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천막 농성 중인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를 위한 단막극 페스티벌 ‘아름다운 동행’을 함께 하는 연극인들이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혜화동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앞에서 유명자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 지부장(오른쪽 다섯째)과 자리를 같이했다. 왼쪽부터 윤한솔(연출가)·김수희(연출가)·유명상(배우)·김슬기(작가)·김제민(연출가)·김윤희(작가)·이양구(연출가)·유명자 지부장·이수정(배우)·이여진(작가)·부새롬(연출가), 이지혜(배우)씨.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응원극’
지난 1월11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재능교육 해고노동자의 전원 복직 및 노동조합 활동 보장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인정을 촉구하는 연극인 선언’이 올랐다.
연극집단 ‘혜화동1번지 ’ 5기 동인을 중심으로 한 젊은 연극인들이 올린 이 글은 서울 대학로에 본사를 둔 학습지 업체 ‘재능교육 사태’ 5년을 맞아 ‘같은 마을 주민’인 대학로 연극인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800일 넘게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12명을 기억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글을 읽고 연극인 100여명이 한푼 두푼 후원금을 보내왔다.
14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열리는 단막극 페스티벌 ‘아름다운 동행’의 출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대학로 연극인들, 해고 5년 맞아
십시일반 모아 단막극 페스티벌
연출가·배우 등 제작진 재능기부
농성장 찾아 사연 듣고 7편 제작 “작업하며 오랜 마음의 짐 덜어”
SNS로 공연제작비 후원 모금도
지부장 “귀인처럼 찾아온 분들” ‘아름다운 동행’은 대학로 연극인들이 지척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현실을 연극 속에 담아내고 고발하는 작업이다. 혜화동1번지 5기 동인을 비롯해 20~40대 젊은 연출가와 극작가, 스태프, 배우 등 50여명이 ‘재능 기부’로 힘을 모았다. 이들은 시청 앞 천막농성장을 찾아 해고노동자들의 사연을 듣고 7편의 단막극을 만들었다. 후원금은 제작비로 쓰고, 이들은 무료로 집필하고 무료로 출연·연출한다. 7편의 연극은 재능교육 문제를 직접 고발한 작품부터 노동과 삶의 문제를 에둘러 다룬 작품까지 7개의 퍼즐이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형식이다.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이야기를 직접 다룬 <한밤의 천막극장>(오세혁 작·김한내 연출)과 한국 노동현실을 담은 <다시 오적(五賊)>(김은성 작·김수희 연출),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학습지 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이건 노래가 아니래요>(김슬기 작·부새롬 연출)를 비롯해 <혜화동 로타리>(김윤희 작·이양구 연출), <살인자의 수트케이스를 열면>(이여진 작·김제민 연출), <잉여인간>(원미진 등 공동창작·김관 연출), <비밀친구>(정소정 작·윤한솔 연출) 등 7편이 매일 무대에 오른다. 평일은 오후 3시, 8시 공연으로 나눠 공연되며, 토·일요일엔 오후 3시에 7편을 한꺼번에 무대에 올린다. 연극인들은 유명자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 지부장이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혹한 겨울보다 두려운 것은 잊힐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는 고백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이 연극제를 기획한 이양구(38) 예술감독은 “재능교육 문제를 잘 알고 있었기에 미안함과 부채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건 노래가 아니래요>를 집필한 김슬기(27) 작가는 “늘 극장을 오가면서 무심히 지나친 것이 부끄러워 작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윤한솔(41) 연출가는 “작업을 하면서 재능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두려웠다”고 밝혔다. 유명자 지부장은 “저희가 오랫동안 투쟁했지만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예기치 않은 데서 귀인처럼 찾아왔다”고 반겼다. 연극제의 이름 ‘아름다운 동행’은 재능교육이 제1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대상’에서 기업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것을 패러디했다.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은 지난 2007년 노조를 결성해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회사쪽은 ‘학습지 교사는 노조를 결성할 수 없는 특수고용직’이라는 점을 들어 해고 등 중징계를 했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학습지 교사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재능교육이 학습지 교사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무효라고 판결했으나 사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6일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2명은 사쪽에 해고자 전원 복직과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맞은편 종탑에서 고공 농성에 돌입했다. (02)922-082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십시일반 모아 단막극 페스티벌
연출가·배우 등 제작진 재능기부
농성장 찾아 사연 듣고 7편 제작 “작업하며 오랜 마음의 짐 덜어”
SNS로 공연제작비 후원 모금도
지부장 “귀인처럼 찾아온 분들” ‘아름다운 동행’은 대학로 연극인들이 지척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현실을 연극 속에 담아내고 고발하는 작업이다. 혜화동1번지 5기 동인을 비롯해 20~40대 젊은 연출가와 극작가, 스태프, 배우 등 50여명이 ‘재능 기부’로 힘을 모았다. 이들은 시청 앞 천막농성장을 찾아 해고노동자들의 사연을 듣고 7편의 단막극을 만들었다. 후원금은 제작비로 쓰고, 이들은 무료로 집필하고 무료로 출연·연출한다. 7편의 연극은 재능교육 문제를 직접 고발한 작품부터 노동과 삶의 문제를 에둘러 다룬 작품까지 7개의 퍼즐이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형식이다.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이야기를 직접 다룬 <한밤의 천막극장>(오세혁 작·김한내 연출)과 한국 노동현실을 담은 <다시 오적(五賊)>(김은성 작·김수희 연출),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학습지 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이건 노래가 아니래요>(김슬기 작·부새롬 연출)를 비롯해 <혜화동 로타리>(김윤희 작·이양구 연출), <살인자의 수트케이스를 열면>(이여진 작·김제민 연출), <잉여인간>(원미진 등 공동창작·김관 연출), <비밀친구>(정소정 작·윤한솔 연출) 등 7편이 매일 무대에 오른다. 평일은 오후 3시, 8시 공연으로 나눠 공연되며, 토·일요일엔 오후 3시에 7편을 한꺼번에 무대에 올린다. 연극인들은 유명자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 지부장이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혹한 겨울보다 두려운 것은 잊힐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는 고백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이 연극제를 기획한 이양구(38) 예술감독은 “재능교육 문제를 잘 알고 있었기에 미안함과 부채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건 노래가 아니래요>를 집필한 김슬기(27) 작가는 “늘 극장을 오가면서 무심히 지나친 것이 부끄러워 작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윤한솔(41) 연출가는 “작업을 하면서 재능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두려웠다”고 밝혔다. 유명자 지부장은 “저희가 오랫동안 투쟁했지만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예기치 않은 데서 귀인처럼 찾아왔다”고 반겼다. 연극제의 이름 ‘아름다운 동행’은 재능교육이 제1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대상’에서 기업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것을 패러디했다.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은 지난 2007년 노조를 결성해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회사쪽은 ‘학습지 교사는 노조를 결성할 수 없는 특수고용직’이라는 점을 들어 해고 등 중징계를 했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학습지 교사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재능교육이 학습지 교사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무효라고 판결했으나 사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6일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2명은 사쪽에 해고자 전원 복직과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맞은편 종탑에서 고공 농성에 돌입했다. (02)922-082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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