헌종’(유재돈)과 할매 ‘김미정’(백선우)은 일요일마다 찾아오는 손자 성배(성환)가 유일한 낙이다. 아들 부부는 몇해 전 세네갈로 선교를 떠난 뒤 소식이 없다. 성배가 찾아오는 날에는 이웃에 사는 외할배 ‘김현태’(유재성)와 외할매 ‘노민재’(정서인)도 모여 다섯 식구가 저녁 식사를 한다. 네 노인은 젊었을 때부터 한동네에 살아온 막역한 사이로, 그들의 아들, 딸이 결혼하면서 사돈이 되었다. 연극은 이농(離農)과 고령화 등으로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는 우리의 농촌 현실을 싱그러운 흙 냄새, 가마솥에서 구수하게 익어가는 찐 고구마 냄새 가득한 정서로 감싼다. 핵가족이 일반화된 이 시대에 가족의 소중함과 세대간의 따뜻한 정을 이야기한다. 나이 든 세대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일깨우고, 젊은 세대에게는 농촌의 훈훈한 정을 느끼게 만든다. 미국으로 떠나려는 성배를 ‘은정’(류리라, 고은성)이 붙잡자 성배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며 꿈이 달린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자 은정은 “지금 성배씨의 옆에 있는 유일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고 타이른다. 연극은 경상도의 질펀한 사투리를 술술 풀어놓는 네 노인의 코믹한 연기가 공연 내내 폭소를 자아낸다. 또한 성배와 은정의 손발 오그라드는 연애 장면에는 관객들의 ‘밉지 않은 야유’도 쏟아진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에서 두 남자 노인이 아이돌그룹 투피엠(2PM)의 노래 ‘하트 비트’와 소녀시대의 ‘훗’에 맞춰 벌이는 춤도 반전의 웃음을 자아낸다. 중요한 장면에서 정지 기법을 구사하면서 성배를 해설자로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연출과 여섯 배우의 재기 어린 연기가 신선한 맛이 있다. 다음달 3일까지. (02)764-7462.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바나나문프로젝트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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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연기와 반전으로 보여줘 4일부터 서울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무대에 오른 극단 와인컴퍼니의 연극 <논두렁 연가>(정범철 작·이인성 연출)는 우리 농촌에서 옹기종기 모여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등이 펼치는 ‘결혼 소동’을 건강한 웃음과 가슴 찡한 감동으로 풀어낸다. 막이 열리면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너른 마당을 앞에 둔 슬레이트 농가가 나온다. 처마 밑 부엌문 위에는 마른 명태와 마늘 꾸러미가 걸려 있고, 오른쪽에는 고구마 상자와 장작더미가 놓여 있다. 집 앞에는 수도꼭지가 있고 뒤쪽으로 경운기가 보이는 전형적인 시골이다. 이 집에 사는 할배 ‘지헌종’(유재돈)과 할매 ‘김미정’(백선우)은 일요일마다 찾아오는 손자 성배(성환)가 유일한 낙이다. 아들 부부는 몇해 전 세네갈로 선교를 떠난 뒤 소식이 없다. 성배가 찾아오는 날에는 이웃에 사는 외할배 ‘김현태’(유재성)와 외할매 ‘노민재’(정서인)도 모여 다섯 식구가 저녁 식사를 한다. 네 노인은 젊었을 때부터 한동네에 살아온 막역한 사이로, 그들의 아들, 딸이 결혼하면서 사돈이 되었다. 연극은 이농(離農)과 고령화 등으로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는 우리의 농촌 현실을 싱그러운 흙 냄새, 가마솥에서 구수하게 익어가는 찐 고구마 냄새 가득한 정서로 감싼다. 핵가족이 일반화된 이 시대에 가족의 소중함과 세대간의 따뜻한 정을 이야기한다. 나이 든 세대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일깨우고, 젊은 세대에게는 농촌의 훈훈한 정을 느끼게 만든다. 미국으로 떠나려는 성배를 ‘은정’(류리라, 고은성)이 붙잡자 성배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며 꿈이 달린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자 은정은 “지금 성배씨의 옆에 있는 유일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고 타이른다. 연극은 경상도의 질펀한 사투리를 술술 풀어놓는 네 노인의 코믹한 연기가 공연 내내 폭소를 자아낸다. 또한 성배와 은정의 손발 오그라드는 연애 장면에는 관객들의 ‘밉지 않은 야유’도 쏟아진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에서 두 남자 노인이 아이돌그룹 투피엠(2PM)의 노래 ‘하트 비트’와 소녀시대의 ‘훗’에 맞춰 벌이는 춤도 반전의 웃음을 자아낸다. 중요한 장면에서 정지 기법을 구사하면서 성배를 해설자로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연출과 여섯 배우의 재기 어린 연기가 신선한 맛이 있다. 다음달 3일까지. (02)764-7462.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바나나문프로젝트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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