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집계 안되던 60대 이상
2011년부터 가시적으로 늘어
작년 관객점유율 첫 ‘1% 진입’
“적극적으로 여가 즐기는 추세”
2011년부터 가시적으로 늘어
작년 관객점유율 첫 ‘1% 진입’
“적극적으로 여가 즐기는 추세”
“1년에 두 번은 방학이에요. 우리끼리는 여름에 보는 뮤지컬은 여름방학, 겨울에 보는 뮤지컬은 겨울방학이라고 불러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레베카>를 보러 온 황춘례(66)씨는 몇해 전부터 60대 친구 3명과 함께 모임을 만들어 뮤지컬을 보러 다닌다고 말했다. 매해 두 번 ‘뮤지컬 방학’을 갖는다는 것이다. 지난해엔 <광화문 연가>와 <맘마 미아!>를 봤다고 한다. <레베카> 공연장엔 황씨처럼 나이 지긋한 관객들이 꽤 눈에 띈다.
공연장에 60대 이상 ‘실버’ 관객들이 늘고 있다. 공연예매 사이트 인터파크 자료를 보면, 지난해 뮤지컬과 연극, 클래식·오페라, 무용·국악, 대중음악 콘서트 등 공연 표 예매자(159만명) 가운데 60대 이상 관객이 처음으로 1%를 기록했다.
인터파크 쪽은 “60대 이상 관객은 2010년까지만 해도 0.3% 미만으로 별도 집계가 어려워 ‘50대 이상’ 관객에 포함시켜 통계를 내왔는데, 2011년부터 눈에 띄게 늘어 처음으로 ‘60대 이상’을 따로 집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60대 이상 관객은 2011년 전체 예매 관객 가운데 0.55%를 기록하더니 2012년에는 2배가량 증가해 1%로 올라섰다.
인터파크 쪽은 “1%는 절대적으로는 작은 비율이지만, 가시적인 관람층이 아니던 60대 이상 관객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장르별로 보면 60대 이상 관객은 클래식·오페라 공연과 무용·국악 공연에서 각각 1.7%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뮤지컬(0.4%), 연극(0.6%)과 대중음악 콘서트(0.5%)는 1%를 밑돌지만 60대 이상 비율은 증가 추세에 있다고 인터파크 쪽은 밝혔다.
현재 인기리에 내한공연 중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60대 관객 비율이 여느 공연보다 더 높다. 제작사 설앤컴퍼니 쪽 자료를 보면 인터파크, 옥션, 예스24, 클립서비스 등 4개 예매처에서 표를 구입한 관객 중 60대 이상은 3%를 차지했다. 2005년 내한공연에선 60대 이상 관객이 1%였는데, 이번 공연에선 세 배로 늘었다.
<오페라의 유령> 공연장엔 60·70대 관객들이 쉽게 눈에 띈다. 19일 저녁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공연장에서 만난 관객 최정순(69)·권건호(70)씨 부부는 권씨가 직장에서 은퇴한 뒤 뮤지컬이나 클래식, 연극 공연을 보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고 말했다. 며느리와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는 정인선(61)씨는 “좋은 뮤지컬 공연이 있으면 혼자서도 자주 보러 다닌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일찍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유럽·미국에선 공연장 관객이 중년·노년층이 많고 연령 폭이 넓은 반면, 한국은 클래식과 연극·발레까지 관객층이 상대적으로 젊었다. 특히 뮤지컬은 20~40대 청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는데, 최근 1~2년새 변화가 움트고 있는 것이다.
설앤컴퍼니 쪽은 “60대 이상 관객은 티켓을 30·40대 자녀가 대신 예매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매율에 나타난 것보다 실제 공연장엔 60대 이상 관객이 더 많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인터파크 쪽은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중인 한국 사회에서 60대가 더는 노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여가와 문화를 즐기는 장년층이 돼 가고 있다는 것이 공연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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