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들의 복지 개선을 위한 단체인 전문무용단연합회는 지난해 12월14일 문화예술위원회,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서울문화재단,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 예술정책 관련 기관과 함께 무용 지원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대중성·예술성 동시 인정받던
‘까두’ 작년 초부터 공연중단
중소 무용단들 ‘생계난’ 심각
단체 결성 처우개선 나서기도
“창작지원금 실효성 담보해야”
‘까두’ 작년 초부터 공연중단
중소 무용단들 ‘생계난’ 심각
단체 결성 처우개선 나서기도
“창작지원금 실효성 담보해야”
지난해 3월 어느 날, 서울 석촌동의 현대무용단 ‘댄스 시어터 까두’ 사무실. 무용단을 이끄는 박호빈 단장은 15명의 무용수에게 ‘휴업’을 선언했다. 여느 해 같았으면 한해의 공연 계획에 따라 새롭게 ‘클래스’(연습시간)를 열어야 할 때였지만 까두는 활동을 잠정 중단해야 했다.
“국내 무용 풍토는 공연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입니다.”
1일 기자와 만난 박호빈(45) 단장은 1년 전, ‘댄스 시어터 까두’(까두)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용, 특히 현대무용은 아직 관객이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지 않아요. 아무리 노력해서 작품을 만들어도, 관객의 폭을 넓히는 건 힘이 부치죠.”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촉망을 받던 현대무용 안무가 박호빈씨가 2003년 창단한 현대무용단 ‘까두’는 지난 한해 동안 정식 공연을 한편도 무대에 올리지 못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한해를 보낸 것이다.
까두는 국내 현대무용계에서 드물게 대중성과 예술성을 갖췄다고 인정받는 중견 단체다. 2008년 춤비평가상 작품상과 2009년 대한민국무용대상 우수상 등을 받았다. 휴업을 선언하기 직전인 2011년 말에도 대한민국무용대상 군무 부문 ‘베스트 7’에 뽑히기도 했다.
한해 평균 30여회의 공연을 펼치다가 1년 가까운 휴업을 겪는 동안 무용단은 사실상 공중분해돼 지금은 단 5명의 무용수만이 남아 있다. 창단 10돌을 맞은 올해 새 공연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지만, 작품 공연을 위해서는 무용수가 적게는 5명, 많게는 10여명까지 필요한 상황에서 무용수를 찾는 일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명 안무가가 이끄는 무용단이 사정이 이런 정도니, 다른 중소 민간 무용단들은 사정이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
무용단의 만성적인 재정난은 무용수들의 생계난으로 이어진다. 남자 무용수들의 경우 한창 활동할 나이인 20~30대에 무용단을 떠나 다른 직업을 찾는 일이 허다하다. 중소 규모의 민간 발레단들이 고질적인 남자 무용수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다. 민간 무용단 가운데서는 비교적 탄탄하게 운영돼 그나마 상황이 나은 서울발레시어터도 지난해 <호두까기 인형> 공연 때 남자 무용수가 부족해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를 초청해 공연했고, 와이즈발레단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무용수를 섭외해 주역을 맡겨야 했다.
위기에 내몰린 무용인들은 무용단과 직업무용수의 권익을 위한 연합단체인 ‘전문무용단연합회’를 지난해 6월 발족했다. 당시 젊은 무용가 33인은 무용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현재 48개 무용단의 안무가·예술감독 등이 모인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문화예술위원회·서울문화재단 등과 함께 무용 지원 정책에 대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전문무용단연합회 쪽은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전문무용수지원센터와 협력해 무용수·안무가 등의 평균 임금 등 생계 실태와 무용단의 운영 현황을 조사해 이르면 연말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 단장은 이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무용인들 스스로도 ‘예술활동, 창작활동도 노동’이란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술 노동자라는 인식을 스스로 하면서 처우 개선을 위해 사회적으로도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박 단장은 보통 10명가량의 무용수가 출연하는 무용 공연을 할 경우, 회당 최소한 5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데 현재 문화예술위원회 등에서 지급되는 창작 지원금은 많아야 2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공연 제작 단가와 인건비를 맞추다 보면 항상 적자가 생기고 공연을 거듭할수록 빚이 점점 더 쌓이게 된다”고 했다.
“창작 지원금제도가 만들어진 지 15년쯤 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무용 공연이 활성화되도록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고요. 무용단들이 자생할 수 있는 토대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요.”
대중에게 좀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무용인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용단들이 순수 예술단으로서 자립이 가능할 만큼 안정적인 궤도에 이르기까지는 정부와 관계기관의 정책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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