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극장 탈바꿈 ‘시제이토월극장’ 확실히 달라졌네~

무대 넓고 깊은 대신 객석 규모 적어 ‘흥행 실패’ 오명…기획자들 기피
객석수 넓어지고 시야 제한석 줄어…연극·뮤지컬·오페라·콘서트 공연 가능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이 최첨단 무대시설을 갖춘 중대형 극장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2011년 8월부터 진행한 리노베이션(개보수) 공사를 마치고 오는 19일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로 다시 문을 연다. 세 개 층에 걸쳐 마련된 1천여 석의 객석에 908㎡ 규모의 대형 4면 무대를 갖췄다. ‘시제이(CJ) 토월극장’이라는 새 이름으로 바뀐 공연장을 지난 29일 미리 방문했다.

옛 토월극장은 무대가 넓고 깊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연출자들이 가장 좋아했던 반면에 기획자들은 몹시 싫어했던 극장이었다. 영국의 로열내셔널시어터의 <오셀로>, 러시아 연출가 유리 부드소프(53)의 <보이체크>, 그리고리 지차트코프스키의 <갈매기>와 <벚꽃동산> 등이 토월극장의 무대에서 활짝 꽃피웠다. 그러나 객석 규모가 작아서 흥행에 실패하는 일이 잦았다. 전해웅 예술의전당 기획운영본부장은 “리노베이션 이전엔 팔 수 있는 좌석 수가 400여 석밖에 되지 않아 흥행에 실패하는 일이 많았다. 토월극장의 리노베이션은 예술의전당의 숙원사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새 극장은 무엇보다 객석 수가 기존 2개 층 671석에서 3개 층 1004석(1층 557석, 2층 254석, 3층 193석)으로 크게 늘어났다. 새 의자로 교체했고 앞뒤 간격도 95㎝ 정도로 넓어져 더 안락해졌다. 반면에 무대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사석(死席)’이라고 불리는 시야 제한석은 12%에서 5%로 크게 줄어들었다. 1층 객석 수는 늘어났지만 무대에서 1층 맨 뒷좌석까지 거리는 기존처럼 19ｍ로 유지했고, 3층 좌석에서도 무대까지의 거리는 23ｍ로 국내 중극장 중에서 가장 짧았다. 실제로 3층에서 무대를 보니 거리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대 시설도 모두 첨단 시설로 바뀜으로써 연극은 물론 중형 뮤지컬과 오페라, 콘서트 공연까지 가능해졌다. 무대는 기존의 3면에서 좌측에 70㎡ 정도의 공간을 더 확보함으로써 주무대와 후무대, 좌·우무대가 트인 4면 무대(908㎡)로 더 넓어졌다. 또 국내 최초로 무대 상부와 하부를 동시에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자동제어장치를 설치해 무대 전환과 활용이 자유롭다. 오케스트라 피트도 45명 규모의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확장되었고, 공연 중에도 쉽게 위·아래로 전환할 수 있는 저소음·정밀제어 리프트를 도입했다. 객석 주위에 가변형 흡음 배너 14개를 설치함으로써 음향 잔향 시간도 중극장 중 가장 짧은 1.27~1.47초 사이를 유지할 수 있고, 객석 전면에 음향 반사판 1개를 따로 두어 연주소리가 고르고 풍성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무대 기계 상부인 플라이 바는 48조에서 55조로 증설했고 전면 자동화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졌다.

예술의전당은 “리노베이션 전체 비용 270억원 중 시제이(CJ)그룹이 150억원을 후원했다. 시제이그룹은 겨울철 비수기인 12월~2월에 한해 연간 3개월, 20년간 극장을 빌려쓸 수 있다”고 밝혔다.

시제이 토월극장에서는 재개관 기념으로 시제이 이앤엠(CJ E&M) 공연사업부문과 뮤지컬해븐이 공동제작하는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19일-3월31일)를 시작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의 무용 <벽오금학>(4월5일-7일), 국립극단의 연극 <안티고네>(4월15일-28일), 예술의전당 자체 제작한 연극 <부활>(5월18일-6월2일), 예술의전당·일본 신국립극장 합작 연극 <아시아온천>(6월11일-16일) 등이 올라간다.

정상영 기자 [e-mail] 사진 예술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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