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숙영낭자전을 읽다>의 한 장면. 극단 모시는사람들 제공
연극 ‘숙영낭자전…’ 작가 김정숙씨
조선시대 여인들의 규방 생활을 엿보는 연극 한 편이 무대에 올랐다. 올해 창단 24년을 맞은 극단 모시는사람들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숙영낭자전을 읽다>(연출 권호성)이다. 조선 규방 풍속을 재현하면서 극중 극으로 ‘숙영낭자전’을 풀어놓는 작품이다. 극단 대표인 극작가 김정숙(53·사진)씨가 2008년 창작극 <몽연>에 이어 대본을 썼으며, 24일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막을 올렸다.
“제가 22살에 연극을 시작해서 30년이 넘었는데, 늘 무대에서 보여주는 이야기가 관객과 진짜로 소통되는지 궁금했어요. 제가 무언가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그것이 어떤 생명력으로 관객에게 다가갈까? 또 관객에게 잘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관객과의 소통은 저의 소원인 거죠. 그래서 조선 여인들의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규방 극장’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조선시대 인기소설 읽고 들으며
여인들의 애환 풀어내는 극중극
“관객과 소통 고민하다 쓴 작품
세계에 내놓을 소재 찾을 목적도
그녀들 눈물의 이유 보여주고파”
29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안 극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정숙 작가는 “옛날 규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놀았는지를 탐색해보면서 연극과 관객의 이상적인 관계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지난 3년 동안 매년 극단을 이끌고 영국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에 참가해 창작극 <몽연>과 <강아지똥>을 공연했어요. 그러면서 세계 시장에 ‘우리 것’이라고 내놓을 수 있는 작품을 우리 전통에서 찾아봐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규방에서 여인들이 고전소설 <숙영낭자전>을 소리 내 읽는 ‘송서’(誦書) 풍경이 머릿속에 떠올랐지요.”
연극 <숙영낭자전을 읽다>는 조선의 혼수 준비가 한창인 어느 양반집 규방을 배경 삼아, 안방마님과 혼인을 앞둔 딸, 침모와 동네 아낙들이 당대의 인기소설이던 <숙영낭자전>을 읽고 들으면서 각기 가슴속 깊이 묻어둔 애환을 풀어놓는 작품이다. 극 중에 ‘향금아씨’가 읽어주는 <숙영낭자전>은 세종 시대를 배경으로 해 ‘백선군’과 ‘숙영낭자’의 사랑을 그린 연애소설. 연극은 혼례복인 활옷을 비롯해 바느질, 다듬이질은 물론이고 부러진 바늘에 <조침문>을 외며 제사를 지내주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규방 생활이 맛깔나게 재현된다. 또한 허난설헌의 한시 <빈녀음>을 읊고,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와 민요 ‘긴아리랑’, 불교의 ‘신묘장구대다라니경’, ‘선비춤’ 등이 장구·대금과 함께 어우러져 무대에 펼쳐진다.
“옛날에는 책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드무니까 누군가 책을 읽어주면 그 주위에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이고 그것이 연극이고 극장이 되잖아요? 그 당시에 소리 내 읽는 ‘송서’로 인기를 모았던 <숙영낭자전>은 결혼도 치르지 않은 여자를 집에 데리고 와서 살고, 또 자살하고, 남자가 따라 죽으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못지않은 극적인 러브스토리였습니다.”
그는 “굉장히 격정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낸 그 시대 여인들의 입이 매우 궁금하더라”고 했다. “그분들이 어떤 노래에 마음을 담았는지, 어떤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는지를 찾아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은 사랑인 것 같아요. 소통이나 감동이나 이야기에 대한 집착 그 너머에는 사랑에 대한 갈증이 있는 거죠. 진짜 사랑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소통이 그리우시냐고요? 그것은 사랑이 그립다는 말인데, 사랑하고 계시냐고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흉내만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짜 그리는 마음 안에는 소통이 부재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 부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월3일까지. (02)507-6487.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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