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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베를린장벽·세탁소·보일러실·북해 바닷가…
어디든 노래하는 곳이 나의 무대

등록 2013-02-17 20:19수정 2013-02-18 14:23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 1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베를리너돔 교회 앞에서 노래하고 있다. 오른쪽은 인디밴드 와이낫의 황현우.
사진 최고은씨 제공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 1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베를리너돔 교회 앞에서 노래하고 있다. 오른쪽은 인디밴드 와이낫의 황현우. 사진 최고은씨 제공
유럽투어 마친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7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 한 무더기 짐 가운데서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12월4일 이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떠난 지 두달여 만의 귀국. 피곤할 만도 한데, 얼굴에는 행복감이 그득해 보였다.

그는 독일 브레멘·베를린·함부르크, 네덜란드, 벨기에 등지를 돌며 30차례 공연을 했다. 브레멘 지역의 음악 네트워크 단체 ‘송스 앤 위스퍼스’의 초청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해마다 유럽 여러 나라 음악인의 투어를 진행해온 ‘송스 앤 위스퍼스’는 동양인 음악가로도 폭을 넓히고자 했고, 그 첫 주인공으로 최고은을 골랐다. 평소 그의 음악을 좋아하던 한국인 인턴 직원의 추천이 계기가 됐다. 2010년과 2011년 낸 두 장의 미니앨범(EP)은 최고은을 서울 홍대앞에서 떠오르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확실히 각인시킨 터였다.

최고은은 인디밴드 와이낫의 황현우(베이스), 무드살롱의 박상흠(기타)과 팀을 꾸렸다. 영상 촬영과 녹음을 맡을 스태프 3명도 합류했다. 이들은 손수 차를 운전하고 숙식을 해결하며 극장·클럽·농장·병원·갤러리 등 다채로운 곳에서 공연했다. 최고은은 “하루도 쉬지 않고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칠 때도 많았고, 갑작스러운 단체생활로 크고 작은 갈등을 빚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너무 힘이 들 때면 ‘내가 유럽에서 계속 활동할 것도 아닌데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하는 회의마저 들었다”고도 했다. 그럴 때마다 힘이 돼준 건 관객들이었다.

“처음엔 외국인 관객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낯설고 어색했어요. 그런데 공연 도중엔 그렇게 조용하고 무표정하던 관객들이 마지막엔 앙코르를 두세 번씩 요청하는 거예요. 이곳에선 드문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다가와서 ‘공연 정말 좋았다’고 살갑게 얘기를 건네기도 했어요. 그럴 때면 ‘내가 여기서 의미 없이 고생만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죠.”

독일 브레멘 음악단체 초청으로
네덜란드·벨기에 등서 30회 공연
“한국 며느리 향수병 위로하고픈
노부부 집서 노래, 최고의 기억”
입소문 퍼지며 신문·방송도 관심

투어음반 유럽과 국내에서 발매
“음악 계속할 용기를 얻었어요”

최고은은 “가정집에서 공연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어느 독일 노부부가 출산을 앞둔 한국인 며느리의 향수병을 달래주고 싶다며 지역신문이 주최한 ‘방문 공연 이벤트’에 응모했고, 최고은은 크리스마스 전날 밤 그 집을 찾아갔다. “공연을 했다기보다는 함께 어울려 노래하고 식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최고은이 투어를 하는 동안 입소문을 들은 기자들이 찾아와 지역신문에 다섯 차례나 소개됐고, 방송 인터뷰 요청도 들어왔다고 한다.

이들은 틈틈이 베를린장벽, 궁전, 세탁소, 보일러실, 혹한의 북해 바닷가 같은 특별한 곳에서 영상 촬영과 녹음 작업도 했다. 한번은 동전을 넣고 빨래를 하는 세탁소에서 영상을 찍는데, 어느 할머니가 와서 관심을 보였단다. 노래를 듣더니 “마음에 든다”며 그 영상물에 출연을 자처했고, 나중에 공연장까지 와서는 “너를 한국에 보낼 수 없다. 다음에 꼭 다시 와야 한다”며 최고은을 꽉 끌어안았다고 한다. 최고은은 “그 할머니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최고은은 이전 발표곡들을 모은 앨범을 다음달 유럽에서 발매한다. 또 유럽에서 녹음하고 촬영한 결과물을 조만간 국내에서 앨범으로 만들어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 투어 여정을 기록한 영상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출품할 계획도 있다. 이번 투어 성과에 크게 만족한 ‘송스 앤 위스퍼스’는 다음번에 좀더 크고 격식을 갖춘 공식 투어를 제안했다고 한다.

“사실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들고 내가 좋은 음악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해서 음악을 계속해야 할지 확신이 안 섰거든요. 그런데 이번 투어를 통해 앞으로 좀더 음악을 해봐도 좋겠다는 용기와 힘을 얻었어요. 음악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졌어요.”

이 말을 남기고 그는 가족과 설을 보내러 고향인 광주행 버스에 올랐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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