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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셰익스피어 마지막 걸작
북소리 타고 삼국시대로

등록 2013-01-21 20:19수정 2013-01-21 20:59

연극 <템페스트>
연극 <템페스트>
리뷰 l 오태석 연출 ‘템페스트’
막이 오르면 무대 왼편에 봉두난발을 한 질지왕(프로스페로)이 커다란 북을 치면서 태풍을 일으킨다. 그러자 자욱한 해무 속에서 갓과 흰 두루마기 차림의 자비왕(알론조)과 세자(퍼디난드), 신하 겸지(세바스천)와 소지(안토니오), 선원들, 종이탈을 쓴 허재비들이 긴 한삼을 휘날리며 어지럽게 춤을 춘다. 북소리가 급박해지고 바라 소리가 잇따라 퍼지면서 춤사위는 더욱 빨라진다. 마치 어두운 바다 위에 폭풍을 만난 배의 형상 같다.

17일부터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 ‘목화 레퍼터리컴퍼니’의 연극 <템페스트>(사진)에서 신라 자비왕의 음모로 무인도로 쫓겨난 가락국 질지왕이 마법을 부려 자비왕 일행이 탄 배를 난파시키는 장면이다.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오태석(73) 연출가의 손에 <삼국유사>의 ‘가락국기’ 이야기와 산대놀이, 판소리 등이 어우러지는 우리의 연희양식으로 재구성되어 무대 위에 펼쳐졌다. 2011년 8월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어 ‘헤럴드 에인절스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원작은 밀라노 공작이었던 마법사 프로스페로가 나폴리 왕 알론조와 결탁한 동생 안토니오에게 배신당한 채 어린 딸 미랜더와 함께 외딴 섬에 버려진 뒤 복수를 꿈꾸지만, 자신의 딸과 나폴리 왕의 아들의 사랑을 계기로 하여 모든 것을 용서하고 화해한다는 내용이다.

오태석 연출가는 작품의 배경을 5세기 가야와 신라가 다투고 있던 남해안의 섬으로 옮겼다. 또한 프로스페로는 가락국 8대 왕인 질지왕, 알론조는 신라 20대 왕인 자비왕, 괴물 에어리얼은 한국 무속신앙의 액막이 인형인 제웅, 캐리반은 머리 둘 달린 쌍두아로 한국적인 캐릭터를 입혔다. 이와 함께 극의 얼개와 진행을 산대놀이·백중놀이·씻김굿·사물놀이·판소리·만담 등 우리의 전통적 공연양식으로 맛깔 나게 꾸며냈다. 특히 대사를 운율이 있는 3·4조, 4·4조의 구어체로 옮겨 16세기 셰익스피어 극이 지녔던 시적 울림을 되살리려고 했다.

맨발 차림으로 1시간30분간 무대를 누빈 정진각·이수미·송영광·김성언·김태환·정연주씨 등 배우 25명의 연기 호흡이 돋보인 무대였다. 27일까지. (02)745-396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목화 레퍼터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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