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텔레비전 조각 (1991). 백남준과 함께 퍼포먼스를 벌였던 예술가이자 백남준이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던 샬롯 무어만이 암 수술로 건강이 악화되자 그가 누운 채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백남준이 만든 침대.
전시회 ‘부드러운 교란’
성기 직접 드러낸 ‘젊은 페니스…’
음란죄로 공연자 체포 ‘오페라…’ 등
예술가의 정치성 뭔지 살펴본 전시
사회비판 작품해온 젊은 작가전도 그 어떤 미술가보다도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던 백남준은 1962년 교향곡을 쓰기까지 했다. 그 교향곡은 그러나 멋진 멜로디나 화음이 어우러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남긴 악보를 보면 음표 대신 퍼포먼스 방법을 설명하는 지시문이 쓰인 시나리오에 가까웠다. 무대에 커다란 흰 종이를 드리우고, 그 뒤에 남자 열 명이 선다. 남자들은 순서대로 종이에 구멍을 뚫는다. 관객들은 종이에 구멍이 하나하나 뚫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구멍으로 남자들이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성기였다! 교향곡의 제목은 그래서 <젊은 페니스를 위한 교향곡>이었다. 백남준은 지시문에서 이 작품이 1984년쯤에야 실현될 것으로 ‘예언’했는데, 그의 말에 거의 가깝게 1986년 독일 쾰른 미술협회에서 초연하면서 실제 무대에 처음 올랐다. 백남준처럼 도발적인 작가가 또 있을까? 그는 1963년 플럭서스 챔피언 콘테스트에선 여러 명이 양동이에 소변을 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각자 제 나라의 국가를 부르면서 가장 오랫동안 소변을 보는 사람이 승리하는 퍼포먼스였다. 비디오 아트로 나아가기 전까지 그가 선보인 일련의 도발적인 작업은 공통점이 있었다. 성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표면적인 공통점 아래 급진적인 사상을 지녔다는 점이다. 젊은 백남준에게 큰 영향을 끼쳐 세상에 도발하게 만든 사상적 스승은 바로 마르크스, 그리고 현대음악가 쇤베르크였다. 6월13일까지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상설전 ‘부드러운 교란’은 백남준이란 문제적 작가의 마음 속에 깔린 사상적 배경은 무엇이며, 예술가의 정치성이란 어떤 것인지 살펴보는 전시회다. <젊은 페니스를 위한 교향곡>, 음란죄로 공연자가 체포되는 소동이 빚어졌던 <오페라 섹스트로니크> 비디오(1967), 백남준의 작품 중 가장 정치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과달카날 레퀴엠>(1977) 등의 영상과 관련 자료들을 함께 보여준다. 전시 제목 ‘부드러운 교란’은 유명 설치예술가 크리스토 야바체프, 잔 클로드 부부가 자신들의 예술세계에 대해 말했던 표현에서 따왔다. 이 부부는 백남준 역시 자신들처럼 기성 사회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그 방식은 언제나 부드럽고 유머러스했다고 평한 바 있다. 그 말처럼 백남준은 직설적이고 강력한 비판 제기보다는 쉼 없이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던져대며 사회에 대해 발언을 했다. 전시는 백남준 작업을 훑어보는 ‘부드러운 교란’과 함께 지금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을 대비해서 보여주는 기획전 ‘끈질긴 후렴’(6월30일까지)의 짝패로 짜였다. 백남준처럼 끈질기게 후렴구를 반복하듯 은연중에 사회 비판을 작업에 담아온 후배 미술가들의 경향을 소개하는 전시다. 백남준의 시대보다 훨씬 다채롭고 더욱 섬세하게 도발하는 요즘 국내외 미술계의 흐름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전시의 취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히는 것은 프란시스 알리스의 영상 작품 <그린>(2007)이다. 1949년 이스라엘과 이웃 나라들 사이의 잠정적 경계선을 지도 위에 녹색 선으로 표시했던 것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작가는 녹색 페인트가 흘러나오는 통을 들고 실제 경계선을 이틀 동안 걷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도는 분쟁지역에서 작가의 조용한 몸짓이 어떤 정치적 의미를 지니는지, 그러면서도 시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는다. 비빔밥이란 뜻의 ‘믹스라이스’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양철모·조지은 작가는 이주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찍고 그린 연작 작품들로 한 공간을 채웠다. 이들과 함께 쉽사리 분노하기보다는 냉철하게 이주라는 문제를 다양하게 짚어보는 그림과 영상들이 이어진다. 이밖에 김범, 이완, 멜릭 오아니앙, 산티아고 시에라 등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문의 (031)201-8571~2.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도판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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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정치성 뭔지 살펴본 전시
사회비판 작품해온 젊은 작가전도 그 어떤 미술가보다도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던 백남준은 1962년 교향곡을 쓰기까지 했다. 그 교향곡은 그러나 멋진 멜로디나 화음이 어우러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남긴 악보를 보면 음표 대신 퍼포먼스 방법을 설명하는 지시문이 쓰인 시나리오에 가까웠다. 무대에 커다란 흰 종이를 드리우고, 그 뒤에 남자 열 명이 선다. 남자들은 순서대로 종이에 구멍을 뚫는다. 관객들은 종이에 구멍이 하나하나 뚫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구멍으로 남자들이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성기였다! 교향곡의 제목은 그래서 <젊은 페니스를 위한 교향곡>이었다. 백남준은 지시문에서 이 작품이 1984년쯤에야 실현될 것으로 ‘예언’했는데, 그의 말에 거의 가깝게 1986년 독일 쾰른 미술협회에서 초연하면서 실제 무대에 처음 올랐다. 백남준처럼 도발적인 작가가 또 있을까? 그는 1963년 플럭서스 챔피언 콘테스트에선 여러 명이 양동이에 소변을 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각자 제 나라의 국가를 부르면서 가장 오랫동안 소변을 보는 사람이 승리하는 퍼포먼스였다. 비디오 아트로 나아가기 전까지 그가 선보인 일련의 도발적인 작업은 공통점이 있었다. 성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표면적인 공통점 아래 급진적인 사상을 지녔다는 점이다. 젊은 백남준에게 큰 영향을 끼쳐 세상에 도발하게 만든 사상적 스승은 바로 마르크스, 그리고 현대음악가 쇤베르크였다. 6월13일까지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상설전 ‘부드러운 교란’은 백남준이란 문제적 작가의 마음 속에 깔린 사상적 배경은 무엇이며, 예술가의 정치성이란 어떤 것인지 살펴보는 전시회다. <젊은 페니스를 위한 교향곡>, 음란죄로 공연자가 체포되는 소동이 빚어졌던 <오페라 섹스트로니크> 비디오(1967), 백남준의 작품 중 가장 정치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과달카날 레퀴엠>(1977) 등의 영상과 관련 자료들을 함께 보여준다. 전시 제목 ‘부드러운 교란’은 유명 설치예술가 크리스토 야바체프, 잔 클로드 부부가 자신들의 예술세계에 대해 말했던 표현에서 따왔다. 이 부부는 백남준 역시 자신들처럼 기성 사회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그 방식은 언제나 부드럽고 유머러스했다고 평한 바 있다. 그 말처럼 백남준은 직설적이고 강력한 비판 제기보다는 쉼 없이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던져대며 사회에 대해 발언을 했다. 전시는 백남준 작업을 훑어보는 ‘부드러운 교란’과 함께 지금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을 대비해서 보여주는 기획전 ‘끈질긴 후렴’(6월30일까지)의 짝패로 짜였다. 백남준처럼 끈질기게 후렴구를 반복하듯 은연중에 사회 비판을 작업에 담아온 후배 미술가들의 경향을 소개하는 전시다. 백남준의 시대보다 훨씬 다채롭고 더욱 섬세하게 도발하는 요즘 국내외 미술계의 흐름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전시의 취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히는 것은 프란시스 알리스의 영상 작품 <그린>(2007)이다. 1949년 이스라엘과 이웃 나라들 사이의 잠정적 경계선을 지도 위에 녹색 선으로 표시했던 것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작가는 녹색 페인트가 흘러나오는 통을 들고 실제 경계선을 이틀 동안 걷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도는 분쟁지역에서 작가의 조용한 몸짓이 어떤 정치적 의미를 지니는지, 그러면서도 시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는다. 비빔밥이란 뜻의 ‘믹스라이스’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양철모·조지은 작가는 이주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찍고 그린 연작 작품들로 한 공간을 채웠다. 이들과 함께 쉽사리 분노하기보다는 냉철하게 이주라는 문제를 다양하게 짚어보는 그림과 영상들이 이어진다. 이밖에 김범, 이완, 멜릭 오아니앙, 산티아고 시에라 등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문의 (031)201-8571~2.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도판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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