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
리뷰 l 뮤지컬 ‘레베카’
뮤지컬 <레베카>에는 두가지가 없다. 먼저, 작품의 제목인 ‘레베카’의 모습이다. 죽은 레베카는 한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또 하나는 여자 주인공 ‘나’의 이름이다. 죽은 레베카의 이름이 수없이 불리는 동안, 살아 있는 ‘나’의 이름은 한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레베카>는 ‘이름은 있지만 죽어 없어진 여자’와 ‘살아 있지만 이름 없는 여자’의 대립이다.
그림을 그리며 과거를 회상하는 ‘나’(김보경·임혜영)의 모습이 뮤지컬의 처음과 끝을 열고 닫는다. 소심하고 가난한 ‘나’는 여행중 몬테카를로의 호텔에서 사교계의 유명 인사인 ‘막심 드 윈터’(류정한·유준상·오만석)와 우연히 만나 그에게 청혼을 받는다. ‘막심’은 의문의 사고로 죽은 전부인 ‘레베카’와 관련해선 극도의 신경증을 보이는 사람이다. 드 윈터 부인으로서 막심의 저택 ‘맨덜리’에 온 ‘나’는 죽은 레베카를 그리워하며 집착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옥주현·신영숙)과 갈등한다. 레베카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과, 겁먹은 소녀 같던 ‘나’가 점차 강인하게 변하는 모습이 이야기의 축이다.
이 뮤지컬은 영국 작가 대프니 듀모리에의 1938년 동명 소설과 1940년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바탕으로 한다. 2006년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작가 미하엘 쿤체가 뮤지컬로 만들어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한 뒤 일본·러시아·헝가리·독일·스위스·루마니아 등에서 공연했다. 한국은 이번이 초연이며, 한국 무대에서 <엘리자벳>, <햄릿> 등으로 호평받은 로버트 조핸슨이 연출을 맡았다.
히치콕 영화가 원작…국내초연
‘레베카 죽음 비밀’ 얽힌 스릴러
신영숙·옥주현·류정한 호연펼쳐 ‘나’가 그리는 그림이 얇은 ‘샤막’(보조 막) 위에 그대로 그려지다가 그 막이 걷히며 무대 세트가 등장하는 방식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상으로 처리된, 맨덜리 저택으로 가는 숲길과 저택이 있는 바닷가 풍경도 극의 비밀스런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살린다. 절벽을 치는 파도 소리와 ‘레베카’의 이름을 부르는 바람 소리 등 효과음도 제때 배치됐다. 댄버스 부인은 비중은 조연이지만, 주인공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카리스마 있는 연기력이 뒷받침돼야만 소화할 수 있는 역으로, 영화에서보다 훨씬 더 존재감이 커졌다. 신영숙과 옥주현(사진)의 댄버스 부인은 둘 다 훌륭하다. 신영숙의 댄버스 부인이 에너지 넘치는 광인이라면, 옥주현의 댄버스 부인은 예민하고 히스테리컬한 인물이다. 신영숙은 극장이 떠나갈 듯한 풍부한 성량으로 객석의 박수를 끌어내며, 지난해 <엘리자벳> 때부터 뮤지컬 배우로서 ‘물이 오른’ 옥주현은 경직된 말투와 노래 속에 풍부한 감정을 싣는 능력이 훌륭하다. 막심 역을 맡은 배우 셋 중 영화와 드라마로 인기를 끈 유준상이나, 뮤지컬과 드라마를 오가는 오만석이 많은 관객에겐 친숙한 얼굴이지만, 가장 만족도가 높을 법한 건 류정한의 무대다. 발군의 노래 실력과 중저음 목소리로 다정함과 격정적인 분노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3월31일까지.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 (02)2005-0114.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이엠케이(EMK)뮤지컬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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