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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연주자들 “권리침해 더는 못참아”…임재범 앨범제작 제동

등록 2013-01-28 19:26수정 2013-02-06 11:51

베이스 연주자 김정렬(맨 왼쪽)씨가 이끄는 재즈 밴드 ‘더 버드’가 지난해 11월 서울 홍대앞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공연하고 있다. 김정렬씨 제공
베이스 연주자 김정렬(맨 왼쪽)씨가 이끄는 재즈 밴드 ‘더 버드’가 지난해 11월 서울 홍대앞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공연하고 있다. 김정렬씨 제공
“연주자 동의없이 제작·배포 안돼”
김정렬씨 가처분신청 법원 수용
저작인접권 침해 고소 계획도

출연료 미지급·구두계약 관행 등
“표준계약서 만들어 바로잡아야”
음악·공연계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올 법원 결정이 최근 나왔다. 재즈 밴드 ‘더 버드’를 이끄는 베이스 연주자 김정렬씨가 가수 임재범씨의 공연 실황 앨범의 제작·배포를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8~10월 서울·부산·광주 등에서 7차례 열린 임재범 전국 투어 공연에 악단장으로 참여했다. 밴드·현악·관악·코러스까지 모두 17명을 이끌었다. 이후 임재범 소속사가 전국 투어 실황을 담은 앨범을 제작하려 하자 김씨는 지난달 초 가처분 신청으로 제동을 걸었다. “저작권법상 연주자도 제작에 참여한 음원의 복제·배포·전송 등에 대한 권리인 ‘저작인접권’을 갖고 있는데도, 연주자 동의나 승낙 없이 앨범 제작을 강행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성낙송)는 지난달 말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음악계와 법조계에서는 “가수, 작사·작곡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받아온 연주자의 권리를 법원이 인정해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첫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김씨는 “연주자 권리를 무시해온 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다음달 임재범 소속사를 저작인접권 침해 혐의로 형사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연주자 권리가 침해받는 풍토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연주자들은 무엇보다도 공연 출연료를 떼이는 사태가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재범 공연에 참여한 김씨 역시 출연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연기획사가 돈을 제때 주지 않았다. 출연료 일부는 받았지만 결국 나머지 3000만원을 받지 못한 채 투어 도중 다른 밴드로 교체됐다”고 말했다. 그는 임재범 전국 투어를 주최한 공연기획사를 상대로 해 민사소송을 낼 작정이라고 밝혔다.

특급 연주자로 통하는 기타리스트 함춘호씨조차 공연료를 못 받은 적이 있을 정도다. 지난해 5월 팝페라 테너 임태경 단독공연에 참여한 함춘호·신석철·최태완·박용준 등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은 당시 공연기획사로부터 출연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력이 짧은 젊은 연주자들에 대한 처우는 훨씬 더 열악하다. 무대는 한정돼 있는 반면 경력을 쌓고 싶어하는 연주자들은 넘쳐나기 때문에 “공연기획사의 고압적 태도와 턱없이 적은 출연료에도 군소리 없이 응하는 젊은 연주자들이 적지 않다”고 한 연주인은 전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공연기획사와 연주자 간에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구두계약이 관행으로 돼 있고, 출연료 또한 “알아서 챙겨주겠다”는 선에서 정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공연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공연 흥행이 실패할 경우, 공연기획자는 앞으로의 관계를 고려해 가수의 출연료는 챙겨주지만, 연주자의 출연료는 제대로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손실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공연 도중 사고로 연주자가 다치거나 악기가 파손돼도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연주자들은 2011년 사단법인 한국연주자협회를 결성하고 ‘권리 찾기’에 힘쓰고 있다. 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함춘호씨는 “음악계 내부에서조차 눈에 띄는 가수만 중시하고 연주자들은 경시하는 풍토가 있다. 연주자들이 힘을 모아 위상을 높이고 권리를 되찾기 위해 협회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협회 사무국장을 맡은 김정렬씨는 “대학 실용음악과에서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젊은 연주자들은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약자들이다. 이런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연주인의 권리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연주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줄 계약서를 작성하는 풍토가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지난해 통과된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출범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만들어 보급할 예정인 표준계약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함 회장은 “정부가 나서서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공연계에서 이를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강제해야 한다. 또 출연료를 상습적으로 떼먹는 공연기획자를 걸러내기 위해 공연기획사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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