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특별음악회
세계적 음반사가 발매할 연주회
정명훈 악기들 특색살리며 지휘
김선욱 기교와 표현 완벽 가까워
환갑맞은 정명훈 축하 이벤트도
정명훈 악기들 특색살리며 지휘
김선욱 기교와 표현 완벽 가까워
환갑맞은 정명훈 축하 이벤트도
서울시향·김선욱 베토벤 실황녹음
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특별음악회(사진)가 열렸다. 이 특별한 음악회는 세계적 음반 레이블인 도이체그라모폰(DG)에서 발매될 실황 음반 녹음을 위한 연주회로, 다음날인 18일 정기 연주회와 똑같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과 <교향곡 5번>이 연주됐다. 이 순간, 이곳에서 울린 모든 소리가 기록되고 보존된다니, 무대는 물론이고 객석에도 가벼운 긴장감이 흘렀다.
<피아노 협주곡 5번>은 영국 런던을 거점으로 활동중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씨가 협연했다. 1악장에서 오케스트라가 웅장한 화음으로 포문을 연 뒤 김선욱씨는 화려하게 서주를 펼쳐냈다.
지휘자 정명훈과 서울시향, 김선욱은 이미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사이여서인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정명훈씨는 오케스트라의 음량을 절제하고 독주자에게 충분한 여지를 줬다. 김선욱씨는 기교로나 음악적인 표현력으로나 흠잡을 데 없었으며, 독주 부분을 소화하는 데에 급급하지 않고 곡 전반을 관조하는 동시에 다른 악기들의 움직임에 귀 기울이며 균형점을 찾아낼 줄 알았다.
그러나 오케스트라가 장악력을 줄이고 음량을 절제하다 보니 밀고 당기는 자력이 약하고 생동감이 부족했다. 바이올린 파트는 ‘콘 소르디노’(약음기를 끼고)로 연주하도록 되어 있는 2악장뿐 아니라 1악장, 3악장에서도 종종 음향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2부에 이어진 <교향곡 5번>은 서울시향의 개성과 역량을 마음껏 드러내며 청중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준 호연이었다. 서울시향 현악 파트의 역량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정명훈씨는 녹음을 염두에 둔 연주여서인지 평소에 비해 음을 또박또박 씹어서 삼키듯 짚어냈다.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뭉개지거나 파묻히지 않게 살리며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혹독히 연습한 흔적이 엿보였다.
정명훈씨는 늘 그렇듯 3, 4악장으로 갈수록 차분하게 긴장감과 무게감을 키우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등고선을 그려냈다. 특히 4악장에서 낮게 포복하던 목관악기와 현악기가 금관악기, 타악기와 한순간에 응집되며 정점을 향해 돌진할 때의 폭발적인 힘은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청중은 한참 동안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클래식 음악 팬이라면 앞으로 이어질 서울시향의 실황 녹음 연주에 한 번쯤 가볼 만하다. 만일 그날의 연주가 음반에 수록된다면 평생 기념할 거리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악단이 클래식 음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드는 데 동참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서울시향은 18일 같은 프로그램으로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실황 녹음을 진행했다. 연주회 뒤 22일 환갑을 맞는 정명훈씨를 위한 깜짝 이벤트가 열렸다. 정씨가 관객의 커튼콜을 받고 다시 무대에 나와 인사하는 상황에서 서울시향 단원들이 정씨 몰래 준비한 비제의 오페라 <아를의 여인> 모음곡 중 ‘파랑돌’을 연주했다.
트롬본 연주자 제이슨 크리미는 서툰 한국어로 “마에스트로 정명훈 선생님의 귀 빠지신 날을 축하드린다”고 말해 관객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단원들의 연주에 맞춰 2000여 관객이 다 함께 부르는 ‘해피 버스 데이 투 유’가 콘서트홀에 울려퍼졌다. 정씨는 협연자 김선욱씨에게 케이크와 꽃다발을 받고 “서로 사랑하며 이렇게 일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서울시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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