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畵·通) 콘서트-봄날의 상사는 말려도 핀다
‘화·통콘서트’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에는 청춘들의 춘정(春情) 또한 기운차다. 꽃이 만발하면 벌·나비가 노닐 듯 봄날의 사랑, 봄날의 상사(相思)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18세기 조선 화가 혜원 신윤복의 풍속도 <춘색만원>(春色滿園)에는 젊은 한량이 여인을 은근히 호리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두루마기에 갓을 비스듬히 쓰고 합죽선으로 잔뜩 멋을 낸 사내가 노상에서 젊은 여인에게 수작을 건다. 여인 또한 당시 기녀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트레머리를 한 채 곱상한 얼굴에 야릇한 웃음을 짓는 본새가 여간내기가 아니다. 초가지붕 위로 불뚝 솟아난 붉은 형상이 그림 제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조선의 옛 그림과 우리 음악·춤이 어울리는 콘서트가 열린다. 13~14일 서울 필동2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펼쳐지는 ‘화·통(畵·通) 콘서트-봄날의 상사는 말려도 핀다’(사진)이다. 혜원 신윤복(1758~?), 현재 심사정(1707~69)을 비롯해 조선 후기 화가들이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삼아 그린 그림들을 해설과 함께 보여주면서 우리 음악과 춤을 곁들이는 신개념 국악콘서트이다.
2011년 10월 첫선을 보여 화제를 모았던 ‘화·통 콘서트-옛 그림과 소통하는 즐거움’이 새단장해 돌아왔다. 초연 당시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했던 미술평론가 손철주(60)씨가 다시 그림 해설을 맡았다. 미술교양서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의 지은이이기도 한 그는 옛 그림 속 남녀의 사랑과 청춘의 춘정을 더욱 애틋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신윤복의 <춘색만원>을 비롯해 <소년전홍>, <연소답청>, <월하정인>, 심사정의 <봉접귀비>, 작자 미상의 <서생과 처녀>와 <미인도>, <사시장춘> 등 옛 그림이 ‘뜬다, 뜬다. 정이 들뜬다’, ‘그리운 임, 서러운 짝’, ‘봄날의 상사는 말려도 핀다’ 등 3가지 주제로 나눠 소개된다.
여기에 국악 대중화를 꾀하며 2006년 꾸려진 국악·어쿠스틱 팝그룹 ‘프로젝트 락(樂)’이 세련된 국악을 연주할 예정이다. 또한 중요무형문화재 ‘피리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인 김효영씨의 생황 연주와 국립무용단 연수단원인 이민주씨의 춤사위가 곁들여져 눈과 귀가 즐겁다. 1544-1555.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문화예술감성단체 여민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